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저렴하면서도 좋은 중고차는 없다지만, 제값을 주고도 제대로 된 중고차를 사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어느 정도 꼼꼼한 소비자들이라면 성능점검기록부나 보험 이력 같은 것들을 통해 무사고 차량임을 확인하고 차를 구매하는데, 이 경우에도 이차가 무사고라고 장담할 수가 없기 때문에 중고차 자체에 대한 신뢰도는 사실 그리 높지 못하다.

실제로 최근, 수천만 원의 견적이 나온 사고가 난 수입차가 중고차 시장에 버젓이 무사고 매물로 등록되어 올라오는 것이 최근 화제가 되자 네티즌들은 “이러니 내가 중고차 안 산다”, “사기꾼들 빨리 처벌해라”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일각에선 “이러고 있으니 차라리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라고 하는 거다”라는 반응까지 보이며 강한 비판을 이어갔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언제나 말이 많은 중고차 시장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박준영 에디터

“솔직히 못 믿겠다”
“중고차는 찝찝한 게 사실”
요즘 줄줄이 출시되는 현대기아의 신차들은 매번 역대급 판매량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며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신차 시장이 매우 활발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신차 시장보다도 더 활기를 띠는 곳은 중고차 시장이다. 매년 신차보다 훨씬 많은 자동차들이 거래되며, 거래대금 역시 어마 무시한 수준이다.

그러나 중고차 시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은 근 10여 년 동안 크게 바뀐 게 없다. 매번 중고차 시장을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시선은 부정적이었으며, 대부분 “돈이 부족해서 중고차를 샀지만, 솔직히 찝찝하다”, “1년 미만 신차급 중고차는 그나마 낫지만, 누가 오랫동안 타던 중고차는 아무래도 꺼려진다”, “허위매물과 각종 중고차 사기에 지쳐 결국엔 무리를 해서 신차를 샀다”라는 소비자들도 존재했다.

정직하게 판매를 하는 다수와
물을 흐리는 소수의 딜러들
중고차 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한 것은 사실이지만, 대다수 중고차 영업을 하는 딜러들은 정직하게 이 시장에서 살아남아왔다. 그러나 물을 흐리는 소수의 허위 딜러들, 사기꾼들이 중고차 바닥을 망쳐놓고 있다. 그래서 대다수 딜러들은 “중고차 시장 자체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게 안타깝다”라며 “나부터 정직하게 일을 해서 바꿔보려 하지만 나 하나 움직인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어려운 게 사실이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정직하게 영업을 하는 딜러들은 사실 피해자인 것이다. 그들 역시 허위매물로 고객들에게 사기를 치는 딜러들을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일부 딜러들은 허위매물 딜러를 직접 골라내서 소위 말하는 참교육을 시전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사진=MBC 뉴스)

그 소수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시장에 대한 신뢰도는 낮아져
그러나 중고차 시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개선되지 못한 것은 오랜 시간 기회가 있었으나 결국 자정작용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10년 전부터 존재하던 허위 딜러들은 여전히 판을 치고 있으며, 지금도 포털 사이트에 중고차 키워드로 검색을 해보면 너무나도 쉽게 허위매물을 올려놓은 중고차 매매 사이트들을 찾아볼 수 있다.

이런 허위매물들을 근절하기 위해 그간 중고차협회부터 정부 기관의 움직임까지 여러 시도들이 있었으나 이렇다 할 성과를 뚜렷하게 낸 적은 없었다. 그러면서도 지금까지도 이렇게 버젓이 소비자들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이는 일당들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으니 시장에 대한 신뢰도는 점점 낮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중고차를 구매할 땐
꼭 체크하는 것이 좋은 성능기록부
중고차를 구매할 때 어느 정도 차를 아는 소비자라면 성능기록부를 꼭 체크한다. 중고차 시장의 투명화를 위해 중고차 상사에서 상품용으로 매입한 차량에는 의무적으로 고지해야 한다. 성능기록부에는 차량의 사고 여부나 각종 기능의 정상 작동 여부, 누유 및 누수 여부 등 문제가 있는 부분이 있는지를 서류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법정 보증기간도 존재하기 때문에 1개월/2,000km 이내에 성능점검 내용과 상이한 부분이 발견되거나 주요 점검 항목 중 고장이 발생한다면 무상으로 보증 수리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개인 매매가 아닌 상사를 통해 중고차를 구매한다면 성능기록부를 꼭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그러나 성능기록부를
조작한 사례들이 적발되며
신뢰도를 잃어가고 있어
그러나 문제는 중고차 구매 시 중요한 평가 척도 중 하나로 활용되는 성능기록부를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예전부터 성능 기록부를 조작하여 허위사실을 기재하는 사례들이 여러 건 적발되어 소비자들 사이에선 “성능기록부도 못 믿는다”, “성능기록부에 무사고라 적혀있는데 알고 보니 사고 차였더라”라는 반응들이 이어졌다.

실제로 최근 수리비만 3,000만 원 정도가 나온 사고 이력이 있는 수입차를 판매하기 위해 사설 검사소를 찾은 한 중고차 딜러는 검사 결과 해당 차량이 무사고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후방 추돌을 당했으며, 수리 견적만 3,000만 원이 나온 차이며, 사고로 트렁크 전체를 교환했고 탑승객들은 물리치료까지 받은 사고였으나 해당 차량은 결국 무사고로 진단된 것이다. 이외에도 제대로 검사가 이루어지지 않아 성능기록부 자체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지고 있다.

(사진=한국교통안전공단 / 사진은 해당 사건과 무관함)

“인력이 부족해서…”
소비자들을 분노하게 만든
현직자들의 발언
한 언론사가 해당 문제를 직접 검사소를 찾아 취재했고, 검사소는 부족한 인력 상황을 언급하며 단순 실수라는 식의 해명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보험 이력도 없는 차다”, “수입차는 수리 기술이 좋기 때문에 자국을 찾기가 어렵다”라는 황당한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기 어려운 답변이다. 즉 많은 검사소에서 제대로 된 성능점검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자의든 타의든 성능점검기록부는 얼마든지 제대로 된 차의 상태를 나타내지 않을 수도 있다.

“믿어달라”라는 호소를 하기 전에
먼저 달라지는 행동을 보여야
해당 소식을 접한 소비자들은 “이러니까 중고차는 못 믿는 거다”, “사고내역 조작하더니 이제 성능기록부도 못 믿겠네”, “이러면 누굴 믿어야 되나”, “그냥 맘 고생할 거 생각하면 새 차 사는 게 낫다”, “속아서 중고차 사도 제대로 보상받을 방법도 없더라”라는 반응들을 보였다.

일각에선 중고차 업계를 통틀어 “맨날 믿어달라고 하기 전에 믿을 수 있는 행동부터 해야 한다”라는 따끔한 지적을 이어가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매번 중고차 시장의 물을 흐리는 소수들의 문제로 치부하기엔 이미 너무 많은 문제 사례들이 존재하며, 이것이 오랜 시간 동안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다.

(사진=한국일보)

소비자들이 입을 모아
대기업 중고차 시장 진출을
반기는 이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소비자들은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두 팔 벌려 환영하고 있다. 지금의 중고차 시장은 도저히 믿을 수 없기 때문에 대기업이 개입해 제대로 된 시장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중고차 업계에선 대기업 진출을 결사반대하는 분위기이지만, 여론은 이미 신차 시장에서 그렇게 뭇매를 맞는 대기업을 지지하는 분위기다.

결국 대한민국 중고차 시장은 오랫동안 깨끗해질 기회를 스스로 놓쳐버린 것이다. 자정작용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허위매물이나 중고차 사기는 10년 전에도 존재했지만, 그때와 지금을 비교해보자면 상황은 전혀 나아진 게 없다. 소수의 문제로 치부하기 전에 그 소수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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