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네이버 남차카페 ‘김태형’님 제보)

독자 여러분들은 벤틀리 하면 무엇이 먼저 떠오르실지 여쭤본다. 당연히 영국의 고급차 브랜드 중 하나로 기억하실듯하다. 현재 최고급 자동차 브랜드이며, 벤틀리의 선생님 격이었던 롤스로이스 대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가졌고, 심지어 롤스로이스 대비 저렴하기까지 한데, 이미지도 보수적이지 않은 디자인으로 롤스로이스 보다 접근성이 좋다고 소문이 자자하다.

벤틀리의 슬로건은 “좋은 차, 빠른 차, 최고의 차”를 내걸었다. 벤틀리는 원래 스피드에 집착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는 회사다 보니, 12기통 고성능 라인업에는 “Speed”라는 이름까지 붙여 팔 정도였다. 여하튼, 잡설이 길어졌다. 오늘은 국내에 벤틀리 아르나지가 발견되어 알아보려 한다. 아르나지는 1998년부터 2009년까지 생산한 벤틀리의 세단 라인업인데, 워낙에 판매량이 적은 모델인 만큼 관심이 집중되기 쉬운 모델이다. 오늘 이 시간, 벤틀리 아르나지의 매력을 알아보도록 하겠다.

 권영범 수습 에디터

폭스바겐이 인수하기 전까지
롤스로이스 그늘에 가려졌다
벤틀리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폭스바겐에 인수되기 전까지 롤스로이스 산하의 브랜드였단 걸 알고 계실 것이다. 벤틀리는 창업 초기 르망 24시에서 1924년, 1927년, 1928년, 1930년 총 4번의 우승의 타이틀을 가진 기술력과 스피드의 상징이었고, 속도와 호화로움을 표방하는 차를 제작했었다.

하지만, 경영난이 심각하여 결국 1931년 경쟁사 롤스로이스에 인수되면서 폭스바겐 그룹에 인수되기 전까지 롤스로이스 산하의 스포츠 성격을 가진 차였다.

롤스로이스의 산하 브랜드가 된 벤틀리는, 1931년부터 1997년까지 60년 넘게 롤스로이스-벤틀리로 통합되어 불려졌으며, 벤틀리의 위치는 롤스로이스의 스포츠 패키지 정도였다.

이러한 지배 구조로 인해 벤틀리가 원하는 차를 만들기는커녕, 모기업 롤스로이스의 그늘에 가려져 언제나 그들이 내어주는 차에 내장재 변경과, 엔진 미션의 개조, 그리고 라디에이터 그릴 디자인 변경 외적으론 할 수 있는 게 없었기 때문에, 과거의 모델들과 비교 분석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난잡한 사연을 가진
아르나지
아르나지는 1998년부터 2009년까지 생한된 벤틀리의 세단 라인업 중 하나였다. 롤스로이스와 깊게 연관되어 있는 벤틀리는, 과거 1998년 롤스로이스와 벤틀리를 가지고 있던 비커스 중공업에서 두 회사의 자동차 부문을 매각하기 위해 내놨다.

당시 우선 협상 자격자로 BMW가 선정되었다. 롤스로이스에 엔진 및 각종 전장부품의 납품을 담당했기에 회사사정을 잘 아는 BMW는, 당연히 관심을 보여주며 인수를 위한 준비에 한참이었고, 폭스바겐 또한 두 브랜드의 매각 소식이 전해지자, 관심을 가지며 유심히 지켜보던 시기였다. 재밌는 사실은 분위기 흐름상 당연히 BMW가 될 줄 알고 비커스는 모든 준비를 다 마친 상황이었다.

그러나, 공식 입찰경쟁에서 BMW보다 9천만 파운드 높은 가격을 제시한 폭스바겐은 무려 4억 3천만 파운드를 제시해 모두가 혼란이 온 상황이다. 결국, 비커스는 폭스바겐 대신에 기존 거래 관계를 고려하여 BMW에 회사명 및 로고의 라이선스를 부여하고, 폭스바겐은 돈을 더 추가해 롤스로이스의 상징인 환희의 여신상과 파르테논 라디에이터 그릴의 디자인 권리를 사들였다.

즉, BMW는 상표권은 있지만, 핵심 디자인에 대한 권리가 없었고, 폭스바겐은 상징 디자인 2개는 가지고 있지만, 상표권이 없는 복잡한 관계가 형성되었다.

아니, 그럼 이거 뭐
어떻게 돼가는 거야?
결국, 이를 보다 못한 BMW는 자신들이 가진 롤스로이스의 상표권에 대한 옵션을 매수하며, 회사명 그리고 롤스로이스 로고 값 4천만 파운드를 폭스바겐에 지불하며, 어떻게든 가져오려고 부단한 노력을 하였다.

결국 폭스바겐과 BMW의 협상안이 체결되었는데, BMW는 롤스로이스, 폭스바겐은 벤틀리를 가져가게 된다. 여기에 1998년부터 2002년 까지는 BMW가 폭스바겐과 벤틀리에 들어갈 엔진을 공급하게 된다.

여하튼, 벤틀리의 아르나지는 이러한 인 수공방전에서 나오게 된 결과물이다. 1998년부터 2000년식까진 BMW의 V8 M62엔진을 베이스로 하였고, 코스워스의 튜닝까지 더해진 4.4X 엔진은, 최대 출력 322마력을 내뿜으며, 7시리즈용 5단 자동 변속기를 장착해 한동안 BMW의 심장을 품고 있었다.

그리고 난 뒤 2001년부터 롤스로이스제의 L 시리즈제 트윈터보로 바뀌게 된다. 이때부터 폭스바겐의 손길이 들어가기 시작한다. 엔진개발 관련하여 지휘하게된 폭스바겐은 벤틀리 엔지니어들과 협업하여 튜닝이 이뤄진 V8 6.75X 엔진이 탄생하게 된다.

최대 출력 450마력, 최대 토크 89.25kg.m를 발휘하며, 롤스로이스제의 엔진을 가져와 실린더 블록과 헤드를 철저히 벤틀리만의 입맛에 맞게 다듬어 새롭게 탑재하였고, 그 결과 속도에 집착을 하던 벤틀리만의 색깔을 점점 찾아내기 시작했다.

5.4m가 넘고, 공차중량만 2.5톤이 넘는 거대한 덩치를 가진 아르나지의 가속 성능은 0-100km/h까지 5.5초면 충분했고, 최고 속도 268km/h를 자랑하여 비로소 벤틀리가 원하는 고성능 럭셔리 세단의 탄생이 시작된다.

폭스바겐에 인수된 후
잘나가는 벤틀리
롤스로이스가 전통을 고수하고, 모든 면에 보수적인 모습을 보여줄 때, 벤틀리는 롤스로이스 손아귀에 벗어나 모든 흔적을 지우려 애썼다. 그 대표적인 예시는 바로 컨티넨날 GT다. 절벽 끝에 서있는 당시의 벤틀리가 사활을 걸고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컨티넨날 GT는, 폭스바겐 페이톤에 적용된 D1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들어낸 차다.

벤틀리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리는데 1등 공신한 컨티넨탈 GT는, 차를 잘 모르거나 관심이 없는 일반인 들에게도 많이 알아보는 대중적인 브랜드로 발돋움할 수 있게 만들어 줬고, 벤틀리의 모든걸 바꿔놨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벤틀리의 마지막 롤스로이스 기반인 아르나지에 대해 알아봤다. 모든 면에서 롤스로이스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지만, 결국 폭스바겐이 벤틀리의 오너가 되면서 조금씩 벤틀리만의 색깔을 찾아가고자 부단히 노력을 하였다.

폭스바겐의 손길이 들어간 엔진을 탑재한 이후, 2004년 1차례 페이스 리프트를 걸친 뒤 2008년 단종된 아르나지, 전 세계적으로 총 352대를 생산한 뒤 단종을 맞이하였다. 다만, 아르나지 자체가 인지도, 성능, 디자인 면에서 떨어지다 보니 다소 저평가가 되는 부분도 존재하지만, 이는 후에 시간이 지남에 따라 벤틀리라는 브랜드 밸류로 그 가치를 증명해 주리라 믿는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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