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기는 쉽지만 내리기는 어렵다. 무엇에 관한 이야기일까? 다름 아닌 가격이다. 게다가 고급 브랜드라고 알려진 제조사가 가격을 내린다면? 큰 결정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세상만사가 뜻대로 되지는 않을 터, 가격을 내린다고 해서 상품이 갑자기 날개 돋친 듯 팔리지 않을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오늘은 재규어와 랜드로버의 소식을 들고 왔다. 최근 계속되는 반도체 수급난과 코로나 19의 확산으로 해당 제조사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재규어 랜드로버 측은 이에 가격 인하 전략까지 선보였지만, 소비자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네티즌들의 의견에 따르면, 그들에게는 반도체 수급난, 코로나 19 확산 이외에도 다른 문제점들이 있다고 전해진다. 그게 무엇일까?

정지현 에디터

랜드로버와 재규어는
어떤 브랜드?
랜드로버는 인도 타타자동차 산하 재규어 랜드로버 주식회사의 고급 SUV 브랜드다. 일각에선 ‘정말 부자들만 타는 차’로 랜드로버의 모델을 꼽을 만큼, 비싼 가격대를 자랑하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실제로 랜드로버는 1980년대 이후 고가 정책을 고수하고 있어, 상위 모델들의 가격이 프리미엄급 혹은 그 이상이다. 대표 모델로는 디스커버리, 디펜더, 레인지로버 등이 있다.

재규어는 1922년경 영국의 두 엔지니어, 윌리엄 라이온즈와 윌리엄 웜슬리가 ‘스왈로우 사이드카 컴퍼니’란 이름의 작은 제작소를 세우면서 시작된 브랜드다. 재규어는 한국 시장에서 XE를 비롯해 XF, XJ, E-PACE, F-PACE, F-TYPE, I-PACE 등 다양한 모델을 선보여 왔다.

반도체 수급난 직격탄에
물량 확보 비상 걸렸다
한편, 재규어 랜드로버가 코로나 재확산과 세계적인 차량 반도체 공급난에 직격탄을 맞았다고 알려져 화제다. 차를 생산하지 못하니, 국내로 들여올 물량도 확보하지 못해 판매량이 급감한 것이다.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 측은 지난 3월 기자회견에서 “새로 출시하는 차량의 가격을 낮추고, 기존 가격을 유지하는 경우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라고 말했지만, 그의 전략마저 쉽게 통하지 않는 실정이다.

코로나 19까지
이들을 덮쳤다
여기에 코로나 19 상황까지 겹쳐지자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생산 공장이 있는 영국 내 코로나 상황이 악화한 것이다. 실제로 영국 현지 생산은 심각한 상황이다. 영국 자동차 산업 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 영국의 신차 등록 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9.5% 감소한 12만 3,296대로, 7월 기준으로 1998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게다가 코로나 확진자와 밀첩 접촉한 사람들이 열흘간 자율 격리에 들어가는 이른바 ‘핑데믹’ 사태로 생산 현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인력 공백이 추가로 발생했다. 이에 영국 자동차 산업 협회는 올해 신차 판매 전망도 182만 대로 낮춘 상황이다.

판매량 동향 분석
어느 정도로 심각한가?
판매량이 어떤지 살펴보니, 생각보다 판매 부진 상황이 많이 심각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올해 1분기까지만 해도 재규어와 랜드로버의 월별 판매량은 평균적으로 각각 약 50여 대, 300여 대 수준이었다. 하지만 4월에 들어서자 분위기가 급변했다.

물론 생산 차질이 빚어지는 가운데 업체들이 SUV 등 부가가치가 높은 차량에 생산 자원을 더 많이 투입하면서 랜드로버는 비교적 타격이 덜했다. 그러나 판매량이 상당량 줄어든 것은 재규어와 랜드로버 모두에 해당하는 사실이다. 지금부터는 좀 더 자세한 판매 실황을 작년과 비교해 살펴보도록 하자.

랜드로버의 작년과 올해
상반기 판매량 비교해보니
2,371대에서 1,420대로
랜드로버는 올해 7월에 239대, 6월에 58대, 5월에 97대, 4월에 119대, 3월에 292대를 판매했다. 1월부터 6월까지 상반기 총 판매 대수는 1,420대다. 올해 상반기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은 디스커버리 스포츠로, 378대 팔아 브랜드 내 점유율 26.6%를 차지했다. 그다음은 디펜더로 273대를 판매해 점유율 19.2%를 차지했다.

한편, 랜드로버는 작년 7월에 311대, 6월에 309대, 5월에 287대, 4월에 281대, 3월에 493대를 판매했다. 상반기 총 판매 대수는 2,371대다. 작년 상반기 가장 많이 팔린 차는 레인지로버 이보크로 432대를 팔아 랜드로버 내 점유율 18.2%를 차지했다. 다음은 디스커버리로 373대를 판매해 마찬가지로 브랜드 내 점유율 15.7%를 차지했다. 결론적으로 랜드로버는 작년 상반기와 비교해 올해 951대나 적게 팔았다고 볼 수 있다.

재규어의 작년과 올해
상반기 판매량 비교하니
390대에서 233대로
재규어는 올해 3월부터 7월까지 각각 7월 14대, 6월 24대, 5월 8대, 4월 28대, 3월 54대를 팔았다. 상반기 총 판매 대수는 233대다. 올해 상반기에 가장 많이 팔린 차는 E-페이스로 88대를 판매해 브랜드 내 37.8%의 점유율 차지했다. 다음으로는 신형 F-타입으로 31대를 판매해 점유율 13.3%를 차지했다.

한편, 작년 3월부터 7월까지의 판매량을 비교해보면, 7월에 45대, 6월에 43대, 5월에 73대, 4월에 49대, 3월에 73대를 판 것을 알 수 있다. 상반기 총 판매 대수는 390대다. 작년 상반기에 가장 많이 팔린 차는 F-페이스로 181대를 판매해 재규어 내 점유율 46.4%를 차지했다. 다음으로는 E-페이스가 79대를 판매해 점유율 20.3%를 차지했다. 결과적으로 작년 상반기에 비해 올해 157대나 적게 판 사실을 알 수 있다.

“사실 그건 큰 문제가 아니지”
소비자가 말하는 진짜 이유?
그런데 일각에선 반도체 수급난 혹은 코로나 19의 확산세와 관련 없이, 재규어와 랜드로버 브랜드 자체가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재규어는 다른 수입차 대비 그만의 매력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더불어 랜드로버는 잔고장 품질 이슈가 계속되면서 브랜드 이미지가 실추된 바 있다. 출고 4일 만에 2억 원 상당의 레인지로버가 주행 중 서는 등의 결함이 있었고, 진동과 소음, 인포테인먼트 모니터와 블루투스 오류 등의 잔고장 이슈도 자주 들려왔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랜드로버가 이와 같은 품질 이슈에도 해당 차량에 대해 “정상이다”, “원래 그렇다”, “업데이트 외에 방법이 없다” 등 무성의한 답변으로 일관한 태도에 있었다.

이들을 대체할 좋은 차들이
너무 많이 나왔다는 것도 문제
여기에 이들을 대체할 수 있는 좋은 모델이 다량 출시된 것도 해당 브랜드의 판매량 저조 현상에 한몫했다는 반응도 존재한다. 특히 랜드로버 레인지로버의 경우 롤스로이스 컬리넌, BMW X7, GLS, 마이바흐 GLS 등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디펜더도 마찬가지다. 브롱코, 허머 등의 모델에 치여 디펜더는 그만의 아이콘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이에 랜드로버는 더 이상 정통 오프로더로도, 고급 SUV로도 그만의 입지를 다질 수 없게 된 안타까운 상황이다.

“요즘 재규어 랜드로버
누가 사겠어요?”
재규어와 랜드로버에 대한 네티즌의 반응은 어땠을까? 먼저 앞서 언급한 문제들을 네티즌도 인지하고 있는 분위기였다. 실제로 뭇 네티즌 사이에서 “재규어 랜드로버는 물량보단 브랜드 자체의 매력도가 이제 문제라고 볼 수밖에”, “재규어 랜드로버 요즘 누가 사냐”, “브랜드 이미지가 너무 안 좋아졌다” 등의 의견을 쉽게 포착할 수 있었다.

더불어 “줘도 안 탄다. 아니 못 탄다. 센터에 들어가 있으니까”, “잔고장이 너무 심하다. 그렇다고 센터에서 바로 고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디자인과 재료는 좋은데 조립품질이 영… 가격도 영…”이라며 품질 이슈를 언급하는 네티즌도 다수였다.

재규어 랜드로버의 연간 판매량은 2018년 1만 5,000대를 넘었지만, 지난해에는 5,000대 수준에 그쳤다. 지금 추세로라면 올해 재규어 랜드로버의 연간 판매량은 3,000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제조사 측은 올해 가격을 낮춘 신차를 출시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나, 부활 전략을 세워 놓고도 판매할 차를 들여오지 못하게 된 암울한 상황이다. 하지만 오늘 살펴봤듯 더 큰 문제는 브랜드 이미지 실추에 있었다. 판매량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가격 인하도 중요하겠지만, 브랜드 이미지를 격상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게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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