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 대생들 혹은, 2000년대 초반의 구독자 여러분들께 질문하나 해본다. 어린이집 혹은 학원 통학용으로 어떤 차였는지, 기억하시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다. 글쓴이는 쌍용의 이스타나 그리고 완전 초기형 현대의 그레이스가 생각난다. 지금 생각해 보면 촌스럽기 그지없는 초록색 유니폼 입고, 어머니가 싸준 도시락 달랑 가방에 넣어 노란색 통학버스를 기다리던 게 얼마 지나지 않은 거 같은데, 벌써 나이가 이리 되다니 가끔씩 놀라곤 한다.

정말 후미지고 골목이 좁은 동네에선, 마을버스로 활용했을 정도였다. 옛 기억을 더듬어 보면, 이스타나의 우렁찬 엔진 소리와, 특유의 ‘그르륵’, ‘겔겔겔’ 소리는 다른 승합 차에 비하면 듣기에 거북하지 않고 묘한 중독성을 띄우던 소리였다. 아직도 잊혀지지 않고 선명하게 기억이 날 정도로 한시대를 풍미하던 이스타나. 일각에선 쌍용차의 신화를 적어낼 때 이스타나를 빼면 섭섭하다 할 정도라고 하는데, 오늘 이 시간 이스타나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자.

 권영범 수습 에디터

달리는 궁전
이스타나
과거, 80년대 기아마스타의 봉고 이후로 승합차 시장이 엄청난 부흥기를 맞이하였고, 그중 90년대 가장 활발했던 시기였다. 패밀리카로 사용할 정도로 인기가 좋았던 그 시절에, 쌍용은 1995년 4월 야심 차게 이스타나를 출시하게 되었다.

2021년 지금까지도 승합차들 사이에선, 전설로 남는 이스타나는 쌍용 역사상 벤츠의 손길이 가장 많이 들어간 차량이기도 하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쌍용에게 제안을 하나 하게 된다. 엔진 기술을 내어주는 대신, 소형 상용차의 OEM 제작 조건을 쌍용에게 제시를 하게 되는데, 이유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소형 상용차 MB100이 개발연한이 오래되어 슬슬 신개발 차량이 필요했을 시점이었다.

쌍용 입장에선 딱히 손해 볼 입장은 아니라 오케이 사인이 떨어졌고, 생산할 때 벤츠와 쌍용 두 가지 엠블럼을 달고 생판 및 판매가 되었으며, 이스타나의 수출명은 MB100 및 MB140으로 수출되었다.

승합차 1인자 그레이스를
단숨에 제압하다
이스타나가 등장한 1995년 당시, 승합차 시장에는 현대의 그레이스, 기아차의 베스타 그리고 아시아 자동차의 토픽이 있었다. 그레이스는 당시 2세대로 풀 모델 체인지를 하고 2년이 지난 시점이었으며, 기존 각진 디자인을 과감히 버리고, 곡선형 디자인을 채택하여, 승용차 감각의 승합차로 광고하던 시절이다.

당시, 현대차는 국내 슈퍼모델 이소라 씨를 광고모델로 내세워 기존 승합차와 차별화를 두는데 혈안이었고, 기아차의 베스타는 하이-베스타가 페이스리프트를 내놓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하지만 80년대부터 지적사항이었던 엔진의 헤드가 잘나가는 고질병을 가지고 있었는데, 하이-베스타까지 내놓은 시점에도 개선이 되질 않아 판매는 그닥이었다.

결국 하이-베스타까지 출시했지만 기아는 개선하지 못해, 판매가 썩 신통치 못하던 시절이라 여기에도 저기에도 끼질 못했다. 아시아 자동차의 토픽은… 베스타와 비슷한 처지였으며, 베스타와 동일한 마쯔다 봉고 브로니의 플랫폼을 적용해 웬만한 부품은 호환이 되었다. 하지만 토픽도 베스타와 마찬가지로 내구성이 정말 하자였다.

하여튼, 이스타나가 첫 출시는 벤츠의 후광을 등에 업어 시장에 나타났다. 그 결과 베스타와 토픽은 가볍게 눌러버렸고, 그레이스와 1위 자리를 박 터지게 싸우는 재밌는 그림이 그려졌다.

(사진 = Youtube ‘n35a2’님)

경쟁 모델보다 크고 넓은 차체는
충분히 경쟁력이 강했다
이스타나에 달린 벤츠의 OM662 엔진은 2.9L 배기량을 가졌으며, 최대 출력 95마력, 최대 토크 19.6kg.m로 첫 출시 당시 가장 강력한 심장을 품고 있었다. 여기에 쌍용이 가장 잘하는 바디 온 프레임 기술을 이용해 당대 승합차 중 가장 안전한 차로 당시의 벤츠 부사장까지 광고에 나와 마케팅을 했었다. 튼튼한 차체와 엔진의 내구성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입소문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높은 차체와, 원통형 프레임의 조합으로 원박스 승합차의 단점인 정면충돌의 안전성이 다른 경재사 모델 대비 상대적으로 안전했다. 여기에 운전석 시트 밑에 엔진이 위치하는 그레이스와 베스타 및 프레지오와 달리 운적석과 조수석 사이에 엔진이 장착되어 있다 보니, 나름대로의 안전설계도 신경 쓴 차량이었다.

여기에, 물리적으로도 더 큰 차체를 가진 이점과 승합차에는 드물게 FF 구동방식을 사용해 보다 더 나은 실내공간을 자랑했다. 사실, 당시 승합차와 공간은 비교가 안될 정도로 쾌적했으며, 겨울철 눈길에 그나마 조금 더 나은 모습까지 보여줬었다.

워낙에 좋은 내구성 덕분에, 아직까지 중고차 시장에서 캠핑카 개조한 차량들이 활발하게 거래가 되고 있을 정도다.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는법
말 타는 게 엄청 심했다. 이유는 클러치에서 비롯되는데, 애초에 벤츠에서 이스타나를 설계할 때 듀얼 메스 클러치를 장착해 주길 원했지만, 내수용은 원가절감의 명목으로 싱글 매스 플라이휠을 장착하였다.

이럴 경우 회전 관성 질량의 부족으로 인해, 변속하고 클러치를 땔 때마다 울컥거리는 상황이 연출되며, 시내에서 막히는 길을 운행할 시 왼발 피로 누적으로 인해 클러치를 조금이라도 잘못 미트 시키면 운전하는 사람마저 멀미하게 만드는 환상의 말타기를 맛볼 수 있었다. 여기에 2단과 후진 기어가 잘 깨지는 경우도 꽤 많았다. 2단 혹은 후진이 잘 안 들어가기 시작하면 조만간에 꼭 깨져서 견인 보낸 기억이 새록새록 하다.

여기에 연비가 경쟁 모델 대비 안 좋았다. 평균적으로 300~500kg는 무거운 무게와 더불어 사람이 많이 탑승했을 경우 에어컨을 틀고 오르막을 못 올라갔을 정도였고, 엔진이 운전자 및 동승자 바로 옆에 위치하는 구조다 보니 정말 시끄러웠다.

특히, 고속도로 운행할 때 옆 사람이 말 걸면 잘 안 들려서 “뭐라고?”를 많이 외쳤었다.여기에 차체가 긴 반면, 사이드미러가 꽤나 작아서 사각지대가 엄청났다. 회전반경마저 넓어서 간혹 골목에서 유턴할 때 멀쩡히 서있는 차를 부시고 가는 이스타나를 더러 봤었는데 바로 이런 이유였다.

90년대의 쌍용차들은
명차였다
글쓴이도 많은 차를 운행해 본 것은 아니지만, 이스타나와는 연이 좀 있는 차였다. 글을 쓰면서 참 오랜만에 친구 만나러 나가는 것 마냥 신났다. 이 당시의 체어맨과 무쏘 그리고 렉스턴은 쌍용차만의 묵하고 물침대와 단단함 그 어딘가를 딱 집어낸듯한 승차감 셋팅과 고속도로 주행 능력은, 관리를 잘 된 차를 타본다면 왜 쌍용차 매니아가 존재하며 그들이 자꾸 쌍용의 복귀를 원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그런 매력적인 차들을 타볼 수 있었음에 영광이었다. 돌이켜보고 그리고 향후를 생각했을 때, 그저 안타깝기만 한 쌍용차, 이젠 이 같은 특색 있는 모델들을 내놓기엔 시간이 많이 흘러버렸고, 회사의 주인이 누가 될지 혹은 없어질지 모르는 기로에서 부디 어느 쪽이든 좋은 결과가 있길 바라며 이만 글을 마쳐본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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