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차는 지자체가
차고지 증명제를 시행 중이다
주차 문제와 관련된 기사가 보도될 때마다 “우리도 차고지 증명제를 실시해야 한다”라는 목소리가 많은데, 실제로 이미 화물차는 지자체가 차고지 증명제를 시행 중이다. 각 지자체가 도심 주택가 주차난 해소를 위해 화물차 차고지 증명제를 실시한지 오래다.
그러나 여전히 밤만 되면 도로 위는 대형 화물차와 버스 주차장이 되곤 한다. 사고로도 이어져 문제가 심각하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대형차 차고지 증명제의 문제점과 이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김승현 기자
차고지 증명제 무색하게
밤만 되면 도로 위가 꽉 찬다
분명 차고지 증명제를 시행 중이지만 밤이 되면 도로가 차고지로 변한다.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으니 당연하다. 큰 아파트 단지 주변은 물론이고, 작은 주택가 근처 도로도 밤만 되면 화물차들이 빼곡히 들어찬다.
이에 대해 한 자동차 커뮤니티 이용자는 “구청에 민원을 넣어도 나아지지 않는다. 어제도 전화하니 자기들 인력이 부족하고 민원이 많아서 다 처리 못하니 기다리라 하고 있는데, 처리할 의지가 있는 건지 모르겠다”라며 게시글 하나를 올렸다. 이어 “새벽 두세시에 후진 경고음이 크게 울리는 바람에 잠을 깬 적도 몇 번 있다. 주말에는 대부분 일을 안 나가기 때문에 도로가 주차장으로 변해버린다. 코너를 돌 때도 앞이 안 보여 조마조마하다”라며 글을 마쳤다.
영업용 대형 화물차는
1년마다 주차 공간 신고해야
자가용 화물차도 포함된다
영업용 대형 화물차는 현재 시행 중인 차고지 증명제에 따라 1년마다 주차 공간을 확보하여 지자체에 신고해야 한다. 지자체마다 조건은 다르다. 어떤 곳은 1.2톤 이상, 어떤 1.5톤 이상, 아파트의 경우 2.5톤 차량 등록이 가능한 곳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자가용 화물차도 신고 대상이다.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령에 따르면 자가용으로 사용되는 화물자동차로서, 최대 적재량이 2.5톤 이상인 화물자동차에 대하여 시도지사에게 신고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즉, 아파트 주변 도로에 화물차가 주차되어야 할 법적 이유나 근거가 전혀 없다는 이야기다.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다”
vs
“생계 없는 사람이 어디 있나”
대형차 불법 주정차를 바라보는 시선은 크게 두 가지다. 의견은 다르지만 두 시선 모두 ‘생계’를 주제로 한다는 것은 동일하다. 첫 번째는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다”라는 화물차주들의 의견, 두 번째는 “생계 없는 사람이 어디 있나”라며 반박하는 주변 거주자들, 혹은 운전자들이 되겠다.
이들의 의견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이 의견들을 보고 다른 생각이 있으시다면 댓글을 남겨주셔도 좋다. 혹은 어느 한쪽의 의견이 본인의 생각과 같으시다면 힘을 보태주셔도 좋다.
1. 화물차 기사 입장
주거지 근처에 없는 차고지
지자체가 불법을 유도하기도
우선 화물차 기사 입장이다. 한 화물차 기사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다른 곳에 주차장이 없어 전부 다 길에다 댄다. 실제로 화물차를 주차할 주차장이 없는 걸 우리한테만 뭐라 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화물차 기사는 “구청에 전화했더니 이쪽에 대라고 했어요”라며 오히려 지자체가 불법 주차할 곳을 추천해주기도 한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통계와 보도에 따르면 경기도 화물차 등록 대수는 4만 대 이상이다. 그러나 화물차 전용 주차장은 경기도에 43곳, 이 주차장들이 수용할 수 있는 화물차는 8,300여 대에 불과하다. 일반 승용차뿐 아니라 대형 화물차도 심각한 주차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 반대 시선
불법 주정차로 사고 나면
피해자 생계는?
이번엔 반대 시선이다. 불법 주차로 화물차 기사의 생계가 유지된다고 한다면, 불법 주차로 인한 사고로 목숨을 잃거나 크게 다치는 피해자들의 생계는 누가 책임지냐는 것이 그들의 입장이다. 표에서 살펴보았듯 불법 주정차 관련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연간 200여 명에 달한다.
차체가 커 보행자도 잘 보이지 않고, 버스 정류장에 세워져 있으면 끝 차로가 아닌 중간 차로에서 승객이 타고 내리기 때문에 사고 위험이 더 커진다. 밤이 되면 잘 보이지도 않아 대형 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불법 주차된 화물차의 위험성을 일깨워준 사고가 하나 있다. 급발진이 원인으로도 추정되는 2년 전 부산에서 일어난 일가족 사망 사고가 바로 그것이다. 만약 그 자리에 불법 주차된 화물차가 없었다면 안타까운 결과가 달라지진 않았을까.
“우리도 차고지가
있는지 없는지 몰라”
화물차를 사려면 차고지가 있어야 하는데 차고지가 없다. 한 공영주차장 관계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16년 9월에 신청한 사람이 이제 들어간다. 정기권 태그가 들어오질 않는다. 다른 데 일을 1년 동안 가도 돈을 다 내고 간다. 다시 왔을 때 주차장이 없으니 그렇다”라고 말했다.
결국 브로커까지 등장했다. 수수료를 받고 주소만 빌려주는 것이다. 한 화물차 기사는 “차고지가 있는지 없는지 우리도 모른다. ‘차고지 증명 좀 끊어줘라’하면 끊어주고, 1년에 24만 원, 25만 원 정도를 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주차 문제 나온 지 수십 년
여전히 제자리걸음
이를 관리 감독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국토교통부를 비롯한 각 지자체의 역할이다. 주차 관련 문제가 제기된 지가 수십 년인데,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파주, 포천 등에는 유령 차고지가 밀집해있고, 위 사진처럼 차고지로 등록되어 있는 주소를 찾아가 보면 화물차는 한 대도 없는 들판이거나 폐자재 쌓인 맹지가 대부분이다.
위에서 살펴보았듯 연간 200여 명이 불법 주정차로 인해 목숨을 잃고 있다. 오늘 소개해드린 사례는 우리나라 도로교통 관련 법이 얼마나 유명무실한가를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라고도 말할 수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속담이 있던가…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고치면 다행이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