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인천 영종소방서, KBS 뉴스)

도로 위는 마치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인생과도 같다. 내가 아무 잘못을 하지 않아도 누군가가 나를 해칠 수도, 내가 저지른 작은 실수가 큰 비극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살면서 가장 기본적으로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 무엇일까? 아마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 그중 하나가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음주운전’은 생각을 해서도, 저질러서도 안 되는 범죄로 말할 수 있다. 오죽하면 음주운전을 두고 살인미수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런데 그런 음주운전으로 한 가장이 목숨을 잃었다. 더 화제가 되는 것은 이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다. 오늘 오토포스트는 을왕리 음주운전 사건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정지현 에디터

(사진=인천 영종소방서)

2020년 9월,
한 50대 가장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 9월, 인천 을왕리 해수욕장 인근에서 오토바이를 몰고 치킨을 배달하던 50대 가장이 목숨을 잃었다. 이는 면허 취소 수준을 훌쩍 넘길 정도로 만취한 30대 여성 A씨가 역주행을 하다 오토바이를 들이받아 벌어진 비극이었다.

실제로 당시 A씨가 운전한 벤츠 차량은 시속 60㎞인 제한속도를 시속 22㎞ 초과했고 중앙선을 침범해 역주행했다. 더불어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94%로, 면허취소 수치인 0.08%를 훨씬 넘었다. 검찰은 운전자 A씨에게 이른바 윤창호 법을 적용해 징역 10년을 구형했으나, 최종적으로 애초에 구형한 형량의 절반인 징역 5년을 선고했다.

A씨에게 적용된
윤창호 법이란?
윤창호 법은 음주운전 교통사고의 처벌과 기준을 강화하는 법안이다. 음주운전 사망사고를 낸 운전자를 살인죄 수준으로 강도 높게 처벌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면허정지와 면허취소에 해당하는 혈중알코올농도 기준 역시 강화됐다. 혈중알코올농도가 0.03~0.08% 미만의 경우 운전면허가 정지되고 0.08% 이상의 경우는 면허가 취소된다.

더불어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다치게 했을 때의 형량도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서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됐다.

(사진=MBC)

A씨 옆에는 B씨가 있었다
동승자 최초로 윤창호 법 적용
A씨 옆자리엔 함께 술을 마신 40대 남성 B씨도 타고 있었다. B씨는 사고가 나기 전 A씨가 운전석에 탈 수 있게 리모트 컨트롤러로 자신의 회사 법인 소유인 2억 원 상당의 벤츠 차량 문을 열어주는 등 사실상 음주운전을 시킨 혐의를 받은 바 있다.

따라서 검찰은 동승자이자 차량의 소유자인 B씨에게도 음주운전 치사 혐의 등을 적용해 징역 6년을 구형했다. 동승자 B씨가 적극적으로 음주운전을 부추긴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는 동승자에게도 처음으로 ‘윤창호 법’을 적용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사진=KBS 뉴스)

수정된 형량이 공개됐다
“이게 말이 되냐”
하지만 법원은 B씨가 음주운전을 방조했다는 혐의만 인정하고, 최종적으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다시 말해, 운전자 A씨가 본인 의사로 음주운전을 했고 동승자였던 B씨에게 A씨의 운전을 지도하고 감독할 주의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앞서 B씨는 피고인 신문에서 질문에 대해 “기억이 없다”라고 일관했다. B씨는 “호텔에서 얼마나 마셨나. 사고 후 차량에서 한동안 왜 내리지 않았느냐”라는 변호인 질문에 “정말 죄송하다. 제가 왜 그랬는지 기억에 없다”라고 답하며, 신문 당일 자신의 변호인과 검사의 질문 중 55차례나 “기억이 없다”라고 답했다.

(사진=YTN)

B씨는 유족을 찾아가
보상금을 제시하고
합의를 종용했다
한편 작년 12월경 인천 중부 경찰서에 따르면, 피해자 유족은 경찰서 청문감사관실로 신변 보호를 요청했다가 철회한 전력이 있다. B씨가 유족의 자택을 찾아가 현관문을 두드리고 피해자 지인에게 합의를 주선해 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B씨 측은 피해자에게 최대 6억 원의 보상금을 제시하며 합의를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B씨 측이 한밤중에 유족의 집에 찾아가 현관문을 두드렸다”라며 “남편을 잃은 충격으로 집 밖에도 잘나가지 못하는 부인은 가해자 일행이 집에 찾아와 문까지 두드렸다는 사실에 공포를 느꼈다고 호소하고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유가족 측은
더 이상 사건이
언급되지 않길 바란다
동승자 B씨에 대한 판결을 두고 법원은 “유가족이 B씨와 합의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라는 점을 언급하며 판결의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은 판결 내용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할 계획으로 밝혔다.

이번 재판 결과에 대해 유가족 측은 별도 입장 없이 “잊히고 싶은 상황이라 사건이 언급되지 않길 바란다”라고만 전해왔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충격이 크기에 사건이 다시금 언급되는 것조차 견디기 힘든 상황으로 보인다.

“고작 징역 5년? 집행유예?”
“이게 말이 되는 거냐”
이에 대한 네티즌의 의견은 어땠을까? 당연히 부정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각에선 “음주운전으로 사람 죽였는데 고작 징역 5년? 왜 살인죄 적용 안 하냐?”, “이러니 음주운전이 근절되지 않는 것이다”라며 다소 가벼워진 판결에 분노했다.

더불어 “만취 상태에 역주행인데 이게 말이 되는 판결이냐”, “판사는 판결을 내면서 돌아가신 분과 유가족들한테 죄책감 안 들었을까?”라며 피의자와 판결에 강한 비판을 더하는 반응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사진=머니투데이)

본 사건을 주시한 한 변호사는 “동승자에게도 적용할 수 있었던 수사기관의 적극적인 태도에 대해서, 법원은 기존의 소극적인 태도로 운전자에게만 ‘윤창호 법’을 적용하고 동승자에게는 적용하지 않았다”라며 비판적인 의견을 드러냈다. 더불어 “아쉬운 판결”이라며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오늘 살펴본 사건은 다만 뉴스에 등장하는 비극이 아니다. 우리 모두에게 닥칠 수 있는 불행이다. 비록 본 사건은 누군가의 잘못으로 비롯됐지만,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것은 그 사람을 교화하는 것이 아닌 강력한 법의 제재에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에 몇몇 소비자는 본 사건의 판결을 두고 “아직 우리나라는 갈 길이 멀다”라며 한탄하는 분위기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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