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시장은 현대차그룹 공화국이라고 봐도 무방할 만큼 현대차의 영향력이 막강하다. 현대차 단독으로 30%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계열사인 기아와 제네시스까지 합치면 70%가 넘는다. 르노삼성, 쌍용차, 쉐보레가 합쳐서 10% 차지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수입차가 차지하고 있다. 수입차를 빼고 국산차만 보면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의 점유율은 90%가량 된다.

현대차그룹의 점유율이 국내에서 압도적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웃고 있을 수만은 없다. 올해 상반기 현대차그룹을 포함해 국산차의 절대적인 판매량은 감소했으며, 반대로 수입차는 늘어났다. 즉 국산차를 사던 소비자들이 수입차로 많이 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글 이진웅 에디터

국산차 판매 6.2% 감소
수입차 판매 17.9% 증가
올해 상반기 자동차 판매량을 살펴보면 작년 상반기 대비 2.6% 감소한 92만 4천여 대를 기록했다. 여기에는 국산차가 72만 6천여 대를 판매해 작년 상반기 대비 6.2% 감소했기 때문이다. 브랜드별로 살펴보면 현대차는 38만 3,158대(제네시스 7만 2,710대 포함)로 1% 감소, 기아는 27만 9883대로 0.8% 감소해 비교적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

반면 르노삼성자동차는 2만 7,902대로 49%나 감소했으며, 쌍용차도 2만 7,282대로 34.7%나 감소했다. 한국GM(쉐보레)은 3만 31대로 12.5% 감소했다. 세 브랜드 합쳐 총 34.9% 감소한 상태다.

반면 수입차 판매는 16만 7천여 대로 작년 상반기보다 17.9% 증가해 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독일차가 10만 4,244대로 23.9% 증가했고, 볼보 등 독일을 제외한 유럽차들이 1만 8,145대로 16.2% 증가했다. 미국차는 2만 2,878대를 판매해 12.3% 증가했다. 다만 일본차는 2만 72대로 2.4%가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 수입차의 국내 자동차 시장 점유율은 작년 15%에서 올해 18.1%로 3.1% 증가했다.. 특히 전기차 시장에서는 수입차 비중이 53%에서 60%로 증가했다. 테슬라가 모델 3와 모델 Y를 메인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기 때문이다. 또한 수입차를 구매하는 소비자층이 점점 젊어지고 있는데, 30~40대 소비자의 수입차 구매 비율이 65%로 50대 이상보다 2배 이상 높았다.

국산차를 타던 소비자들이
이제는 수입차로 넘어간다
국산차 판매가 줄고 수입차 판매가 늘어났다는 점은 국산차를 타던 소비자들이 수입차로 넘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전에 수입차가 대중화되지 않았을 시기에는 차값이 비싼 것도 있고, 부자들만 탄다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에 현대기아차가 별로라고 생각했던 소비자들은 대체재로 르노삼성, 쌍용차, 쉐보레를 많이 선택했다. 그런 탓에 당시에는 이 세 브랜드도 지금처럼 점유율이 크게 낮은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수입차를 노려볼만한 경제력을 갖춘 소비자들이 많아졌고, 비교적 저렴한 수입차들도 국내에 많이 출시되었다. 또한 국산차는 페이스리프트나 풀체인지가 출시될 때마다 가격이 계속 올라 이제는 동급 수입차와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하는 경우가 많다.

거기다가 르노삼성과 쌍용차, 쉐보레는 현대차그룹을 뛰어넘을만한 경쟁력 있는 모델을 출시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트레일블레이저처럼 소비자들의 평가가 좋은 차도 있긴 하지만 판매량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유일한 LPG SUV라는 장점을 가진 QM6가 올해 상반기 17위를 차지한 것 외에는 20위 안에 르노삼성, 쌍용차, 쉐보레 차가 단 한 대도 없다. 오히려 벤츠 E클래스가 19위에 올라와 있다.

즉 현대차그룹 라인업의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는데 르노삼성, 쌍용차, 쉐보레는 현대차의 대체재가 되지 못하고 있고, 수입차는 저렴한 가격으로 책정된 모델이 출시되고 있으면서, 5시리즈나 A6 같은 모델들은 할인도 몇백만 원 많으면 천만 원 이상씩 해준다. 그렇다 보니 소비자들이 수입차로 많이 넘어가게 되는 것이다.

결국 현대차그룹 VS 수입차 구도
수입차로 발걸음을 돌리며
국내 자동차 산업 악화 우려
르노삼성, 쌍용차, 쉐보레는 현재 상황이 꽤 어려운 편이다. 쉐보레는 적자만 조 단위고, 쌍용차역시 누적 적자가 수천억 원이며, 공익 채권도 4천억 원가량 있다고 한다. 르노삼성은 오랫동안 수천억 원의 흑자를 냈었지만 판매량 감소로 올해 11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고 한다. 그 외 여러 문제가 겹쳐 르노삼성과 쌍용차, 쉐보레는 당분간 점유율이 눈에 띄게 올라갈만한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

결국 국내 자동차 시장은 현대차그룹 VS 수입차 구도로 나눠졌다. 아직까지는 위에서 언급한 대로 현대차그룹의 점유율이 압도적이지만 점점 국산차에서 수입차로 소비자들의 수요가 이동하고 있다. 이것이 오랫동안 이어질 경우 국내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현대차그룹 품질 문제는 여전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현대차의 발목을 잡는 것은 바로 품질 문제다. 기술은 과거에 비해 많이 발전하고, 옵션 사양도 수입차 안 부러울 만큼 훌륭한데, 결함이 많이 늘어났다. 단순 조립 불량부터 시작해 안전에 영향을 끼치는 결함까지 다양했다.

앞으로도 다양한 자동차 제조사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기술 개발도 중요하지만 그전에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첨단 기술로 무장이 되어 있다 한들 기본적인 품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 없다.

최근 출시된 차세대 전기차 아이오닉 5도 그렇다. 고급차에 있을법한 사양부터 증강현실 헤드업 디스플레이, V2L 기능, 솔라 루프 등 다양한 첨단 기술이 장착되었지만 냉각수 문제로 인해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코나 일렉트릭 연쇄 화재와 브레이크 결함으로 리콜한 지 불과 1년도 안 돼서 발생한 일이다.

작년에 정의선 부회장이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품질을 자주 강조했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개선되었다는 느낌을 못 받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수입차라고 해서 결함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대차보다는 낫다는 인식이 계속 이어지면 수요가 수입차로 계속 이동할 수밖에 없다.

결함도 문제지만 이를 해결하는 대응도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굵직한 결함이 발생했을 때 미국에서는 즉각 조치를 취해주는 반면, 국내에서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일 때가 많다. 그 외에 서비스센터 직원들의 응대도 몇 차례 문제가 된 적 있다.

네티즌들도 “현대차 옛날보다 많이 발전한 것은 사실이고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점은 자랑스럽지만 그에 걸맞게 자국 소비자들 응대에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다. 자국 소비자들에게 버림받는 글로벌 브랜드가 무슨 소용인가”라며 품질과 서비스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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