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어떤 한 가지에 과도하게 집중하다 보면 약간의 이질감 느껴지면서 느낌이 달라 보일때가 있다. 현재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쌍용차가 딱 그러하다. 쌍용차는 티볼리가 성공한 이후 소비자들에게 이렇다 할 관심을 받는 모델을 출시하지 못하곤 “그래 역시 소비자들이 원하는 건 티볼리지” 이런 인식이 박혔는지 내놓은 모델마다 조금 커진 티볼리, 조금 많이 커진 티볼리라고 생각될 만큼 디자인에 대한 네티즌들의 탄식이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이런 네티즌들의 탄식에도 쌍용차는 아직 정신을 못 차렸는지 회사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첫 번째 전기차 역시 전기 티볼리로 갈 생각인 거 같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어려운 회사 상황에서 쌍용차의 생존 의지가 담긴 첫 번째 전기차 코란도 E-모션의 디자인에 대해 알아보았다.

김민창 수습기자

생존 의지가 가득 담긴
강도 높은 자구안을 법원에 제출
지난 6월 초, 쌍용차는 어려운 회사 상황을 벗어나고자 생존 의지가 가득 담긴 강도 높은 자구안을 법원에 제출했고, 법원은 이 자구안을 토대로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이번 자구안은 가까스로 과반수의 쌍용차 노조가 찬성하면서 실행하게 되었다.

자구안엔 무급휴직 2년, 2년간 임금 삭감 및 복리후생 중단, 임원 임금 20% 추가 삭감, 단체협약 변경 주기 2년에서 3년으로 변경, 무쟁의 확약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노조는 이제야 회사를 살려야겠다는 생각이 좀 든 걸까?
회사의 운명을 책임지고 판매부진도
함께 극복해낼 새로운 신차 개발도 포함
또한, 이번 자구안에는 회사의 운명을 책임지고 판매부진도 함께 극복해낼 새로운 신차 개발도 포함되어 있어, 앞으로 쌍용차가 전기차 등 친환경차 출시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결과 쌍용차는 장고 끝에 프로젝트명 ‘E100’으로 개발해 오던 첫 순수 EV 모델명을 코란도 E-모션으로 확정짓고 지난 14일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갔다.

쌍용차는 코란도 E-모션을 반도체 수급 문제 및 협력업체 부품공급 상황 등 제한된 생산량으로 인해 우선 유럽시장부터 출시하기로 가닥을 잡고 10월 출시를 위해 8월부터 선적할 계획을 잡았다고 전했다. 그리곤 국내는 반도체 등 부품수급 상황을 감안해 출시일정을 조율해 나갈 예정이라고 한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코란도 E-모션의 디자인
이미 코란도 E-모션의 디자인을 본 독자라면 알겠지만, 어딘가 많이 익숙하다. 맞다. 지금 상상하고 있는 그 차가. 이번 코란도 E-모션 역시 앞, 옆, 뒤 모두 티볼리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우리가 보는 예능으로 비유해보자.

보통 이전에 없던 새로운 프로그램 하나가 팍 뜨면 다른 방송사들 역시 너도나도 비슷한 프로그램을 하나씩 만든다. 왜냐 사람들의 반응이 좋았으니까, 새로운 시도하는 것보다 훨씬 시청률이 보장되고 안정적이니 말이다.
비슷한 디자인 방식만을 고수해
매력도가 떨어져 버린 쌍용자동차
그런데, 같은 게 계속 반복 되다 보면 사람들은 금방 싫증 내기 마련이다. 실제로 쌍용차는 최근 출시했던 부분변경 모델과 신차에 한결같이 티볼리와 유사한 디자인을 적용해왔다. 그것도 다른 제조사가 인기 있던 티볼리 디자인을 가져가 따라 한 것도 아니고, 티볼리를 만든 장본인들이 말이다.

결국, 지속해서 비슷한 디자인 방식만을 고수하다 보니 소비자로선 쌍용차의 한 모델에 대한 매력도가 떨어지는 것이 아닌 쌍용자동차란 브랜드 자체에 대한 매력도가 떨어지게 된 거다.

(사진=유튜브 하이테크로 채널)

실제로 티볼리 실루엣과
상당 부분 겹쳐지는
코란도 E-모션 라인
이번 코란도 E-모션 역시 차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전체적인 디자인은 2005년형 코란도 이후부터 나온 신형 코란도, 여기에 더 나아가 2020년형 코란도의 진화형 형태이지만, 애초에 코란도 자체부터가 티볼리를 많이 닮아 있었기에 소비자들은 새롭다고 느끼지 못하고 아쉬움을 표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E-모션의 주요 디자인을 살펴보면, 전면부 라디에이터 그릴부나 범퍼 하단부, 보닛 디자인, 프론트 펜더, 휠하우스 측면부 등 티볼리 실루엣과 상당 부분 겹쳐지는 라인들이 쓰였다. 이러니 네티즌들이 “이렇게 시대 흐름 못 따라가는 경영진 만나면 망하는 겁니다”, “건질 거라도 남았을 때 얼렁 문 닫아라”, “티볼리는 티볼리에서 끝났어야 했어요”, “돈이 없어서 그런가? 한 디자인을 몇 번이나 돌려쓰는 건지 모르겠네”라는 싸늘한 반응을 보여주는 거다.

코란도 E-모션과 달리 상반된
반응을 보여주는 프로젝트명 ‘J100’
차라리 이번 코란도 E-모션 디자인을 포드의 브롱코나 랜드로버의 디펜더처럼 쌍용차만의 역사적 전문성을 지녔던 지난 지프 코란도 디자인을 계승했더라면 이 정도까지 네티즌들의 욕을 먹진 않았을 것이다. 그도 그럴게, 쌍용차는 이번에 코란도 E-모션말고도 2022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중형 SUV 모델, 프로젝트 ‘J100’의 스케치 이미지를 공개한 바가 있다.

앞서 쌍용차의 모델들이 티볼리 디자인을 고집했던 것과는 달리 J100의 스케치 이미지는 기존에 쌍용차 들과는 달리 쌍용차 고유의 헤리티지를 계승한 듯한 SUV의 스타일링을 구현해내 소비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특히나 J100의 스케치 이미지를 본 네티즌들이 가장 뜨거운 반응을 보인 이유는 옛날 쌍용차만의 강인한 이미지가 담긴 지프 코란도 느낌이 나기 때문이었다. 최초의 국산차를 제작한 제조사이자
대규모 프로젝트를 거쳐 탄생한 기업
그럼 또 여기서 “아니 지프 코란도가 뭐길래 사람들이 이렇게 좋아하는 거야?”라고 생각하는 독자분들이 있을 거다. 어떻게 보면 이 지프 코란도 때문에 노조 문제도 그렇고, 쌍용차 경영진 문제도 그렇고, 뭐 하나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 쌍용차가 회생하기를 바라고 있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현재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쌍용차의 입지는 매우 미비하지만, 1950년대 한국 기계산업의 불모지에서 출발해 최초의 국산차를 제작한 제조사이자, 196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자동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자동차 업계와 정부가 힘을 모아 대규모 프로젝트를 거쳐 탄생한 기업이 바로 쌍용자동차이다.
한때 대한민국 국민들의
자부심이었던 쌍용자동차
요즘에야 한국 자동차 시장엔 자국 브랜드는 물론 수입브랜드까지 수많은 브랜드와 모델들이 존재하지만, 쌍용차에서 처음 코란도가 나왔을 때만 하더라도 시장 상황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 전신이자 1세대 모델인 신진지프를 시작으로 탄생한 코란도는 당시 국민들에게 “한국도 이제 ‘지프차’를 생산한다”는 자부심마저 가지게 할 정도 였으니 말이다.

그래서 몇몇 네티즌들은 그때 그 시절의 쌍용차를 회상하며 “쌍용차가 하루빨리 옛 명성을 되찾길 바란다”, “이제 정신 차릴 시간이다”라는 반응을 보인 것이다. 물론, 여기엔 성장해서 현대기아차를 견제해줬으면 하는 바람도 내포돼 있을 거다. 대중들의 응원에도 바뀌지 못한
쌍용차는 스스로 무덤을 판 거나 마찬가지
쌍용차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던 대중들이 등을 돌리게 된 건 한순간의 일이 아니다. 응원해주는 대중들이 있음에도 쌍용차는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스스로 무너지게 된 것이다.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란 말이 있다. 과연 쌍용차도 이 말처럼 고쳐 쓸 수 없는 기업인 걸까? 기업회생에 가장 중요한 모델이 될 코란도 E-모션만 봐도 이미 답은 정해져 있기도 한 것 같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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