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홀드는 브레이크를 밟아 정차한 이후 브레이크 밟은 상태를 계속 유지시켜 주는 기능이다. 브레이크에서 무심코 발을 떼어도 브레이크 밟은 상태가 계속 유지되어 차가 움직이는 것을 잡아주고, 경사로에서는 차가 뒤로 밀리지 않도록 도와주는 기능이다. 요즘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가 적용된 차라면 오토홀드 기능은 웬만하면 들어있다.

그러나 모든 기능이 그렇듯 적합한 목적 이외에 사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최근 한 어린이집 교사가 경사로에 밀린 학부모의 차량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있었는데, 이 사고의 원인이 오토홀드를 이용해 정차 후 차에서 내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글 이진웅 에디터

어린이집 원생 탄 승용차가
비탈길을 따라 내려갔다
학부모 A씨는 아이를 어린이집으로 등원시키기 위해 직접 차를 운전해 순천의 한 어린이집에 도착했다. 학부모의 승용차는 제네시스 BH 모델이었다. 도착 후 학부모는 운전석에서 내렸는데, 이후 차가 앞으로 슬금슬금 움직여 울타리에 걸려 멈췄다.

하지만 학부모는 운전석으로 돌아가지 않고, 조수석에 탄 아이에게 문을 열어달라고 요청했고, 아이가 문을 열어주자 학부모가 조수석으로 탑승했는데, 차가 한차례 덜컹거리더니 갑자기 뒤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후 경사면을 따라 차가 더 빨리 뒤로 미끄러졌다.

아이의 등원을 돕던
어린이집 교사가 치여 숨졌다
이때 어린이집 교사가 아이의 등원을 돕기 위해 차량 주변에 있었는데, 차가 뒤로 밀리자 놀라 조수석 문을 잡았다. 끝까지 아이를 살피며 차를 세워보려 애썼지만 결국 차와 함께 뒤로 밀려 철제문에 부딪혀 숨졌다. 승용차도 철제 구조물을 들이받고서야 멈췄다.

학부모와 아이 역시 사고 충격으로 병원에 입원했지만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학부모를 입건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는 상태다. 학부모는 오토홀드 기능을 사용해 주차했고, 차가 밀려 내려갈 당시 차 안에서 브레이크를 밟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차가 앞으로 움직였을 당시 놀란 학부모가 문이 열린 조수석 쪽에서 허리를 굽혀 기어를 중립으로 바꾸고 다시 탑승했지만 차는 뒤로 밀렸고, 경사 때문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통제 불능 상태가 되었다. 실제로 사고 직후 차량의 기어는 중립 상태였다고 한다.

한 뉴스 보도에 따르면 사고 학부모는 차 안에서 기어를 따로 조작한 적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D 상태에서 차가 미끄러져 내려간 후 철제문에 부딪혀 충격을 받았을 당시 기어가 자동으로 중립으로 변경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학부모의 주장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기어를 조작하지 않았다면 D 상태를 계속 유지하고 있었다는 것인데, 이 상태에서는 앞으로 움직이던 차가 갑자기 뒤로 미끄러져 내려가지 않는다. 물론 경사가 어느 정도 있다면 D 상태에서도 뒤로 밀려나기는 하지만 처음에 앞으로 움직였기 때문에 차가 정차한 곳은 경사가 꽤 완만한 편이며, D에서 N으로 조작하지 않는 이상 뒤로 밀리지는 않는다는 말이 된다.

문제는 이를 입증하기 어렵다. 사고가 발생하면 차량의 움직임이 EDR에 기록되는데, 여기서 기어 상태나 페달을 밟은 상태 등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사고에서는 차량의 속도가 느리고 주행거리가 짧아 EDR이 기록되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경찰은 기어 조작 여부와는 별개로 교특법상 과실치사혐의 입증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의 원인이 된
오토홀드 기능은 무엇일까?
사고의 원인이 된 오토홀드 기능은 무엇일까? 오토홀드 기능은 정차 후 브레이크 밟은 상태를 계속 유지해 주는 기능으로, 정차 중 무심코 발을 떼어도 차가 움직이지 않도록 잡아준다. 예를 들면 신호 대기 중 조수석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줍는다든지, 뒷좌석에 앉은 아기가 울 경우 몸을 젖혀 돌봐야 한다든지 등 상황이 있는데 이때 브레이크에서 발이 떨어질 수 있다. 이때 오토홀드가 걸려 있다면 차가 움직이지 않아 사고를 막아준다.

그 외에 경사로에서는 차가 밀리는 것을 막아주며, 정차 후 브레이크를 계속 밟을 필요가 없어 잠시나마 발을 쉬게 하는 장점도 있다. 오토홀드는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와 세트로 묶여있는 옵션으로, 예전에는 고급 옵션이었지만 지금은 소형차에도 옵션으로 존재할 만큼 대중화되었다.

오토홀드만 작동시키고
하차하는 것은 위험하다
학부모는 평소 차에 탑재된 오토홀드 기능을 사용했다고 한다. 평상시 오토홀드를 쓰던 학부모가 습관적으로 차를 세운 후 기어를 P로 조작하지 않고 그대로 하차한 것으로 보인다. 하차후 차가 앞으로 움직인 것으로 보아 시동도 끄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시동을 끄면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가 자동으로 체결되는데, 멈춘 상태에서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의 제동력은 꽤 강력하기 때문에 차가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오토홀드가 브레이크를 잡은 상태를 유지시켜주지만 이 상태에서 하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오토홀드는 신호 대기 때 발을 쉬게 하거나 무심코 브레이크에서 발을 뗄 때 차가 움직이는 것을 막기 위한 용도지, P 기어 대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오토홀드는 브레이크에서 발을 뗄 때 답력을 그대로 유지하기 때문에 약하게 밟은 상태에서 오토홀드를 작동시키면 경사로에서 차가 밀릴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정차 시에는 항상 파킹
기본을 무시해 발생한 사고
사고에 대한 정확한 원인은 현재 조사 중이지만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이 사고는 오토홀드를 맹신하고 정차 시에는 항상 기어를 파킹에 두는 기본을 무시해 발생한 사고라고 할 수 있다. 네티즌들도 “정차 시에 기어 파킹 하는 것은 기본 아니냐?”, “아이 키우는 학부모라는 사람이 기본이 안 되어 있다”라며 기본을 무시한 것에 대한 반응이 이어졌다.

또한 “면허를 쉽게 주니깐 이런 문제점이 생긴다”라며 면허 제도를 재정비하라는 반응도 있다. 실제로 운전면허 간소화 이후 면허 취득률은 높아졌지만 운전에 대해 제대로 배우지 못한 상태에서 도로에 나오다 보니 온갖 황당한 일들이 많이 목격되고 있다.

이후 2016년부터 면허 취득 난이도가 높아지긴 했지만 옛날에 비하면 난이도는 여전히 쉬운 편이라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실제로 유튜브 등을 살펴보면 조금만 더 신경 썼어도 발생하지 않을 사고가 일어나는 영상을 많이 볼 수 있다.

운전은 다른 그 어떤 것보다도 기본을 중요시해야 한다. 잘못된 조작으로 자신 혹은 타인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 사고처럼 기본을 무시한 행동의 끝은 비극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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