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오토포스트 독자 ‘임현’님 제보)

자동차 번호판은 사람으로 치면 주민등록번호나 마찬가지다. 국내 도로를 주행하는 차는 반드시 번호판을 부착해야 하며, 차마다 번호가 모두 다르다. 또한 다른 부분은 몰라도 번호판 만큼은 규제가 깐깐하고 단속도 철저히 하는 편인데, 번호판에 스티커를 붙이는 것도 훼손으로 간주해 처벌할 수 있으며, 번호판을 가리가나 훼손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혹은 1천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처벌이 꽤 센데, 범죄에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간혹 국내에서 해외 번호판을 장착한 차를 볼 수 있다. 애초에 보기 드물지만 그마저도 미국 혹은 일본 번호판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과연 이는 합법이며 어떻게 국내에 들어올 수 있는 것일까?

글 이진웅 에디터

(사진=보배드림)

국내에 체류하는 동안
합법적으로 운행 가능하다
도로를 달리다 보면 가끔 미국 번호판이나 일본 번호판을 장착한 차를 볼 수 있다. 이를 보면 ‘내가 지금 한국에 있는거 맞나’라는 생각에 주변을 둘러보지만 한국이 맞다. 분명 여기는 한국인데, 해외 번호판을 그대로 장착하고 도로 주행을 해도 되는 것일까?

정답은 합법이다. 국내에서 해외번호판을 장착하고 다니는 것이 가능하다. 한국은 제네바에서 발효된 도로교통에 관한 국제협약(일명 비엔나 협약)에 가입되어 있으며, 일본과 미국 역시 이 협약에 가입되어 있기 때문에 해당 국가에 등록된 차를 국내에 반입할 수 있으며, 체류기간동안 국내 도로를 운행할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본 화물차는
한국과 일본 번호판이
공존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일본에서 국내에 들어오는 화물차의 경우 한국 번호판과 일본 번호판이 공존하는 모습도 볼 수 있는데, 이는 한국과 일본에 차를 병행 등록했기 때문이다. 물론 일본 번호판만 장착하고도 국내에 주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한일 번호판이 공존하는 화물차는 두 나라를 자주 왕래하는 화물차에 한해 한국과 일본 두 나라에 병행 등록하는 경우이며, 이를 통해 물류비 절감과 빠른 물류 배송, 서류 작업 간소화 등 효율성을 높인다. 부산에 있는 르노삼성자동차 공장과 후쿠오카에 있는 닛산공장 사이를 오가는 물류 차량이 한일 듀얼 번호판을 많이 장착한다. 일본 화물차는 부산항을 통해 들어오기 때문에 듀얼 번호판의 한국 번호판에는 부산이 붙는다.

(사진=보배드림)

반대로 국내 등록된 차를
해외로 반출할 수 있다
반대로 국내 등록된 차를 해외로 반출하는 것도 가능하다. 도로교통에 관한 국제협약에 가입된 나라에 한하며, 체류기간동안 해당 나라의 도로를 운행할 수 있다. 현재 도로교통에 관한 국제협약에 가입된 나라는 총 83개국이다. 실제로 이를 활용해 일본은 물론 유럽까지 자신의 자동차로 여행하는 사람도 꽤 있다. 의외로 중국은 이 협약에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반출할 수 없다. 중국이 국제운전면허를 인정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 등록된 차를 해외로 반출할 때에는 차량 일시 반출입서류, 자동차 등록증, 국제운전면허증, 여권이 필요하다. 그리고 한글을 영어로 변환한 번호판을 부착하고 나가야 한다. 그리고 한국을 의미하는 ROK라는 스티커를 따로 부착해야 한다. 다만 일본으로 반출할 때에는 따로 영어로 치환된 번호판을 안달아도 되는 것으로 보이며, 한국 화물차는 필요하면 일본에 병행 등록해 일본 번호판을 한국번호판과 함께 장착할 수 있다.

(사진=보배드림)

외교용, 외빈용
전용 번호판
해외 번호판 외 국내에서 볼 수 있는 특이한 번호판을 살펴보면 먼저 외교용 번호판이 있다. 청색 바탕에 흰색 글씨로 된 번호판을 달며, 소유자에 따라 대사관에게 외교, 영사관에게 영사, 행정직원에세 준외와 준영을 부여한다. 그 외 국제기구의 국기와 주한대만대표부의 대표도 있다. 협정도 있지만 국내에서 발급된 사례는 없다.

번호 체계는 3자리-3자리로 되어 있으며, 앞의 3자리는 국가, 뒷자리는 공관 내 서열을 나타낸다. 국산차와 수입차는 물론 오토바이도 번호판 발급이 가능하며, 외교관들이 밀집해있는 용산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또한 외국의 국가원수나 정부 수반, 외교부장관, 국제기구의 수장이 한국 정부의 초청으로 내한할때 사용하는 의전차량에는 외빈이라는 글씨 안에 세자리 번호가 들어가는 외빈용 번호판이 발급된다.

(사진=보배드림)

주한미군 차량에
발급되는 번호판
국내에는 주한미군들이 다수 주둔하고 있는데, 이들이 운행하는 자동차에는 전용 번호판이 부착된다. 흰색 바탕에 검은색 글씨로 되어 있으며, 위쪽에는 US ARMY가, 아래쪽에는 영문 대분자 2자리와 4자리 번호가 적혀 있다.

하지만 주한미군용 번호판의 장착한 차량이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경우가 많아서 가끔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 경찰이 교통법규 위반을 하더라도 현장에서 범칙금 부과를 할 수 없고 적발통보서를 작성해 서면으로 소속 미군 부대에 통보하는 것이 끝이며, 미군부대 내에서 딱히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 없다.

(사진=보배드림)

흰색 바탕의
지역번호판
국내에서는 매우 희귀한데, 흰색 바탕의 지역번호판을 장착한 차도 있다. 형태는 그대로이면서 바탕이 흰색, 글자는 검은색인 번호판이다. 이는 2003년에 수도권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시험적으로 보급된 것으로, 보급 기간은 불과 2달 뿐이였다고 한다.

보급 기간이 짧은 데에는 뒷번호판에 한해 반사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 야간에 식별이 용이한 장점이 있으나, 단속카메라로 단속할 시 불빛이 반사되어 식별되지 않는 문제점이 생겨 보급을 중단했다. 이후 해당 번호판의 자진반납을 요청했지만 합법적으로 보급된 번호판이였던만큼 반납하지 않아도 강제회수할 수 있는 방법이 없으며, 2020년 기준으로 50여대가 남아있다고 한다. 이 번호판의 실패 이후 보완되어 등장한 것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녹색 바탕의 전국번호판이다.

(사진=보배드림)

군용차에 부착되는
두가지 형태의 번호판
군용차에는 두가지 형태의 번호판 중 하나가 부착된다. 첫번째는 전투 차량 혹은 전투차량과 동일한 국방 도색을 한 상용차에 적용되는 번호판으로, 전후면 좌측에 4자리 부대번호(부대에 따라 한글로 부대명이적혀있는 경우도 있다), 우측에 한자리에서 네자리 일련번호를 도색한다. 엄밀히 말하면 번호판이라고 하기보다는 그냥 고유번호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좋다. 요즘은 국방 도색을 하지 않은 상용 트럭도 이런 방식의 고유번호를 새긴다.

두번째는 대부분의 상용차에 장착되는 번호판으로, 기본적으로 일반 번호판과 비슷한 형태지만 중간의 용도기호 부분을 군별로 표시한다. 국직부대는 국, 합동참모본부는 합, 육군은 육, 해군은 해, 공군은 공이 표기된다. 또한 앞의 두 자리는 부대를 의미하며(육군 기준으로 사단) 뒤에 4자리는 일련번호가 적용된다. 군용 차량이더라도 군 차량임을 숨겨야하는 경우(주로 군사경찰의 수사용 차량)에는 일반 차량과 동일한 양식을 가진 번호판을 발급받는다. 이처럼 생각보다 꽤 다양한 번호판이 국내에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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