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던 사람들 어디 갔나?” 결국 숫자가 증명해버린 아이오닉이 망할 수밖에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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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

“역대급”, “혁신적인”, “미래적인”. 이는 모두 오늘의 주인공에 종종 붙는 수식어였다. 하지만 요즘 나오는 기사들을 살펴보면 상황이 다르다. “이제 어쩌나”, “눈물짓는”, “속앓이” 등이 아이오닉 5에 주로 붙는 타이틀이 됐다. 이는 반도체 부품 대란에 의한 나비효과로, 아이오닉 5를 계약한 소비자 역시 골머리를 앓는 실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다룰 내용은 크게 세 가지다. 이들은 모두 일정 부분 ‘숫자’와 관련돼 있다. 아이오닉의 생산 가능 대수, 수요에 못 미친 반도체 공급 수, 보조금 지급 가능 수다. 자세한 이야기는 찬찬히 풀어나가도록 하자. 오늘 오토포스트 비하인드 뉴스는 아이오닉 5와 소비자가 눈물지을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정지현 에디터

1. 생산 가능 대‘수’
생산 가능 대수가
심각하게 줄어든 이유?
아이오닉 5의 생산 가능 대수가 줄어든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처음에는 비난의 화살이 노조로 향했다. 양산 합의는 했지만, 증산 합의를 하지 않았던 것이 문제였다. 그런데 이제는 생산 가능 대수 감소 이유가 노조가 아닌, 반도체 부품 대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 부품 수급에 차질에 생기면서 현대기아차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자동차 브랜드가 난항을 겪고 있다. 이에 제조사가 생산량을 줄이는 건 기본이고, 뭇 소비자 사이에선 “앞으로 2년 동안 신차를 절대 사지 말라”라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사진=연합뉴스)

5월 생산 대수는
1만 대에서 2,600대로
반도체 부품 수급난으로 인해 아이오닉 5의 5월 생산 대수가 1만 대에서 2,600대로 줄었다. 이어 울산 공장이 휴업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전해지고 있다. 심지어 그랜저를 생산하는 아산공장, 기아 조지아 공장까지 휴업했으니, 현대기아차도 반도체 부품 수급난에 전체적인 타격을 입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이제 막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아이오닉 5는 사전계약 일주일 만에 무려 3만 5천 대를 기록했다. 한 달에 3천 대 이상 생산이 되어야 대기 기간이 1년 언저리가 될 텐데, 월에 2,600대 생산이면 대기 기간이 1년을 훌쩍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1년 이상의 대기 기간
삼성전자와 논의해봐도…
앞서 언급했듯이 생산 대수가 줄어든 와중에 부품이 없어 휴업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만약 아이오닉 5를 생산하는 울산 1공장이 휴업을 하게 된다면 아이오닉 5는 6,500대 정도 생산이 더 밀리게 될 것이다.

점차 나아지긴 하겠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순번이 뒤에 있는 소비자는 최소 1년 이상 아이오닉 5를 기다려야 할 듯하다. 심각한 상황에 현대차 측은 삼성전자와 반도체에 관련한 논의를 시작했지만, 아직 마땅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사진=YTN)

2. 반도체 생산 ‘수’
반도체 대란 현상
어디부터 잘못된 걸까?
그렇다면 반도체 대란 현상이 애초에 왜 일어났을까? 자동차 반도체 대란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경제학적인 측면으로 보면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반도체 제조 기업에겐 본디 자동차에 들어가는 반도체보다 IT 기기에 들어가는 반도체가 더 가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곧 두 번째 이유와 연결된다. 파운드리 업계의 호황이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언택트로 즐길 수 있는 취미가 주목받으며, IT 기기에 수요가 집중됐다. 그리고 이 덕분에 반도체를 제조하는 파운드리 업계는 굉장한 호황을 맞았다.

IT 기기 반도체
VS 차량용 반도체
여기서 쟁점이 되는 것은 자동차보다 스마트폰과 같은 IT 기기에 들어가는 반도체가 더 비싸고 고도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반도체 기업은 수요가 높고 가치도 높은 IT 기기의 반도체에 더 집중하게 될 것이다. 요컨대, 반도체 제조사 입장에선 차량용 반도체보다 IT 기업에 공급하는 반도체를 제작하는 게 더 이득인 셈이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반도체 100개보다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반도체 100개가 더 돈이 된다면, 그리고 애초에 생산량 역시 스마트폰이 더 많다면 반도체 제조사는 어떤 선택을 할까? 이런 상황이라면, 스마트폰 반도체 생산을 늘리고 자동차 반도체 생산을 줄이는 게 경제적이라는 판단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보안을 위해서였지만
그게 문제가 됐을 수도
세 번째 이유는 자동차 업계의 특성을 같이 이해해야 한다. 흔히 자동차 제조사는 협력 업체를 하나, 많아야 두세 군데만 두는 게 일반적이다. 반도체 쪽은 특히나 차량용 반도체 품질 자체가 탑승자 안전과도 직결이 되다 보니 보안을 엄격히 검증해야 한다는 문제도 더해진다. 이러한 이유로 반도체 업계는 협력업체를 여러 군데 두는 걸 더 꺼려 한다.

때문에 반도체 대란이라고 해도 수급난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딱히 나오지 않는 게 문제다. 마음대로 증산을 할 수도 없는 구조이다 보니까 어쩔 수 없이 생산을 줄이거나 아예 자동차 생산 공장이 휴업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에 반도체 공급 문제가 장기화될 거라는 이야기도 함께 들려오는 상황이다.

세 번째 보조금 지급 가능 대‘수’
“1,000만 원 더 내셔야…”
보조금 대란도 문제다
그런데 여기서 소비자에게 굉장히 중요한 문제점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보조금이다. 보조금이 동난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상상해보자. 한 소비자는 이미 아이오닉 5 사전계약을 완료했고, 사전계약 당시엔 예정된 돈만 내면 출고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영업사원이 다가오더니 “당신이 이 차를 받고 싶다면 그 돈에 1,000만 원을 더 내야 합니다”라고 말한다.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생산 대란만 있는 줄 알았더니 보조금도 대란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엎친 데 덮친 격인 셈이다. 보조금을 못 받으면 사실상 천만 원이나 더 비싸게 차를 사게 되는 것이니, 소비자는 이런 상황에 불만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보조금은 현재 거의 동난 상태로, 서울은 최악의 경우 이번 달에 올해 전기차 보조금 예산이 다 떨어질 수도 있다.

(사진=저공해차 통합 누리집 사이트)

숫자로 살펴보니
보조금 따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저공해차 통합 누리집이라는 정부 사이트를 들어가 보면 전기차 보조금 지급 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자료를 기반으로 정리를 한다면, 4월 7일 기준으로 서울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전기차 대수가 3,930대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부산은 1,580대, 대구는 2,240대, 인천은 4,340대다. 경기도는 시별로 광명시가 63대, 시흥시가 73대이며, 강원도는 이미 출고 가능 대수가 다 떨어진 곳들도 있다. 제주도는 1,936대가 남았다.

대략적인 계산을 해보자면, 전국적으로 약 4만 대 정도가 보조금 지급 대상 차량으로 남아 있다. 그런데 아이오닉만 해도 벌써 3만 5천 대가 사전계약됐으니, 사실상 보조금이 하늘의 별 따기가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5월부터 6월 사이에 추경이 이뤄질 것 같다는 예측도 있지만 예산 문제가 장애물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여러 가지 요소들이 쌓이고 쌓이다 보니 각종 동호회에서는 현대차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실제로 한 동호회에서 발견한 글에선 2월에 예약 걸어놓은 소비자가 “계약 당시에 3월 출고 예정이라더니 지금까지도 출고 관련 얘기가 없고 생산도 제대로 안 되고 있다”라며 불만을 표출한 바 있다.

일각에선 “애초에 현대차가 생산 계획을 제대로 못 잡아서 그렇다”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여러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것은 제조사도 마찬가지일 테지만, 사실상 가장 애가 타는 건 계약금을 걸어놓고 아무런 손도 쓸 수 없는 소비자일 것이다. 오토포스트 비하인드 뉴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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