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Instagram)

‘풍전등화’. 사물이 매우 위태로운 처지에 놓여 있음을 비유하는 말이다. ‘진퇴유곡’. 나아갈 길도 물러설 길도 없어 궁지에 몰렸다는 의미다. 전자는 한 기업을, 후자는 한 모델을 지칭하기에 더할 나위 없어 보인다. 바로 쌍용차와 쌍용차의 첫 번째 전기차 모델 e-모션이다.

쌍용자동차가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한 가운데, 경영정상화의 핵심 카드로 꼽히는 전기차 코란도 e-모션의 출시 연기를 검토하고 있다. 그런데 마냥 출시를 연기할 수도 없어 또 문제다. 말 그대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유곡’의 상황에 놓인 것이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오늘 오토포스트는 코란도 e-모션이 어떤 모델이고 왜 출시 일정을 고정하지 못하는지 그 이유에 대해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정지현 에디터

코란도 e-모션은
어떤 모델일까?
쌍용차가 준비 중인 코란도 전기차는 2018년 제네바 모터쇼를 통해 최초로 공개됐다. 쌍용차는 당시 “한국 최초의 본격 C 세그먼트 EV SUV 시대의 도래를 예고하는 자동차”라며 본 모델을 소개한 바 있다.

지난해 7월엔 코드네임 E100으로 불리던 코란도 전기차의 티저 이미지도 공개됐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내연기관 버전 코란도와 크게 다를 바 없지만, 전기차에만 존재하는 몇 가지 디테일이 추가되는 듯했다.

주행 가능 거리는
고작 306km다
그런데 경영 위기를 맞았음에도 힘겹게 출시를 준비하던 코란도 e-모션이, 짧은 주행 가능 거리로 소비자의 입방아에 올랐다. 실제로 최근 환경부 인증 수치가 확인됐는데, 쌍용 코란도 e-모션의 인증 주행 가능 거리가 고작 306km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된다면 e-모션이 쟁쟁한 경쟁 모델들 사이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게 된다. 올해만 해도 전기차 시장에는 테슬라 모델 Y 그리고 E-GMP가 적용된 현대차 아이오닉 5, 기아 EV6 등까지 경쟁력 있는 전기차가 대거 출시됐다.

“성능 한계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것”
한편, 업계에서는 쌍용차 전기차의 성능 한계가 어느 정도 예견된 사항이라고 본다. 전기차 생산을 위해서는 선제적인 투자 개발이 어느 정도 이뤄져야 하지만, 쌍용차는 그와 같은 행보가 없었기 때문이다.

몇몇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전용 플랫폼 등 제반 인프라가 구축돼 있다는 전제하에도 제대로 된 전기차 개발, 출시에는 3년 정도가 소요된다”라며 “이런 플랫폼이 없다면 기존 내연기관 차량을 개조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한 바 있다.

회생 절차 이후 첫 모델
쌍용차의 첫 번째 전기차지만…
코란도 e-모션은 쌍용차의 회생 절차가 개시된 이후 출시되는 첫 모델이고 쌍용차의 첫 번째 전기차이기도 하다. 쌍용차는 코란도 e-모션이 좋은 반응을 얻어 조기 경영 정상화의 발판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쌍용차 노사는 회생 절차 돌입과 협력업체의 납품 거부에도 불구하고 오는 6월 코란도 e-모션 생산에 착수해 7월 공식적인 판매에 나설 방침이었다. 어떻게 보면 그들 입장에서는 사활을 거는 자세로 출시에 임했다고 표현할 수 있겠다. 그런데 불가피하게 e-모션의 출시가 연기될 수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보조금 못 받는
전기차는 좀…”
출시 일정에 문제가 생긴 것인데, 이는 다름 아닌 전기차 보조금 문제에 관한 것이다. 앞서 말했듯 아이오닉 5, EV6 등 현재 각종 전기차 모델이 호황을 누리며 전기차 보조금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지난 10일 기준 지자체별 보조금 접수율은 서울 99.1%, 부산 67.0% 등으로 집계됐다.

전기차 보조금은 선착순에 따라 지급되는 구조로 상반기에 조기 소진되면 하반기에는 혜택을 누릴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쌍용차 입장에서는 자칫 ‘신차효과’를 누리지 못하게 될 수 있는 셈이다. 따라서 업계에 따르면, 이런 상황적 이유로 쌍용차가 코란도 e-모션의 출시 일정 연기를 놓고 내부 논의에 착수했다고 한다.

온실가스 배출량
초과 달성 못하면
과징금 부과된다
그런데 더 문제는 불행을 피하려다가 더 큰 불행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애초에 쌍용차가 전기차 출시를 서두른 것은 온실가스 배출량 기준을 충족하기 위함이다. 앞서 쌍용차는 환경부로부터 지난 2019년 온실가스 배출량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약 388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은 전력이 있다.

과징금 부과를 피하기 위해서는 향후 3년간 발생하는 초과 달성분으로 미달성분을 상환해야 한다. 이에 따라 쌍용차는 코란도 e-모션 조기 출시를 통해 친환경차 판매 비중을 늘려야만 하는 상황이다. 온실가스 배출량 초과 달성을 하지 못해 자칫 과징금 부과가 확정될 경우, 17분기 연속 적자에 시달리는 쌍용차에게 더 큰 타격이 가해질 수 있다.

“이제 놓아주자”
“전기차 생산 능력
보여주는 것 자체가…”
소비자들은 이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일각에선 “발전 없는 회사에서 무슨 전기차야”, “전용 플랫폼 없는 주행거리 300km 전기차를 지금 사라고? 3년 전에 나왔으면 샀겠지만, 지금은 안 사지”, “이제 그만 놓아주자”라며 비판적인 의견을 더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조금 다른 반응을 보였다. 몇몇 전문가는 “코란도 e-모션이 기대보다 많이 팔리지 않아도 쌍용차의 전기차 출시 자체로 의미가 크다”라며 “인수자를 찾고 있는 상황에서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포인트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한편, 지속되는 경영난에 최근 노조는 국회에 탄원서까지 제출했다. 실제로 쌍용차 노조 측은 “노동자에게 피해를 전가하는 것만큼은 고민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다”라고 밝히며 국회에 탄원서를 제출한 배경을 말했다. 더불어 “노조 내부적으로도 자구책을 고민하고 있다”라며 “탄원서에는 쌍용차의 정상화에 대한 전 직원의 의지와 정부가 쌍용차 지원에 적극 나서달라는 내용을 담았다”라고 말했다.

쌍용차는 e-모션으로 자사의 경영 정상화를 꿈꿨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경쟁 모델 대비 다소 떨어지는 상품성과 안 좋은 보조금 타이밍. 그럼에도 최대한 빨리 출시해 온실가스 배출량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상황까지 총체적 난국이 따로 없다. 사면초가의 상황에 쌍용차는 어떻게 이 난관을 헤쳐나갈지 주목된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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