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마힌드라 그룹이 쌍용차를 매물로 내놓은 후 가장 적극적으로 인수에 관심을 보인 업체는 미국의 HAAH 오토모티브였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관심을 표했을 뿐 투자의향서 제출은 하지 않았으며, 그 와중에 7월 HAAH 오토모티브가 미국에 파산 절차를 밟았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HAAH 오토모티브의 쌍용차 인수 작업이 지지부진하자 국내 다른 업체들도 쌍용차에 뛰어들었다. HAAH 오토모티브 외 쌍용차 인수 의향을 밝힌 업체는 에디슨모터스와 케이팝모터스, 박석진컴퍼니가 있으며, 최근에는 재계 순위 32위의 대기업인 SM그룹이 쌍용차 인수전에 깜짝 등장했다. HAAH 오토모티브도 여전히 미련을 못 버렸는지 카디널 원 모터스라는 법인을 새로 설립해 재도전했다.
글 이진웅 에디터
구 HAAH 오토모티브
현 카디널 원 모터스
지금까지 쌍용차 인수에 뛰어든 회사는 무엇이 있을까? 먼저 첫 번째는 카디널 원 모터스다. HAAH 오토모티브가 파산 후 설립자인 듀크 헤일이 쌍용차 인수전에 뛰어들기 위해 새로 설립한 회사다.
HAAH 오토모티브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회사로, CEO인 듀크 헤일은 미국에서 로터스, 마쓰다, 재규어랜드로버, 볼보 등 수입차 유통사업을 35년가량 해왔다. HAAH 오토모티브는 2014년 설립했다.
HAAH 오토모티브는 중국의 체리자동차와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체리자동차는 상하이자동차, 둥펑 등과 함께 중국 5대 자동차 제조사에 포함되어 있으며, 옛날 마티즈와 매그너스 디자인을 GM대우와 GM 본사의 허락 없이 도용한 것으로 유명한 회사다.
체리자동차가 HAAH 오토모티브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소문도 있었으나 HAAH 오토모티브는 그렇지 않다며 관련 소문을 일축했다. 그렇지만 체리자동차의 모델을 미국에서 반타스라는 티고(T-GO)라는 이름으로 생산, 판매할 계획을 발표하는 등 지속적으로 협력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7월, 미국에 파산 신청을 내면서 중국 관련 사업은 정리하고 위에서 언급한 카디널 원 모터스를 설립해 쌍용차 인수에 뛰어들었다.
한국화이바에서 시작해
독립된 에디슨 모터스
에디슨모터스는 불과 작년 초까지만 하더라도 우리에게 그렇게 친숙한 회사는 아니었다. 하지만 매년 지자체에서 실시하는 전기버스 보급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작년에는 HAAH 오토모티브 다음으로 적극적으로 인수 의향을 밝히면서 유명해졌다.
에디슨모터스는 한국화이바에서 시작한 회사로, 원래 신소재와 방위사업을 주력으로 하던 회사였다. 회사 설립도 1977년으로 꽤 오래되었다. 1998년, 한국화이바 차량사업부가 설립되었고, 2005년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가 주관한 한국형 저상버스 개발 사업에 한국화이바가 뛰어들면서 현 에디슨 모터스의 역사가 시작된다.
3년간 105억 원을 투자해 개발했고(나머지는 국고 지원), 1년간 차량 양산 체계를 구축해 2009년, 프리머스라는 이름으로 출시했다. 프리머스가 출시되는 과정에서 한국형 저상버스 기준 제정에 많은 기여를 했다. 전기버스도 개발해 서울 남산 순환버스에 도입해 국내 최초로 전기버스를 상용화했다. 땅콩 외형을 한 개성 있는 디자인을 가졌지만 처음 개발해 선보인 버스인 만큼 문제점이 많아 2014년, 후속 모델인 화이버드가 출시되면서 단종되었다.
하지만 당시 전기버스가 대중화되지 않았고, 현대자동차와 대우버스의 압도적인 점유율로 인해 한국화이바 차량사업부는 판매량이 신통치 않았고, 적자가 크게 누적되었다. 결국 한국화이바는 차량사업부를 분할해 철도차량사업부만 남기고 버스사업부는 별도 법인으로 독립 후 중국의 타이치그룹에 매각했다. 당시 국고 지원으로 개발된 전기버스의 기술이 유출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
타이치그룹이 한국화이바 버스 사업부 독립법인을 인수하면서 회사명을 TGM으로 변경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2017년, 타이치그룹이 수익이 안된다며 다시 매물로 내놓았다. 마치 상하이자동차가 쌍용차를 인수했다가 몇 년 만에 다시 매물로 내놓은 것과 비슷하다.
이후 한국 기업인 EES에서 TGM을 인수 후 회사명을 에디슨모터스로 변경했다. 2년 만에 한국의 폼으로 다시 되돌아온 셈이다. 에디슨모터스로 새 출발을 한 후 일반 대형버스, 중형버스, 소형버스, 1톤트럭 등 라인업을 점차 늘려가고 있다. 전기버스 만든 기술력을 바탕으로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를 인수해 전기승용차 시장 진출까지 노리고 있다.
전기이륜차가 주력
박석전앤컴퍼니와 협업해
쌍용차 인수에 띄어든 케이팝모터스
케이팝모터스는 전기이륜차를 주력으로 하고 있는 업체로, 2014년에 설립되어 역사는 짧다. 여러 이륜차 제조사 및 전기차 제조사와 협업 중이며, 현재 중국, 베트남 등 세계 여러 나라에 수출하고 있다. 자체 배터리 제작 기술력을 가지고 있으며, 전기차 부품도 수출하고 있다. 이륜차 외 3륜 스쿠터와 4륜 스쿠터, 전기자전거, 완구류도 생산 중이다.
지난 4월에는 사모펀드 박석전앤컴퍼니와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쌍용차 인수를 위한 자금 마련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쌍용차를 인수해 기존 승용차를 전기차로 개조해 나가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최근에는 자체 발전기는 내장해 충전할 필요가 없는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재계 서열 32위
SM그룹 깜짝 등판
SM그룹은 광주광역시에 연고를 둔 삼라건설이 시작이었으며, 1988년 창립되었다. 창립 당시 광주광역시에 아파트 붐이 크게 불었는데, 삼라건설은 이때 공격적으로 아파트를 건설해 분양함으로써 돈을 크게 벌었다. 당시 아파트 이름 뒤에 영어를 쓰는 것이 유행이어서, 삼라건설도 ‘삼라마이다스’라는 이름으로 아파트 브랜드를 런칭했다. 후에 아파트 브랜드인 삼라마이다스와 삼라건설 사명의 유래인 삼라만상에서 이름을 따와 SM그룹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아파트 건설 사업으로 잘나가다 1997년 외환 위기가 찾아오면서 전환기를 맞게 된다. 삼라건설은 외환위기를 예상하고 보수적으로 사업을 벌였으며, 오히려 외환위기를 큰 기회를 삼았다. 여러 건설사들이 보유했던 수도권 택지들이 헐값에 나왔는데, 이 땅들을 인수해 2000년부터 서울, 인천, 용인, 구리에 삼라마이다스 아파트를 건설했다. 그러다 2004년, 경기가 과열되었다고 예상하고 아파트 건설 사업을 접었다.
사실 요즘 SM그룹은 삼라마이다스 아파트보다는 인수합병의 달인으로 유명하다. 외환 위기 때 수도권 택지 외에도 잘나가던 기업들이 매물로 나왔다. 매물들 중 좋은 기업을 골라내 그룹을 키우면 좋을 것 같다고 판단한 우오현 회장은 진덕산업(현 우방산업)을 시작으로 백셀, 조양, 경남모직, 남선알미늄, 티케이케미칼등을 인수해 그룹을 키웠다. 그 덕분에 2008년 그룹 매출 1조 원을 돌파했다. 이후 삼환기업, 동아건설산업, 대한해운, 삼선로지스 등을 인수해 사세를 계속 키워 현재 대기업으로 거듭난 상태다.
여러 기업을 인수합병한 덕분에 현재는 원래 주력했던 건설 외 화학, 해운, 방송, 하이패스, 금융, 철도역(산본역, 경의선 신촌역), 레저까지 다양한 분야에 진출한 상태다. 지난 7월 30일, 쌍용차 인수전에 깜짝 등판해 화제가 되었다. 그 외에 이엘비앤티, 인디 EV, 하이젠솔루션, 월드에너지 등 국내외기업 총 9곳이 인수 의향을 밝혔다.
현실적으로 인수 가능한 회사는
대기업인 SM그룹뿐
쌍용차 인수전에 여러 회사가 뛰어들었지만 이들이 실제로 쌍용차를 인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쌍용차를 매물로 내놓은 마힌드라 그룹은 인도의 대기업으로, 자산총액으로 국내 14위인 부영그룹과 맞먹는 수준이다. 그런 마힌드라도 감당하지 못하고 매물로 내놓았는데, 웬만큼 큰 기업이 아니고선 쌍용차를 인수해 다시 살리기란 어렵다.
쌍용차 인수를 위해서는 대략 1조 이상 필요하다고 한다. 인수 후 현금으로 즉시 상환해야 하는 공익채권이 3,900억 원이고, 지급이 유보되어 빨리 해결해야 하는 임금과 부품대금이 약 3천억 원 정도, 나머지는 마힌드라 그룹의 지분과 운영비 등이다. 거기다가 인수 후 다시 정상화시킬 때까지는 총 3조 원이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쌍용차 인수에 뛰어든 회사는 중소기업과 사모펀드뿐이었다. 작년부터 적극적으로 인수 의사를 표현한 HAAH 오토모티브(현 카디널 원 모터스)는 연 매출 230억 수준인데다 현재는 파산 후 새로 법인을 설립한 상태이며, 에디슨모터스는 작년 매출 898억 원, 자산총계는 1,067억 원으로 쌍용차를 감당하기에는 한참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단 에디슨모터스는 합작투자를 설립하고 이 자금을 레버리지를 활용해 1조 원을 조달할 수 있는 청사진을 제시한 상태다.
케이팝모터스는 현재 외부감사보고서가 없어 재무구조 파악이 쉽지 않으며, 회사 자본금이 33억 원에 불과하다는 정도만 알려져 있다. 과거 2020년 비전으로 한 해 동안 전 세계에 16억 5천만 대 전기 스쿠터를 1대당 평균 300만 원에 팔 것이며, 연 매출 4,950조 원 달성이라는 비현실적인 목표를 제시한 적 있어 그다지 신뢰는 안 간다.
케이팝모터스와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한 박석전앤컴퍼니는 기업 인수합병을 전문으로 하는 사모펀드 계열사로, 싼 가격에 기업을 인수해 비싼 가격에 되파는 것이 사모펀드의 주 목적인 만큼 만약 쌍용차를 인수하게 된다면 후폭풍이 예상된다. 그 외 하이젠솔루션, 이엘비앤티 등 나머지 기업들도 기대할 수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 뛰어든 SM그룹은 그나마 쌍용차를 현실적으로 인수 가능해 운영까지 가능한 회사로 평가되고 있다. 사실 SM그룹은 예전에도 쌍용차 인수를 검토한 적이 있었지만 자금 부족으로 참여하지 못했다. 하지만 1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르면서 국내 재계 서열 32위의 대기업으로 성장했고, 올해 기준 자산규모 10조 4,500억 원, 연간 매출 약 5조 원, 영업이익은 2천억 원 내외를 유지하고 있다.
자금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 남선알미늄, 티케이케미칼, 백셀 등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계열사도 보유하고 있다. SM그룹은 쌍용차 인수에 외부 자금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했으며, 올해 하반기 코스닥 상장 예정, 계열사의 SM상선의 코스피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쌍용차 인수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예비실사 돌입
누가 인수하게 될까?
지난 7월 30일까지 위에 언급한 9개 회사가 인수의향서를 제출했으며, 9개사가 모두 예비실사에 참여한다고 한다. 매각 주간사인 EY한영회계법인은 당초 부적격자를 제외할 예정이었지만 실사 결과 모두 통과시켰다. 이후 인수 희망자는 정보이용료를 납부하고 예비실사에 참여할 수 있는데, 현재까지 SM그룹, 에디슨모터스, 케이팝모터스, 하이젠솔루션이 정보이용료를 납부했으며, 나머지도 정보이용료를 납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예비실사는 8월 27일까지 진행되며, 이후 희망자는 인수 제안서를 제출하게 된다. 쌍용차와 매각 주간사는 9월 초 우선 협상자를 선정하게 되고, 올해 안에 매각을 마무리하고 친환경차 전용공장 건설과 신차 출시 등 경영 정상화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쌍용차 내부에서는 상하이자동차와 마힌드라 그룹에 인수되었던 경험 때문인지 이번에는 한국 회사가 새 주인이 좋을 것 같다는 분위기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카디널 원 모터스, 에디슨모터스, SM그룹 3파전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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