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차 시장은 현대차 공화국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현대차가 40%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계열사인 기아, 제네시스까지 합치면 80%를 넘는다. 나머지 20%도 안되는 점유율을 르노삼성, 쉐보레, 쌍용차가 차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르노삼성, 쉐보레, 쌍용차는 외환위기 이후 가장 적은 생산과 판매량을 기록했다. 심지어 수입 브랜드인 벤츠와 BMW에도 밀렸다. 판매량이 줄어든 만큼 매출도 감소했으며, 이제는 현대차그룹을 견제해 주는 역할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외환위기 이후
가장 적은 생산과 판매 기록
벤츠, BMW보다 덜 팔렸다
올해 상반기 르노삼성, 쉐보레, 쌍용차는 IMF 이후 가장 적은 생산량과 판매량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세 회사의 총 생산량은 24만 319대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12.3% 감소했다. 이는 상반기 기준 23만 4,699대를 생산한 외환위기 이후 2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국내 판매량 역시 8만 8,625대를 기록해 작년 상반기보다 35.4% 줄어들었으며, 1998년 7만 3,169대 이후 가장 낮았다. 각 회사별로 보면 쉐보레가 3만 6,130대를 판매해 작년 상반기보다 19.3% 감소했으며, 르노삼성은 2만 8,840대를 판매해 작년 상반기보다 47.8% 감소했고, 쌍용차는 2만 6,625대를 판매해 작년 상반기보다 34.8% 감소했다.

심지어 이들은 수입차 브랜드인 벤츠와 BMW보다 덜 팔렸다. 올해 상반기 벤츠는 4만 2,170대, BMW는 3만 6,261대를 팔았다.

그동안 르노삼성, 쉐보레, 쌍용차가 부진하긴 했어도 수입 브랜드보다는 많이 팔았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수입 브랜드보다 덜 팔렸다.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볼 수 있겠다.

XM3 판매 급감과
노조 파업이 원인인 르노삼성
그렇다면 이들이 생산량과 판매량이 감소한 이유는 무엇일까? 르노삼성은 먼저 XM3의 부진이 첫 번째 원인이다. XM3는 작년 초에 출시한 르노삼성의 야심작으로, 쿠페형 SUV의 유려한 디자인과 경쟁 모델 대비 큰 크기, 합리적인 가격으로 출시 당시 큰 인기를 얻었다.

3월 5,581대를 시작으로 6월까지 5천 대 이상 판매했지만 시동 꺼짐 결함으로 리콜을 실시한 7월 이후에는 2천 대 미만으로 떨어졌다. 무려 64.7%나 하락했다. 이후 10월부터 다시 2천 대 이상 판매했으나 올해 1월부터 1천여 대 초반으로 무려 50% 가까이 감소했다. 특히 5월에는 아래에 언급할 노조 파업과 더불어 연식변경 출시 직전이어서 1천 대 미만으로 내려왔다. 이후 연식변경 모델을 출시했지만 6월 판매량은 1,565대에 그쳤다.

이처럼 르노삼성의 신차 XM3는 작년 상반기와 올해 상반기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XM3 작년 상반기 판매량은 2만 2,252대를 판매했지만 올해 상반기는 1만 대도 못 판 8,086대를 기록했다.

두 번째 원인은 노조 파업이다. 르노삼성은 국산차 제조사 중 유일하게 2020년 임단협을 마무리 짓지 못했다. 올해 들어서도 임단협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최근 영업사무소 폐쇄 등에 대한 불만이 터져 르노삼성 노조가 약 1년 만에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사진=중앙일보)

지난 4월 21일, 근무시간 8시간 전체를 파업했으며, 이후에도 전면 파업과 부분 파업을 반복했다. 반면 사 측은 부분 직장폐쇄로 맞섰다. 근무를 원하는 직원들에게만 공장을 개방하고 생산라인을 제한적으로나마 가동하기 위해서다. 노사 간의 대립으로 인해 생산량은 하루 350대로 크게 감소했다.

이후 2달이 지난 지금까지 노사 대립으로 인해 임단협 타결에 실패했다. 생산량이 줄어든 만큼 판매량도 자연스럽게 줄게 되었다. 그나마 XM3 해외 수출 덕분에 실적을 어느 정도 만회하고 있다.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해
2월부터 감산한 쉐보레
노조 파업의 영향도 있다
쉐보레(한국GM)의 경우 올해 2월부터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해 감산을 시작했다. 거기다가 쉐보레 역시 임단협으로 인한 노사 갈등을 겪고 있다. 노조원들은 현재 회사가 조 단위의 적자를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본급, 격려금, 통상임금 등을 합해 1인당 1천만 원 규모의 요구했다. 이 때문에 올해 상반기 동안 약 4만여 대의 생산 차질을 빚었다.

특히 주력 모델인 트레일블레이저의 생산량이 줄면서 쉐보레의 타격이 더 커졌다. 또한 트레일블레이저는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 국내 생산이 줄면서 수출 물량 역시 줄었다. 하반기 역시 녹록지 않은데, 창원공장에서 생산하던 스파크가 단종된다. 차세대 CUV를 창원공장에서 생산하지만 2023년부터 생산 시작이라 그동안에는 공백이 생긴다.

협력업체의 부품 납품 거부로
공장 가동 중단과 재개 반복한 쌍용차
쌍용차는 누적된 적자로 인해 마힌드라 그룹이 경영을 포기하면서 2009년 이후 대위기가 찾아왔다. 이후 쌍용차는 비핵심자산 매각과 고강도의 경영 쇄신을 했으나 수천억 원에 달하는 적자를 감당하기는 어려웠다. 경영악화로 인해 대출 원리금을 연체했으며, 작년 말 법정관리를 다시 신청했다.

자금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자 부품 납품사들은 납품대금 지급을 월간 어음 정산이 아닌 즉납 현금 결제로 요구했으며, 몇몇 납품사는 기존 잔금을 완납하고 결제 방식 변경을 할 때까지 납품을 중단하기도 했다. 이후 쌍용차는 생산에 필요한 양만큼만 현금을 주고 구입해 겨우 공장을 가동하고 있으며, 부품 문제로 인해 공장 가동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고 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쌍용차는 신차 준비 등 여러 노력을 하고 있지만 쌍용차의 유력 인수사로 떠올랐던 HAAH 오토모티브가 파산하면서 상황이 다시 암울해졌다.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아예 청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최근 재계 순위 36위인 대기업 SM그룹이 쌍용차 인수에 뛰어들었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하반기에는 희망이 보인다.

업계에서는 르노삼성, 쉐보레, 쌍용차의 생산과 판매 실적 악화로 인해 국내 자동차 업계의 고용 감소로 이어져 산업이 침체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이들이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어도 동정심은 하나도 안 간다와 같은 냉담한 반응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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