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자동차 커뮤니티 어느 곳을 가봐도 언제나 비교되는 특정 브랜드들이 있다. 특히나 현대차와 쉐보레 차들의 비교가 좀 심한 편인데, 이 둘을 비교하는 이들의 특징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C 세그먼트 급의 크루즈 혹은 D 세그먼트 말리부를 한 단계 윗급 차들과 비교해 주길 원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쉽게 말해서 크루즈는 아반떼와 동급인데 쏘나타와 비교해 주길 원하고, 말리부는 쏘나타와 동급인데 그랜저 혹은 그 이상의 급 제네시스와 비교해 주길 원하고, 같은 급끼리 비교하면 심기를 불편해하는 모습을 여럿 볼 수 있다. 심지어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도 간혹, 만나 볼 수 있는 이들에 대해 오늘 이 시간 알아보도록 하자.
글 권영범 수습 에디터
무조건적인 믿음은
무서운 신념을 만든다
옛날 일을 돌이켜 본다면 쉐보래의 무조건적인 믿음이 시작되었던 건, 크루즈 이전의 네이밍이었던 라세티 프리미어 시절부터 비롯된다.
당시 라세티 프리미어의 디자인은 당시의 젊은이들에게 엄청난 흥분의 도가니에 빠트렸다. 특히나 젊은 남성 소비들의 구매 비율이 높았다.
각지고 풍만한 바디라인, 다 부숴버릴 거 같은 도어의 두께, 거기에 시대를 앞선 고장력 강판 65% 적용 등 안전과 주행 안정성에 있어서, 각 안전기관에 호평을 받았고, 실제로도 미디어 시승회에서도 그 당시 참여했던 기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초반에 출시되었던 1.6L 가솔린 엔진은 최대출력 124마력, 최대토크 15.7kg.m의 그 당시의 준중형 차의 가장 표준적인 스펙을 가졌으나, 동년도에 나왔던 라이벌 아반떼 HD에 비해 공차중량이 120kg 가량 무거웠다. 거기에 말도 많고 탈도 많아 다신 쉐보레 차를 안 타게 다짐하도록 만드는, 6T45 보령 미션의 극악무도한 변속 딜레이와 내구성이 언제나 라세티 프리미어의 발목을 잡았다.
그런 쉐보레 팬들이 요즘
항마력이 떨이지는 이유
쉐보레 팬들도 요즘 들어 쉐보레를 옹호하는 빈도가 많이 줄어들었다. 그들이 말하는 ‘기본기’는 이제 현대차도 어느 정도 모방하기 시작했고, 대한민국 소비자 정서상 쉐보레의 실내 마감은 도저히 눈감아 줄 수 없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급”에 대비해 높은 차값과 옵션의 구성은, 더더욱 쉐보레 팬들의 충성심을 시험에 들게 하였다.
결국 한국GM이 한국 시장에 사실상 영업 안 한다는 사인을 보낸 이후, 한국에서 개발되는 차는 전무하고 포지션이 애매하거나, 누가 봐도 안 팔릴 것만 골라 파는 행동을 보이며, 시장 대응에 소극적으로 나오기 시작해 의미 없는 감정 소모전만 펼쳤다. 오롯이 정신력으로 버티기엔, 말리부 2.0T를 살 돈이면 급차이를 떠나 브랜드 밸류가 훨씬 높은 수입차를 살 수 있는 세상이 도래했으니, 제아무리 그들이라 한들 한계에 왔을 것이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
쉐보레가 싫다면 캐딜락을 사라
언제나 국산차를 비교하면 이 이야기가 나온다. ”아…쉐보레는 진짜 정말 다 좋은데 내장재가 너무 구려…” , “아…쉐보레는 다 좋은데 정말 다 좋은데 원가절감이 너무 심해”라는 단골 멘트가 나온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고 말해주고 싶다. 실제 브라질 출신인 친구에게 물어봤다. 콘텐츠 덕분에 오랜만에 연락을 했다. 이 친구에게 물어본 이유는 남미에선 쉐보레 차들이 많기 때문이다. “왜 쉐보레는 차들은 내장재가 다 저렴해 보일까?”라는 물음에 “쉐보레는 일반 브랜드지 프리미엄이 아니잖아”라고 수화기 넘어 대답을 해줬다.
다른 세상에 살지 않기로
우리 약속해요
그렇다면 프리미엄이 아닌, 현대차는 왜 쉐보레 대비 내장재 퀄리티에서 차이가 날까? 이유는 국민성에서 비롯된다. 조금의 단차도 허용치 않은 대한민국의 국민성은, 자동차는 곧 신분의 상징이자 과시하기에 좋은 수단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들이면 잘 아시리라 생각한다. 이러하다 보니 신차 검수 때 티끌만 한 도장 불량도 찾아내는 게 당연시되는 한국의 정서와 다르다.
쉐보레의 고향인 미국에선 그들의 위치는, 저렴한 차다 거기에다 미국의 국민성은 “자동차는 자고로 굴기만 하면 그만” 인 하나의 소모품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90% 이상이다. 대놓고 단차가 생기거나 잡소리가 귀를 멀게 하지 않는 이상, 그냥 타고 다니는 정서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인식의 미국인들은 “쉐보레 = 싼 차”라는 인식으로 인해 내장재가 저렴해 보이거나, 올드해 보이거나 시대를 역행해도 “쉐보레니까”를 외치며 품질이 저조한 면모가 보이더라도 그냥 탄다. 이 말인즉, 한국인 입맛엔 안 맞는 것이다. 마치 우리는 정갈하고 감칠맛 나는 9첩 반상을 원하는데, 그들은 한국어를 몰라서 빵과 햄만 던져주고 우리 입맛에 맞춘 음식이라 거짓말하는 꼴이다.
같은 경쟁 모델인
싼타페와 비교해보자
현행 팔리고 있는 싼타페와 비교를 해보자, 캘리그라피는 양심의 가책을 느껴서 그보다 아래 등급인 프레스티지와 비교를 진행하겠다. 이쿼녹스의 내장재는 페이스리프트라 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변한 게 없다. 자세히 정말 자세히 살펴보면 계기판 중앙에 정보를 알려주는 LCD 창이 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상의 인테리어는 적어도 LT 플러스나 LTZ로 가야지 내어줄듯한 내장재다. 반면 싼타페 TM은 펠리세이드의 인테리어 디자인의 폼을 따라간 듯한 디자인으로, 센터패시아에 버튼식 기어 레버가 자리해 있고 각종 버튼류를 모아놨다. 조잡해 보이는 건 이쿼녹스 보다 싼타페 TM이 더 조잡해 보인다. 반면에 크래시패드의 가죽 마감과 수납공간을 플라스틱으로 마감하지 않고 동일하게 가죽으로 마감한 것을 볼 수 있다. 여기에 AVN 인포테인먼트 또한 싼타페 TM이 보다 더 시원한 크기와 해상도를 지원하며, 요즘 트렌드인 LCD 패널의 계기판을 적용한 것을 볼 수 있다. 전반적인 만듦새는 싼타페 TM의 승리, 이쿼녹스는 혹시나 모를 내장재 소재 개선에 기대를 걸어본다.
점점 국내 생산분이
사라지는 쉐보레
점점 국내 생산을 하는 쉐보레 차들이 사라지고 있다. 말리부 또한 단종 이후 후속작을 내놓을 전망은 없어 보인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스파크마저 단종이 된다고 하는데, 스파크 또한 후속작은 앞으로 없을 계획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이러한 움직임은 SUV 혹은 픽업 시장에 포커스를 둘 것이라는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정작 중요한 건, 이제 이들마저 단종시키면 국내생산의 쉐보레 차는 앞으로 보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한국GM은 개발권을 행사할 힘이 없어진지 오래되기도 했으며, 더 이상 신차 개발을 위한 의견을 내기엔 지금의 위치에선 불가능한 현실이다. 심지어 이들을 단종시키고, 후속작이 없다는 것을 발표한바 사실상 전 라인업을 수입으로 대체하려는 그들의 움직임은, 앞으로 어떤 경쟁력으로 한국 시장 소비자들에게 다가올지 걱정과 기대를 해보며 글을 마친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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