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는 비싸서 안 팔린다”, “가격이 저런데 누가 사냐”, “가격만 보면 철수 준비하는 것이 맞다”… 최근 쉐보레 관련 기사에서 자주 등장하고 있는 말들이다. 소비자들은 대부분 쉐보레가 재도약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로 가격과 타이밍을 말한다.

‘이쿼녹스’를 시작으로 한국지엠은 ‘트래버스’와 ‘콜로라도’로 두 번째 재도약을 시도한다. 올해 하반기 대형 SUV 트래버스와 픽업트럭 콜로라도를 한국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다. 문제는 이들이 경우 합리적인 가격으로 나오기 쉽지 않은 구조에 있다는 것이다. 오늘 오토포스트 비하인드 뉴스는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키워드와 한국지엠에게 남은 마지막 카드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김승현 기자

한국에서 잘 나가던 쉐보레
연간 18만 대 팔릴 때도 있었다
쉐보레도 한국에서 잘 나가던 시절이 있었다. 준중형 세단 ‘크루즈’와 더불어 현행 ‘말리부’가 처음 출시될 때에는 ‘SM6’와 함께 높은 판매 실적을 기록하며 ‘쏘나타 뉴 라이즈 조기 출시’라는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다. 연간 판매량 15만 대 내외 수준을 유지하다가 2016년에는 18만 267대로 절정을 찍는다. 그런데 2017년에 13만 2,378대로 5만 대가량이 빠지더니 2018년에는 2016년의 반 토막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잘 나가던 시절
크루즈와 올란도
한창 잘 나가던 시절, 가장 잘 팔리는 자동차는 크루즈와 말리부, 그리고 올란도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가격이 비싸다’라는 여론이 크지 않을 때다. 그중에서도 올란도는 오히려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키워드를 마케팅으로 활용하기에 충분했다.

7인승 MPV 시장에서 ‘카렌스’가 고전하고 있을 때 올란도는 계속해서 높은 판매량을 유지했었다. 2011년 국내 출시 이후 큰 모델 변경 없이 8년 동안 판매를 이어왔다. 불과 2015년까지만 해도 연간 2만 대 가까운 판매량을 기록했으며, 2016년에는 1만 2,881대, 그리고 쉐보레 전체 판매량이 감소하기 시작한 2017년에는 8,067대를 판매했다.

신형 크루즈부터 가격 경쟁 실패
군산 공장 사태 등 급격히 하락세
가격 경쟁에서 뒤처진다는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심화된 것은 신형 크루즈 출시 때부터다. 한국 시장 철수를 위해 크루즈 가격 경쟁을 일부러 잡지 않은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가격 경쟁에서 뒤처지면서 판매량이 줄어들게 되었고, 군산 공장 사태까지 번지면서 아예 단종되었다.

판매량을 견인하던 주력 모델 크루즈와 올란도가 단종되었고, 군산 공장은 결국 다른 기업에게로 넘어갔다. 온전하게 판매되고 있는 차종은 말리부와 스파크뿐이고 첫 번째 재도약 카드로 내놓은 이쿼녹스는 출시 전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비판 도마에 오르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합리적인 가격이 돌파구
그런데 계속 해외 생산
자동차를 들여오고 있다
비록 북미 시장에서는 판매량 순위권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달랐다. 어떤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그 시장에서 잘 팔리고 있는 자동차들보다 가격 대비 상품성이 뛰어나거나, 상품성 대비 가격이 뛰어나야 하지만 이쿼녹스는 그렇지 못했다.

이쿼녹스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가격 이전에 애매한 경쟁 상대 지목이었다. 파워 트레인과 크기는 ‘투싼’에 가까웠지만 출시 초기 경쟁 상대로 ‘싼타페’와 ‘쏘렌토’를 지목했다. 여론이 좋지 않아 ‘QM6’로 급선회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계속해서 재도약 카드를 꺼내놓고 있는 상황에서도 비판받는 이유는 그들이 꺼내놓는 카드들이 합리적인 가격과 거리가 먼 자동차들이기 때문이다. 이쿼녹스를 비롯해 앞으로 출시될 트래버스와 콜로라도 모두 미국에서 생산되어 오는 자동차들이다. 즉, 사실상 수입차이기 때문에 가격 경쟁에서 유리할 수가 없다는 이야기다.

꼭 분석하는 입장이 아니더라도,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보아도 재도약 의지를 느끼기 힘든 이유다. 마지막 축구 경기에서 이겨야 최종 승리를 거두는데, 축구 경기에 농구 선수를 계속 내보내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가격 경쟁 가능했던 이유
국내 공장 생산이 컸다
쉐보레가 한국에서 잘 나가던 때 가격 경쟁이 가능했던 이유는 국내 공장에서 생산된다는 것이 컸다. 이쿼녹스, 트래버스, 그리고 콜로라도는 메르세데스 벤츠나 BMW처럼 해외공장에서 생산되어 오는 수입차이기 때문에 가격 경쟁에서 밀리는 것이 당연하다.

올란도와 크루즈, 그리고 지금 판매되고 있는 말리부 등은 국내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 말리부가 이쿼녹스와 다른 행보를 걷고 있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한국지엠에게는 재도약 카드로 내놓을만한 것이 아예 남지 않은 걸까? 결정적인 카드가 하나 남아있다. 물론 이 카드를 어떻게 잘 활용할지는 한국지엠에게 달렸다.

국내 출시 예정 트레일블레이저
한국 부평 공장에서 생산된다
합리적인 가격을 갖추기 좋은 조건이다. 한국지엠은 트래버스와 콜로라도뿐 아니라 ‘트레일블레이저’도 국내 시장에 출시할 것이라 밝혔다. 트랙스와 이쿼녹스 사이에 위치하는 준중형 SUV다. 중요한 점은 트래버스, 콜로라도와 다르게 트레일블레이저는 한국 부평 공장에서 생산된다는 것이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이에 대해 “트레일블레이저는 한국지엠이 우리나라 정부 및 산업은행과 함께 작년에 발표한 미래 계획의 일환으로, 내수 판매 및 수출을 위해 국내 부평공장에서 생산된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일각에선 인력 구조조정 논란이 있던 부평 공장에도 다시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트래버스, 콜로라도는
라인업 늘리겠다는 의지 정도로
부평 1공장에서 생산되는 트레일블레이저는 내수와 수출 물량을 모두 책임진다. 말리부가 생산되고 있던 부평 2공장에는 트랙스가 합류한다. 국내 공장에서 생산된다는 것은 즉, “합리적인 가격이 형성될 수 없는 구조”라는 변명을 할 수 없게 된다는 이야기다.

트래버스와 콜로라도는 미국에서 생산되어 들어오는, 말 그대로 수입차이기 때문에 비교적 합리적이지 못한 가격이라도 변명할만한 명분이 있다. 그러나 트레일블레이저에게는 그럴만한 근거나 명분이 없기 때문에 사실상 마지막 재도약 카드이자 소비자들의 신뢰를 되돌려놓을 마지막 기회로 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사진=오토포스트 독자 ‘harm****’님 제보)

“우리 철수할 거야”
사실상 대놓고 말하는 꼴
가격 경쟁이 가능하다는 전제가 깔려있는 자동차, 그럼에도 가격 경쟁에서 실패한다면 사실상 “우리 철수할 거야”라고 대놓고 말하는 격이 된다. 한국지엠에게 이러한 요구를 할 수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재도약을 소비자들이 요구한 것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 재도약 하겠다고 외쳤기 때문이다. 적어도 모험에 가까운 마케팅과 전략을 펼쳐야 소비자들이 납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트레일블레이저가 가져갈 역할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한국 소비자들을 사로잡아 재도약의 발판이 되는 것이고, 둘째는 지금껏 내놓은 재도약 카드는 진짜가 아니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쿼녹스, 트래버스, 그리고 콜로라도가 ‘철수를 위한 밑그림’이 아니라 ‘라인업을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트레일블레이저가 제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 오토포스트 비하인드 뉴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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