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 보복에 뿔난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불매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최근 일본이 한국을 백색 국가에서 제외하는 사태로 불매운동에 대한 국민들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자동차 쪽도 예외는 아니다. 일본차 수입은 불매운동 이후 30%나 감소하였고, 더불어 국산차 제조사의 소재 및 부품 국산화도 서서히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 기술을 이용하거나 원자재를 사용하던 국내 기업들에게도 영향이 가는 중이다. 일부 소비자들은 “저 제조사가 만든 자동차에 일본 부품이 들어간다”라는 등의 이른 바 ‘핀셋 불매’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이에 맞서 국내 기업들은 일본 제품 사용률을 줄이고 부품 국산화에 더욱 힘을 쓰고 있는 중이다.

일본 아이신 6단 자동변속기를 사용하고 있는 쌍용자동차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 중이다. 만약 아이신에서 쌍용자동차에 변속기 공급을 중단한다면 어떻게 될까? 쌍용차 입장에선 치명적인 상황이다. 현재 판매되는 대부분 차량에 아이신 변속기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최근 “현대차가 미션을 쌍용차에 공급해 주면 어떻겠냐”라는 여론이 등장했다. 현실로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적지만 그렇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에서는 현대차와 쌍용자동차 변속기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박준영 기자


코란도 C에 적용된 비트라 6단 변속기는 내구성 논란이 있었다

꾸준히 아이신 변속기를
사용하고 있는 쌍용차
쌍용차는 과거 체어맨 시절부터 오랜 기간 내구성이 검증된 벤츠 5단 자동변속기를 사용해왔다. 하지만 오래된 벤츠 5단 변속기는 효율과 성능 측면에서 점점 시대에 뒤떨어지고 있었다.

구닥다리 벤츠 변속기를 떨쳐내고 새로운 변속기가 필요했던 쌍용자동차는 호주 비트라 6단 변속기를 잠깐 사용했던 시절이 있었다. 이 변속기는 액티언, 렉스턴, 코란도 C 등에 두루 적용되었다. 하지만 차량 출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내구성에 문제가 불거지며 품질 논란이 끊이질 않았었다. 주행거리 10만 km도 되지 않은 차량들에서 변속기 문제가 발생하는 일이 잦았던 것이다.

ZF, 아이신, 파워텍
3가지 선택지가 존재했었다
쌍용은 비트라 변속기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새로운 변속기를 사용하기 위해 업계에서 정평 난 독일 ZF, 일본 아이신, 그리고 현대 파워텍 세 군데에서 새 변속기를 사 오려고 접촉을 시도했었다. 당시 ZF 변속기는 단가가 타사 대비 20%에서 30% 정도 비쌌으며 파워텍은 현대 계열사이기 때문에 경쟁사인 쌍용에게 변속기를 공급해 주지 않았다.

결국 채택된 것은 일본 아이신 변속기였다. 토요타 차량들에 두루 사용되는 아이신 오토 변속기의 완성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며 모두에게 잘 알려진 정평 난 변속기다. 쌍용차는 아이신 6단 자동변속기를 티볼리에 적용시키면서 비트라의 악몽을 떨쳐냈다. 그 후 코란도와 코란도스포츠에까지 널리 적용되면서 쌍용자동차는 아이신 변속기 사용 비율을 꾸준히 늘려왔다.

쌍용 아이신 변속기의 허와 실
티볼리를 포함한 쌍용차들이 아이신 변속기로 바뀌면서 전반적인 평가는 꾸준히 좋아지게 되었다. 하지만 완벽했던 것은 아니다. 아이신 자동 변속기 자체는 글로벌 시장에서 내구성과 성능을 인정받은 훌륭한 변속기였지만 쌍용차에 적용된 아이신 변속기는 아쉬운 점이 몇 가지 존재했기 때문이다.

토크컨버터 타입인 아이신 자동 변속기는 원래 스포츠 주행보다는 부드러운 주행에 최적화된 변속기다. 아이신 변속기가 적용된 토요타 차량들을 타보면 완성도를 쉽게 체감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시승행사에서도 느꼈던 쌍용 티볼리에 적용된 아이신 변속기는 몇몇 부족한 부분이 보였다.

일상적인 영역에선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있지만 속도를 조금 높여 조금만 스포츠 주행을 할 시 타사 변속기들 대비 응답성이 많이 뒤떨어졌다. 급 가속 시 변속 속도도 동급 라이벌 차량들 대비 많이 뒤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주어 아쉬움이 컸다. 이는 쌍용 아이신 6단 변속기에서만 볼 수 있는 증상이다.

전체적으로 토요타에 적용되는 아이신 변속기들보다는 완성도가 많이 떨어지는 모습이다. 이는 세팅의 문제일 수도 있다. 일각에선 아이신이 최신 변속기를 쌍용에 공급해 주었을 리는 없고 1,2세대 전 변속기를 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지금으로써는 불가능하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오늘의 핵심 내용이다. 일본의 경제규제로 인해 아이신 변속기를 사용하는 쌍용차는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혹시라도 아이신 측에서 변속기 공급을 중단한다면 쌍용차 입장은 매우 곤란해진다. 차량 생산 자체가 불가능해지고 물량 공급에 차질이 생기는 것이다.

따라서 쌍용 측은 변속기를 국산화할 방법은 없을지에 대해 한 번쯤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 대안을 찾아보면 현대 파워텍에서 자동 변속기를 공급받는 법이 존재한다. 과거 비트라 변속기에서 새 변속기를 찾을 시절 이미 파워텍과 한번 접촉했던 적이 있기 때문에 다시 한번 시도해 볼 수 있는 것이다.

파워텍은 글로벌 시장
진출을 노리는 중
파워텍은 최근 현대 다이모스와 합병하며 글로벌 시장을 적극 공략하는데 힘쓰는 중이다. 이는 현대 기아차에 집중된 수요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더 갖추고 회사를 알리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 일환으로 최근엔 중국 자동차 브랜드들에 자동 변속기를 판매하기 시작하였으며 앞으로도 해외시장 규모를 점차 늘려나갈 예정이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하여 쌍용자동차에게 변속기를 공급해 준다면 파워텍 입장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과거 파워텍이 쌍용자동차에게 변속기 공급을 거절했던 이유와 동일하다. 바로 현대차 계열사이기 때문이다. 경쟁사에게 변속기를 공급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할 것이다.


불가능하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소형 SUV 시장 1위 자리를 꾸준히 지켜온 티볼리를 잡기 위해 여러 차량들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현대차인만큼 사실 쌍용차에게 변속기를 공급해줄 일은 거의 없다고 봐도 좋다. 하지만 만약 나눠준다면 어떻게 될까. 사실 길게 따져보면 두 회사에 모두 이득이 될 수도 있다.

현대차 입장
이상적으로 본다면
변속기 개발의 밑거름
먼저 현대차에게 기대할 수 있는 효과를 살펴보자. 현대 파워텍은 쌍용차에 변속기를 공급해 주면서 쌍용차가 주는 변속기 구매 비용으로 새로운 기술 개발을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변속기 내구성 개선과 기술력 개선을 진행할 수 있다.

쌍용차는 최근 호주 법인을 세우는 등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이다. 파워텍 변속기가 적용된다면 자동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도 편해질 것이다. 쌍용차에 공급한 사례가 좋은 본보기가 되어 다른 제조사에서도 러브콜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쌍용차 입장
다양한 시도를 위한 길
쌍용차에게 기대할 수 있는 변화도 당연히 존재한다. 먼저 더 이상 아이신 변속기를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부품 국산화를 이룰 수 있게 된다. 생산 단가도 아이신 보다 파워텍 변속기가 더 저렴하기 때문에 쌍용에겐 비용 절감 측면에서도 더 긍정적이다.

또한 토크컨버터 방식 구형 오토변속기만 사용하던 기존 쌍용차와는 다르게 파워텍 듀얼클러치 변속기도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차량 상품성 개선 및 연료 효율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쌍용차 입장에선 차량 완성도를 높일 수 있으며 한편으로는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만약 현대차가 쌍용차에게 변속기를 공급해 준다면 이례적으로 국산차 두 기업의 상생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로 인해 한국 자동차 시장엔 새 바람이 불 수도 있다. 쌍용차는 부품의 국산화를 진행하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어 좋고 현대차는 변속기를 판매한 비용을 연구개발에 투자할 수 있고 글로벌 시장 진출에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어 좋다.

일본 불매운동이 열심히 벌어지고 있는 현재 시국에 변속기 공급이 진행된다면 브랜드 이미지 개선에도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현실로 돌아와 살펴본다면 일이 이렇게 진행될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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