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보배드림)

전기차 오너들의 단골 문제가 있다. ‘충전’이다. 전기차가 자동차 업계에 지각 변동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오랜 기간 내연기관차에 집중해 온 각종 인프라까지 한 번에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내연기관차에 주유하기는 쉽지만, 전기차를 충전하기는 까다로운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안 그래도 충전이 어려운 상황에 방해까지 하는 사람이 나타난다면? 기우였으면 좋겠다만,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최근 충전을 방해하는 사례가 속속들이 포착돼 화제다. 그런데, 방해를 해도 별다른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 게 더 문제다.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정지현 에디터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선
충전 인프라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지난 4월 말, 국제에너지기구는 오는 2030년 전 세계 전기차 보급 대수가 최소 1억 4,500만 대, 많게는 2억 3,00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 근거는 EU를 포함한 세계 각국의 ‘탄소 중립’ 계획에 있다.

탄소 배출량을 대폭 절감하기 위해선, 탄소 배출이 없는 전기차 보급이 그만큼 많아져야 한다. 하지만 이 같은 계획이 현실화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여러 문제가 있겠지만, 오늘의 주제인 전기차 충전소와 충전기, 즉 ‘충전 인프라 부족’ 문제에 집중해 보자.

전 세계 공공 충전기
그리고 한국은 현황은?
전기차 1억 대 이상 시대로 가기 위해선 2030년까지 유럽 내 1,000만기, 전 세계적으로는 4,000만기 이상의 충전기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지난해만 해도 전 세계 공공 전기차 충전기는 고작 140만기 수준이었다. 이에 업계 관계자는 “충전소 부족이 차량 보급에 병목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한국의 전기차 충전소 현황은 어떨까? 현재 국내에선 약 13만 5,000여 대의 전기차가 운행되고 있다. 하지만 올해 1월 기준으로 전기차 공용 충전기는 급속 1만 59기, 완속 5만 4,563기에 그친다. 집 근처에서 사용할 수 있는 완속 충전기는 3만 7,902기, 급속은 1,506기 수준이다. 전국 아파트 단지가 1만 7,123개, 호수가 133만 6,578개인 것을 고려하면 심각한 공급 부족 사태가 아닐 수 없다.

“전기 도둑 잡아라!”
등록되지 않은 충전기로
비등록 보조 충전 감행
전기차 보급이 늘면서 아파트 등 공용주차공간에서 등록되지 않은 충전기를 활용한 도둑 충전 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일반 주차구역이라도 콘센트만 있으면 비등록 보조 충전기로 충전이 가능한 점을 노린 범행이다. 공용 공간에서 쓴 전기세를 나눠 내는 입주민 입장에선 이러한 상황에 불만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아파트 관계자는 “전기차 충전을 위해선 충전량에 따라 비용을 무는 전용 이동식 충전기를 사용해야 하지만, 보조 충전기로 일반 콘센트에서 전기를 끌어다 충전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라며 답답한 심경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테슬라 슈퍼차저 자리에
BMW가 주차돼 있다
그동안 서울 시내 슈퍼차저는 주로 업무 공간이 모여있는 빌딩, 호텔, 쇼핑몰 등에 설치됐다. 그런데 최근 서울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 내 주차장에 테슬라 슈퍼 차저가 최초로 설치돼 화제를 몰았다.

화제도 잠시, 해당 슈퍼차저 구역에 테슬라가 아닌 BMW 차량이 주차되어 있는 등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무단 주차를 한 것도 문제지만, 관계자에 따르면 테슬라 슈퍼차저는 공공 사용 목적으로 쓰이는 충전기가 아니기에 현 법률상 BMW 차량에 별다른 조치를 할 수 없었다고 전해진다.

해당 사건에 대해 뭇 네티즌들은 “공동 주택에 특정 브랜드만을 위한 충전기가 있는 게 문제”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한편으론, “누가 봐도 테슬라를 위한 공간에 버젓이 타사 브랜드 차량이 주차하는 것 자체가 매너가 아니다”라는 의견도 존재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전용 환경부 충전기 공간에도
무단 주차 사례 존재한다
“근데… 현장 단속만 가능해요”
공영주차장에 있는 DC 콤보 전기차 전용 환경부 충전기 공간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이는 해당 공간이 분명히 전기차 공간임을 명시하고 있음에도 전기차가 아닌 내연기관 자동차가 주차한 사례다.

하지만 이와 같은 상황을 목격하고 사진을 찍어 신고하더라도 해당 차량이 자리를 떴다면 별다른 조치를 취할 수 없다고 전해져 소비자의 불만이 줄을 잇고 있다. 실제로 이와 관련된 문제에 서울시 기후변화 대응과 관계자는 “현장 단속만 가능하도록 현행 법령 상 규정돼 있어 과태료 부과를 할 수 없었던 점 양해 부탁드린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조선일보)

현장 방문으로 단속?
지자체 스스로 조례를 만들면 된다
그러나 서울시 관계자의 답변은 서울시 조례와 정부의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실제로 정부 시행령 제21조 과태료 부과 기준에 따르면, 지자체 요원의 ‘현장 방문’으로 전기차 충전 방해 행위를 단속할 수 있다는 내용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애초에 전기차 충전 방해 행위에 벌금을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은 각 시장 혹은 도지사에게 있다. 따라서 지자체 스스로 조례를 만들어 전기차 충전 방해 행위 단속 방안을 마련하면 된다는 해석을 덧붙일 수 있겠다.

3년 넘게 자체 방안을
내놓지 못한 서울시
하지만 현재 서울시는 구체적인 전기차 충전 방해 행위 단속 방안을 자체 조례에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무려 3년이라는 시간이 무색하게, 전기차 충전 방해 행위 근절을 위한 자체 방안을 아직까지 내놓지 못한 것이다.

따라서 빠른 시일 내에 이에 대한 마땅한 대안이 나오지 않는다면, 전기차 오너들의 충전 스트레스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해당 사건을 접한 네티즌 사이에서 “그렇다면 AI 도입이 답이 될 수도 있겠다”라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사진=엔카매거진)

전기차 충전 공간은 애초에 ‘주차’만 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정확히는 ‘충전’을 하는 공간이다. 이는 전기차에도 마찬가지다. 전기차도 충전을 하지 않는 경우에는 이 공간에 ‘주차’를 지양해야 한다. 충전이 필요한 다른 전기차를 위해 말이다.

그런데 오늘 사례들은 전기차도 아닌 내연기관차가 이 공간에 버젓이 ‘주차’해 놓은 사건들이니, 전기차 오너들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닐 듯하다. 곧 내연기관차가 아닌 전기차가 주류가 되는 세상이 올 것이다. 오늘과 같은 사례들이 하루빨리 잦아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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