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회사가 사라질 위기에 처한 쌍용차에게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만들어줬으면 하는 차가 있다. 아니 진작에 이런 차라도 만들었다면 이런 상황까진 오지 않았을 수도 있다. 언제나 그랬듯 쌍용차는 정면승부보단 틈새시장을 노리는 전략이 잘 먹혀들었기 때문이다.

오늘 소개할 자동차는 경형 SUV인 스즈키 짐니다. 국내에는 정식 수입되지 않는 일본차로, 일부 직수입 업자들이 수입해온 물량을 구매해 타고 있는 차주들이 존재한다. 이 차를 볼 때마다 “쌍용이 이런 차 하나 만들어 줬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스즈키 짐니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박준영 에디터

갤로퍼를 밀어낸 무쏘가
활약하던 그때 그 시절 쌍용차
벌써 20년 전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그때 그 시절 쌍용차는 적어도 국내에선 SUV 명가로 불리기에 충분한 자동차 제조사였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추억이 묻어있는 무쏘는 듬직한 SUV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자동차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무쏘는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던 미쯔비시 파제로를 라이선스 생산한 갤로퍼라는 큰 경쟁상대가 존재했지만, 벤츠와의 기술제휴를 통해 디젤 엔진을 공급받았고, 갤로퍼보다 세련된 디자인, 정숙한 실내, 엄청난 내구성 덕분에 갤로퍼를 밀어내고 대활약을 펼쳤다.

대학생들의 로망이었던
코란도도 빼놓을 수 없다
갤로퍼와 함께 많은 대학생들의 로망이었던 코란도도 빼놓을 수 없다. 1996년 출시된 뉴코란도는 정통 지프 스타일을 살리면서 승용차의 디자인 요소를 조합한 것이 특징이다. 실내는 멋보단 실용성이 강조되어 매우 쓰기 편한 디자인을 갖췄었기에 특히 젊은 층들에게 상당한 인기였다.

이때 당시 코란도의 향수에 젖어있는 소비자들이 대부분 한 번쯤 스쳐 지나가는 말로 “옛날 코란도 같은 차 다시 한번 만들어주면 살 텐데”라는 말을 하곤 한다. 이것이 바로 매체에도 자주 등장하는 일명 “지프 코란도”다.

많은 소비자들이
지프 코란도 부활을
외쳤던 이유
쌍용차를 응원하는 많은 소비자들이 지프 코란도의 부활을 계속해서 주장한 이유가 있다. 쌍용차의 이미지와 잘 어울릴 뿐 아니라, 국산차 제조사 중 이런 차를 만들 제조사가 쌍용차밖에 없기 때문이다. 옛날부터 뛰어난 오프로드 능력을 가진 4륜구동 SUV를 생산하던 SUV 명가 쌍용차이기 때문에 레트로 디자인이 유행하는 요즘 시대에 지프 코란도를 부활시킨다면 충분한 승산을 점쳐볼 수 있다.

그러나 2019년에 쌍용차 관계자와 인터뷰를 통해 “지프 코란도의 판매량을 보장할 수 없으며, 이는 중견기업에겐 꽤나 큰 모험이었기에 시장에서 잘 팔리는 도심형 SUV에 당장은 집중할 수밖에 없다”라는 말을 남겼다. 그러면서도 “지프 코란도를 아예 생각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상황에선 어쩔 수 없다”라는 말도 같이 남겼다.

“당장은 도심형 SUV에
집중할 수밖에”없다던
쌍용차의 판단은 빗나갔다
하지만 쌍용차의 이런 판단은 그리 좋지 못한 결과를 낳았다. 티볼리의 성공에 코란도 역시 도심형 SUV로 만들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걸까? 개발비만 3,500억 원을 투입한 신형 코란도는 결국 라이벌 모델들보다 뛰어난 점을 어필하지 못하며 시장에서 도태되는 결과를 맞이했다.

쌍용차의 효자 역할을 하던 티볼리는 이제 풀체인지를 해야 하는 시점으로 사실상 수명이 다한 상태다. 코란도가 구원투수가 됐어야 하지만 계획이 빗나가면서 쌍용차에겐 위기가 찾아왔다. G4 렉스턴도 그리 좋은 성적을 보이지 못했으며, 최근 페이스리프트를 거쳐 판매량을 회복했지만 그리 인상적인 수준은 아니다. 그나마 픽업트럭 렉스턴 스포츠만이 간신히 쌍용차의 힘이 되고 있다.

레트로 디자인이 유행하는 요즘
더욱 생각이 날 수밖에 없는
지프 코란도
결과론적인 이야기이지만,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많은 소비자들은 여전히 쌍용차를 향해 “그러게 진작에 과거 코란도를 부활시켰어야지”, “지프 코란도를 버린 건 가장 큰 실수”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더군다나 현재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를 살펴보면 레트로 디자인을 재해석한 뉴트로 디자인 열풍이 불고 있는 상황인지라 지프 코란도가 더욱 그리워질 수밖에 없다.

포드는 브롱코를 부활시켜 역대급 흥행을 기록하고 있으며, 랜드로버는 단종됐던 디펜더를 멋지게 부활시켰다. 이들은 모두 헤리티지를 그대로 이어가는 의미 있는 모델로 재탄생하여 과거 모델에 대한 향수를 자극함과 동시에 새로운 수요층까지 노릴 수 있는 전략을 택했다.

4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경형 SUV 스즈키 짐니
그래서 “지금 당장 쌍용차가 개발해야 할 자동차가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바로 경형 SUV다. 대표적인 예로 스즈키 짐니를 들 수 있는데, 이는 1969년부터 생산되어 무려 4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일본 스즈키가 만든 경형 SUV다. 국내에 정식으로 수입되어 판매되지는 않지만, 일부 직수입 업자들이 유럽으로 수출된 수출명 시에라를 국내로 들여와 판매하는 것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존재한다.

다부진 외모를 가진 짐니는 리틀 G바겐으로 불리기도 하며, 일본 현지에선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으며 랜드로버 디펜더, G바겐을 따라 한 모습의 튜닝카들도 종종 등장한다. 풀체인지 모델이 등장한지 3년이 지난 시점에도 주문을 하면 차를 받기까지 10개월에서 1년 정도를 기다려야 할 정도라고 한다.

저렴한 개발비에
틈새시장 공략까지 가능하다
한국 소비자들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차일뿐만 아니라, 경형 SUV는 그만큼 개발비도 저렴함과 동시에 가성비 좋은 자동차로 판매 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 수 있다. 또한 경차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지프 스타일 경형 SUV는 현대기아차가 아직 시도하지 않은 시장이기 때문에 쌍용차 입장에선 틈새시장 공략까지 가능해지는 셈이다.

티볼리가 소형 SUV 시장의 붐을 일으킨 만큼, 쌍용차가 만들어내는 지프 스타일 경형 SUV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면 적어도, 지금보다는 나은 판매량을 기록할 수 있지 않을까. 차를 팔기 위해선 소비자들이 원하는, 사고 싶은 생각이 드는 차를 만들어야 한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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