바로 이전 비하인드 뉴스에서 ‘안전한 자동차’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었다. 소비자들이 가장 먼저 찾는 자동차는 안전한 자동차, 그다음은 ‘내구성 좋은 자동차’가 아닐까.
내구성 좋은 차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지금 현재 한국에는 ‘내구성 좋은 차’,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내구성에 자신 있는 자동차 제조사’를 한눈에 알 수 있는 조건이 열려있다. 오늘 오토포스트 비하인드 뉴스는 한국에서 내구성을 가장 효과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자동차 제조사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김승현 기자
지난 비하인드 뉴스에서 안전한 자동차를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안전도 평가’라고 말씀드린 바 있다. 마치 사람으로 치면 ‘수능’처럼 ‘안전한 자동차’와 ‘안전하지 않은 자동차’를 잔인하고도 객관적으로 나눌 수 있는 유일한 방법 중 하나가 안전도 평가다.
가장 공신력 있는 평가로는 미국의 ‘IIHS’, 유럽의 ‘NCAP’ 평가가 꼽힌다. 한국에도 ‘KNCAP’ 안전도 평가가 존재한다. 간혹 어떠한 평가 결과도 없는 자동차가 ‘안정성’을 기준으로 ‘한국 올해의 자동차’로 선정되는 경우가 있어 아이러니하지만 말이다. 무려 3년 연속 그래왔다.
알기 가장 어려운 내구성
안전도 평가는 바로 진행될 수 있으나, 내구성은 눈에 보이지 않아 평가가 어렵다. 내구성이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검증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오랜 세월 지나서야 취약한 내구성을 드러내는 자동차도 있기 때문이다.
내구성이 좋은 차라고 추측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근거는 자신들이 만든 자동차에 대한 제조사의 자신감이 아닐까 한다. 이게 무슨 말인지 감이 잘 안 오실 수 있다. 아래 내용을 보시면 어느 정도 납득하실 수 있을 것 같다. 어찌 보면 가장 확실한 구분 법이다.
내구성에 자신 있는 제조사
지금 바로, 그것도 한국에서 내구성에 자신 있는 자동차 제조사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니… 최근 소식을 통해 내구성에 자신 있는 자동차 제조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엄연히 말하면 당연한 것인데, 이 당연한 것을 소수만 하고 있으니 더욱 돋보인 것이다.
‘반쪽짜리 레몬법’이라 불리긴 하지만 어쨌거나 올해 1월 1일부터 한국형 레몬법이 전면 시행되고 있다. 신차 구입 후 1개월 이내에 주행 및 안전 관련 결함이 2회 이상 발생하거나, 12개월 이내에 중대 결함 및 동일 하자가 4회 이상 발생하면 자동차 제조사에서 차량을 교환 또는 환불해주는 제도이다. 미국은 법적 강제성이 있지만 한국은 단순 권고사항에 그친다는 것에서 차이가 있지만 말이다.
볼보가 가장 먼저 적용
레몬법은 자동차 제조사나 수입차를 공급하는 쪽이 소비자들과 제품 공금 계약서에 자필 서명을 해야 효력을 발휘한다. 즉, 제조사 측에서 계약서에 해당 내용을 명시해야 효력이 발생된다는 이야기다. 한국형 레몬법을 가장 먼저 시행한 브랜드는 한국 브랜드가 아닌 수입 브랜드 ‘볼보’다.
한국형 레몬법은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자동차 제조사들이 굳이 앞장서서 도입할 이유가 없다. 때문에 볼보가 더 빛났던 것이다. 볼보코리아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고객들이 우리 제품을 안심하고 소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믿고 찾을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레몬법을 적극 수용했다”라고 설명했다.
다름 아닌 롤스로이스
첫 번째는 볼보였으니, 두 번째는 국산차 제조사 중 한 곳일까. 아니다. 세계 3대 명차라 불리는 ‘롤스로이스’가 한국형 레몬법을 두 번째로 적용했다. 롤스로이스 모터카는 22일부터 한국형 레몬법을 적용한다. 한국 소비자가 롤스로이스를 구매할 경우 하자 발생 시 신차로의 교환 및 환불 보장 등의 내용이 포함된 서명 계약에 따라 하자 발생 시 교환 또는 환불을 받을 수 있다. 물론 레몬법 기준에 의거하여 말이다.
토스텐 뮐러 오트보쉬는 “롤스로이스는 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책임감 있는 제조사이자 =럭셔리 산업을 선도하는 브랜드로서 레몬법을 조기에 적용하기로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볼보에 이어 한국 소비자들에게 다시 한 번 좋은 이미지를 심어준 브랜드가 되었다.
“올해 1월 1일 이후
인수한 고객 모두 동일한 혜택”
세 번째 만큼은 국산차 제조사가 이름을 올렸으면 했으나, 역시나 수입차 제조사다. 세 번째로 레몬법을 적용하여 시행하는 자동차 제조사는 ‘BMW’인 것으로 전해졌다. BMW는 “정부가 추진 중인 한국형 레몬법을 올해 1월 1일 이후 차량을 인수한 고객 모두 동일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적용한다”라고 밝혔다.
이로써 롤스로이스를 포함하여 BMW 그룹 브랜드들은 모두 한국형 레몬법을 적용하기 시작했고, 가장 먼저 도입한 브랜드는 볼보다. 그렇다면 국산차 제조사들은 어떨까?
‘한국 제조사’들은 뭐 하나?
‘한국’ 레몬법인데 ‘한국 제조사’들은 소식이 잠잠하다. 보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 쌍용자동차, 르노삼성차, 그리고 한국지엠이 레몬법 도입을 결정하긴 했으나 시행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 ‘도입 선언’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적용’인 것을 몰랐던 것일까.
한국 레몬법인데 정작 국산차 제조사들이 수입차 제조사보다 느린 움직임을 보였다. 특히, 품질과 관련하여 소비자들의 신뢰를 하루빨리 회복해야 하는 제조사의 움직임이 적극적인 것 같지 않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일각에선 “좋은 취지로 도입한 레몬법이 수입차에만 부당하게 적용되지 않을지 걱정된다”라며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바로 이전 비하인드 뉴스에서도 이 발언과 함께 마무리해드린 바 있는데, 오늘 다시 한 번 꺼내본다. 볼보 CEO 하칸 사무엘손은 자율주행차 사고 과실비율이 한창 이슈일 때 “자율주행차 사고는 모두 우리가 책임진다.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렇다. 내구성 좋은 자동차는 철저히 기업이 만들어가는 것이다. 좋은 품질은 기본이고, ‘내구성 좋은 차’라는 이미지는 기업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단순히 생각해보자. 우리는 볼보가 안전도 평가에서 우수한 점수를 받았다고 뒷배경이 있을 것이라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현대기아차가 안전도 평가에서 우수한 점수를 받았다고 하면 “수출용이랑 다르니 당연하다”, “정부가 기업 아래에 있으니 당연하다”라는 반응을 내보인다. 그간 기업 스스로 만들어온 이미지가 서로 이렇게 다르다는 것이다.
소비자 권리를
포기하겠다는 것
간혹 이런 주제를 보면 “저 차들이 얼마나 비싼데 당연한 것 아니냐”라는 반응을 보이는 분들도 계신다. 소비자들은 안전하고 품질 좋은 제품을 구매할 권리가 있다. 돈을 지불하니 당연하다. “저렴한 자동차는 괜찮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즉, 소비자로서의 권리를 포기하겠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내구성 좋은 자동차 제조사 토요타나 렉서스는 롤스로이스처럼 천문학적인 가격표를 달고 있지 않다.
단순히 생각해보자. 우리는 몇만 원짜리 가전제품을 살 때도 품질 인증 표시를 따지고, 하자가 있으면 쇼핑몰을 통해 교환하거나 반품하기도 한다. 자동차도 소비자가 구매하는 ‘제품’ 중 하나다. 돈을 내고 제품을 정당하게 구매하는 것이지, 기업 좋으라고 기부하는 것이 아니다. 오토포스트 비하인드 뉴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