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마셨는데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 음주운전으로 3중 추돌 뺑소니 사고를 일으킨 한 연예인이 공식 석상에서 실제로 한 발언이다. 당시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던 해당 발언은 한때, 정황상 분명한 일을 부인하는 모순적인 상황을 지칭하는 유행어로 사용되기도 했다.

최근 지프가 보여주고 있는 행태에 대해서도 이와 비슷한 반응을 보이는 네티즌들이 많다. 차량의 선루프에서 물이 새는 현상이 발생했음에도 서비스 센터 측에선 정상임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를 둘러싼 네티즌들의 설왕설래도 계속되고 있다 하는데, 과연 어떻게 된 일일까?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에서는 지프 체로키 선루프 누수 현상과 제조사의 대응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이충의 에디터

최근 지프 체로키 차량의
파노라마 선루프에서 누수가
발생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최근 오프로드 차량으로 잘 알려진 지프의 한 차량에서 누수 결함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비가 오거나 세차를 하는 등의 상황에서 차량 루프에 적용된 파노라마 선루프의 틈 사이로 물이 새어 들어온다는 소식이었다.

웅덩이나 험로를 주행하는 오프로드 차량의 특성상, 일부러 배수가 잘 되도록 설계한 차량도 있기 때문에 처음 누수 소식을 접한 일부 네티즌들은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결함이 발생한 차량이 지프의 중형 CUV, 체로키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결함 내용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비스 센터 측은
정상 설계라고 설명했다
해당 문제는 지프 체로키 차주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전해지고 있다. 그런데 더욱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해당 결함 내용을 정상이라고 설명한 서비스 센터 측의 대응 내용이다. 지프 공식 서비스 센터 측은 루프의 잔물이 레일을 통해 떨어져 배수구로 빠지는 것이 정상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차주는 공식 서비스 센터로부터 “원래 설계가 그러니 비 오는 날에 차량을 밖에 오래 세워 두지 마라”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그 외의 차주들도 선루프 누수 현상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했다며 억울함을 전하기도 했다.

(사진=KBS 뉴스)

차주들을 중심으로
공론화가 진행되어
공중파 뉴스로 보도되었다
해당 결함 내용은 카페와 커뮤니티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었으며, 결국 공중파 뉴스로 보도되기까지 했다. KBS 뉴스를 통해 이뤄진 보도에선, 서비스 센터 직원이 직접 차량 선루프 부분에 물을 뿌려 차량 내부에 물이 새는 것을 확인했다는 내용이 전해졌다.

하지만 이에 대해 지프 코리아 관계자는 결함 보도 내용이 잘못되었다고 반박했다. 차량 제보자의 차량으로 각 30분씩 배수 테스트를 두 번 진행했지만, 실내로 물이 유입되지 않았다는 것이다.지프 코리아 측은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보도한 KBS에 대해 정정보도 요청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결함 정황을 둘러싼 네티즌들의
다양한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결함 내용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도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먼저 누수 결함이 발생했다는 것에 대해선 “지프도 랜드로버 못지 않게 상품성이 좋지 않은 차량으로 유명하다”, “누수가 발생했다는 지프 차량이 한두 대가 아니던데”, “지프를 사는 사람이 비정상인 것” 등의 부정적인 반응을 찾아볼 수 있었다.

반면, 누수 정황에 대해 반박하며, 결함이 아닌 정상적인 설계임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3년째 체로키를 타고 있는데, 배수로로 물이 떨어지는 것은 정상이다”, “다른 차량과 달리 체로키는 라인 배수로 커버가 없기 때문에 실내로 떨어지는 게 아닌 이상은 정상적인 설계이다” 등의 의견이 전해졌다.

일부 네티즌들은 국내에서
결함 소식이 반복되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편, 여러 가지 의견 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반응이 있었다. 국산차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해외에서 멀쩡히 판매되는 수입 차량들이 국내 시장에만 들어오면 품질이나 상품성, 센터의 대처 논란에 휩싸이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반응이었다.

실제로 독일 프리미엄 제조사인 벤츠나 BMW 등도 국내에서 수많은 대응 문제를 전하기도 했다. 이러한 의문에 대해 일부 네티즌은, 국내 시장의 소비자 보호법이 제조사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적하기도 했다.

국내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의
한계는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특히 소비자의 권익에 대한 보호가 적절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 나올 때마다 언급되는 것이 바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이다. 징벌적 손해 배상금이 기업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입힐 만큼 높은 외국과 달리, 국내 징벌적 손해 배상금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지적이다.

이에 올해 2월부터 징벌적 손해배상금 수준이 높아지기도 했지만, 소비자들은 아직 부족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기존 배상금 범위가 피해액의 3배 정도였던 반면, 내년 2월부터는 “5배 이내”로 적용되기 때문에 큰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수입 제조사의
태도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산차 제조사는 물론 국내 시장에 진출한 수입 브랜드들도 국내 시장에서 유독 결함에 대한 미적지근한 대응을 보여주고 있다. BMW에선 최근 1억을 상회하는 고가의 SUV, X7의 가죽 시트에서 백화 현상이 발생했으며, 전시 차량을 신차로 속여 판 정황이 포착되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벤츠 코리아에는 신형 E클래스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차량에서 지속적으로 결함이 발생하고 있음에도 적절한 대처를 보이고 있지 않아 소비자의 비판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최근 지프의 결함 의혹까지 전해지면서, 국내 시장의 제도가 제조사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한다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지프 체로키에서 촉발된
소비자들의 의문은
현행 제도의 허점을 지적한다
국내의 미흡한 소비자 권익 보호 제도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것이 바로 미국과 차이를 보이는 한국형 레몬법이다. 레몬법은 차량에 하자가 발생했을 경우, 일정 수준의 조치 이후에도 결함이 사라지지 않으면 제조사 측에서 피해를 보상해야 하는 소비자 보호법이다.

하지만 미국의 레몬법이 강제성을 띄는 반면, 국내 레몬법은 단순 권고에 그쳐 꾸준히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었다. 최근 전해진 지프 체로키의 누수 결함이 과연 정말 결함인지, 아니면 제조사 측 주장처럼 정상 설계인지 확실하게 밝혀지진 않았지만 해당 논란에서 촉발된 지적에 대해선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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