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차라는 기준은 매우 주관적이다. 개인마다 생각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디자인 위주로 평가할 수도 있고, 성능 위주로 평가할 수도 있고, 옵션 위주로 평가할 수도 있다. 개인마다 차에 대한 생각은 다르겠지만 대다수의 사람이 ‘이 차는 괜찮은 편이다’라고 평가하면 그 차는 좋은 차라고 볼 수도 있다.

좋은 차는 많은 소비자들이 선택하기 때문에 판매량이 대체로 높은 편이지만 그렇다고 좋은 차가 100% 판매량이 높은 것은 아니다. 간혹 소비자들의 평가는 좋은데, 판매량은 그다지 좋지 않은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해당되는 차는 무엇이 있을까?

글 이진웅 에디터

기아 스팅어
G70의 절반 수준
스팅어는 첫 출시 당시 크게 화제가 되었다. 국내에서 처음 출시한 패스트백 형태의 후륜구동 스포츠 세단으로 기아도 이런 스포츠성이 강한 차를 만들 수 있음을 전 세계에 증명했다.

스팅어의 디자인은 1세대 K5와 함께 역대급 국산차 디자인으로 꼽힐 만큼 훌륭하다. 루프 라인을 트렁크 끝부분까지 늘리고 낮은 전고와 후륜구동 특유의 긴 휠베이스를 통해 스포츠 세단이 가지는 날렵한 모습을 구현했다. 실내 디자인도 원형 송풍구를 적용하는 등 훌륭한 평가를 받고 있다. 2017년 디트로이트 모터쇼 양산차 부문 최고의 디자인, 2018년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최우수상을 수상할 만큼 전 세계적으로 디자인을 인정받았다.

성능도 훌륭하다. 2.0리터 I4 가솔린 터보 엔진은 255마력, 36.0kg.m을, 3.3리터 V6 가솔린 터보 엔진은 370마력, 52.0kg.m의 성능을 낸다. 원래 디젤도 있었지만 단종되었다. 특히 3.3 V6 엔진이 탑재된 차의 경우 제로백이 기본 5.1초, 런치 컨트롤 활용 시 4.9로 매우 빨랐다.

그 외 기아 세단으로는 처음으로 4륜 구동을 장착하고 랙 타임 EPS, 전륜 듀얼링크 맥퍼슨 스트럿, 후륜 5링크 멀티링크 서스펜션, 브렘보 브레이크 시스템을 적용해 주행성능을 높였다. 무엇보다 이 정도 성능과 훌륭한 디자인을 가지면서 가격은 출시 당시 3,447만 원부터 시작해 가성비가 매우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본적으로 고급 모델에 속하는 모델이라 하위 트림의 옵션 구성이 훌륭하고 선택 품목도 대부분 선택할 수 있다.

대중들의 평가도 대체로 좋은 편이지만 판매량은 그다지 좋지 않다. 올해 상반기 기준 경쟁 모델인 G70의 절반 정도다. 차량 성격상 기본적으로 수요가 적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적게나마 스포츠 세단을 찾는 소비자들은 전형적인 세단의 모습형태를 갖추고 프리미엄 브랜드 파워를 가진 G70을 돈 더주고라도 선택한다.

판매량이 너무 적다 보니 단종설이 나오기도 했지만 기아는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출시하면서 이를 일축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판매량은 나아지지 않아서 2022년 하반기를 끝으로 생산을 종료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가 나오기도 했다.

기아 쏘울
소형 SUV에 밀렸다
2018년 출시된 쏘울은 국내에서 보기 드문 박스카 형태로 나온 차로, 박스카 특유의 개성 있는 디자인과 훌륭한 실용성 덕분에 꽤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디자인적으로 신경을 많이 썼으며, 마케팅 포인트도 아예 디자인으로 밀고 있다.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수상 등 스팅어와 마찬가지로 전 세계적으로 디자인에 대한 부분은 인정받았다.

의외로 무게 배분이 전륜 55, 후륜 45로 좋은 편이고, 무게중심도 낮은 편이여서 동급 차량 대비 주행 성능이 꽤 괜찮은 편이다. 후륜에 토션빔 서스펜션만 아니었으면 코너링 성능도 발군이었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쏘울이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박스카 시장을 장악했다. 2008년 유럽 수출, 2009년 북미 수출을 시작했는데, 두 지역 모두 좋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오래전부터 박스카 시장을 장악하던 닛산 큐브의 판매량을 제치고 박스카 1위를 장악했다. 특히 북미에서 인기가 많았는데, 닛산 큐브, 사이언 xB, 사이언 xD 판매량을 합쳐도 쏘울의 3분의 1도 되지 않는다. 기아차 판매량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효자 모델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영 힘을 못 쓰고 있다. 레저 활동에 최적화된 소형 SUV가 여러 출시되면서 쏘울의 수요를 다 빼앗아갔기 때문이다. 이후 쏘울도 어느 정도 SUV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이용해 박스카가 아닌 소형 SUV로 마케팅했지만 판매량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 결국 올해 1월 쏘울은 국내에서 단종되고 해외 판매만 진행하고 있다. 비교적 최근까지 국내에서 판매한 모델이었기에 포함했다.

쉐보레 말리부
쏘나타, K5에 참패
현행 말리부는 출시 당시에는 평가가 꽤 좋았다. 스포티한 외관 디자인은 많은 네티즌들이 호평했으며, 실내도 당시에는 나름 고급스러웠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엔진은 기존 자연흡기에서 다운사이징 된 터보 엔진으로 변경해 성능을 높였다. 1.5 가솔린 터보 엔진은 기존 2.4 자연흡기 가솔린에 근접하는 성능을 발휘했으며, 2.0 가솔린 터보 엔진은 스포츠카인 카마로와 고급차인 캐딜락에 적용되는 엔진으로 무려 253마력을 낸다.

주력 모델인 1.5 가솔린 터보 모델은 전반적으로 패밀리 세단에 걸맞게 세팅이 되어 있으며,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이 적용되어 있어 진동과 소음 억제 능력이 상당히 뛰어나며, 승차감도 꽤 훌륭한 편이다. 또한 보쉬의 R-EPS가 적용되어 있어 C-EPS가 적용된 경쟁 모델 대비 조향 성능이 매우 뛰어나다. 심지어 지금도 쏘나타와 K5는 1.6 가솔린 터보를 제외하고 모두 R-EPS가 아닌 C-EPS가 적용되어 있다.

고성능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2.0 가솔린 터보는 쉐보레 특유의 단단한 하체 세팅과 튼튼한 차체 강성을 바탕으로 높은 성능과 훌륭한 주행 안정성까지 많은 부분에서 칭찬이 쏟아졌다. 그 외에 쏘나타와 K5에 있던 하이브리드 모델도 국내에 출시했다.

동급 모델 대비 길이가 상당히 긴 점도 장점이었다. 전장이 4,935mm로 쏘나타와 K5는 물론 당시 출시된 그랜저 IG보다도 더 길었다. 이에 걸맞게 휠베이스도 2,830mm로 꽤 쏘나타와 K5보다 50mm 더 길었다. 지금은 쏘나타와 K5가 풀체인지 되면서 휠베이스는 말리부보다 더 길어졌지만 전장은 여전히 말리부가 더 길다.

기본 옵션도 꽤 훌륭했다. 2열 에어벤트나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1.5모델 한정), 스마트키, 오토라이트,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 전체 유리가 70% 농도를 가진 쏠라글라스 장착이 기본 적용이다. 중간 트림으로 가면 자동주차보조시스템, 시티브레이킹시스템, 스마트 하이빔, 차선유지보조시스템, 전방충돌경보 및 제공 시스템을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다. 당시 기준으로는 상품성이 높은 축에 속했다. 물론 옵션 구성이 난해한 부분도 있긴 했지만 큰 단점이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국내 중형차 시장에서는 쏘나타와 K5의 영향력이 워낙 막강해서 판매량은 저조한 편이였다. 물론 초기에는 신차 효과 덕분에 1.5 터보 모델은 2개월, 2.0 터보 모델은 3개월치가 밀려 부평 2공장이 100% 가동될 정도로 인기가 있었지만 금방 밀렸다.

또한 시간이 지나면서 쏘나타와 K5는 시대에 맞게 풀체인지 되어 변화된 반면, 말리부는 페이스리프트를 거치긴 했지만 변화가 거의 없었다. 나름 고급스럽다고 평가받던 실내 디자인은 이제 진부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같은 최신 사양들도 적용되지 않았다. 외관과 성능에 대한 평가는 좋은 편이지만 이것만 가지고 판매량 반등을 노리기에는 역부족하다. 게다가 가격적인 부분에서도 메리트가 거의 없는 편이다. 잔고장도 꽤 자주 나는 편이라고 한다.

올해 상반기 말리부 판매량은 1,385대로 쏘나타, K5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그래도 SM6보다는 많이 팔려 그나마 위안이 되고 있다. 판매량이 너무 나오지 않아 말리부는 2024년까지 판매한 후 단종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현재 GM 본사에서도 SUV 위주로 라인업을 재편하고 있기 때문이다.

폭스바겐 투아렉
너무 비싼 폭스바겐
이번에는 수입차로 넘어가 보자. 차는 좋은데 판매량이 적은 수입차로 폭스바겐 투아렉이 있다. 투아렉은 페이톤과 함께 폭스바겐이 고급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만든 차로, 고급 모델답게 완성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였다.

현행 모델 기준으로 계열사의 카이엔, 벤테이가, 우루스에 사용하는 플랫폼을 활용했으며, 에어 서스펜션을 적용해 온로드와 오프로드 양쪽에서 훌륭한 승차감을 보였다. 그 외 파노라마 선루프,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 각종 ADAS 기능, 앰비언트 라이트, 제스처 컨트롤 등 고급 사양도 아낌없이 적용되었으며, 인테리어도 폭스바겐답지 않게 꽤 고급스럽다.

기본적으로 3.0리터 V6 디젤 엔진을 탑재해 여유로운 성능과 차급 대비 훌륭한 연비를 보여주고 있으며, 국내 한정판으로 4.0 V8 디젤 모델도 판매했었다. 가속 성능도 상당히 우수한데, 3.0 디젤 모델의 제로백이 6.1초, 4.0 디젤 모델의 제로백은 4.9초에 불과하다.

훌륭한 상품성 덕분에 평가는 꽤 좋은 편이다. 하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점 때문에 국내 판매량은 저조한 편이다. 현행 모델 출시 당시 8,890만 원부터 시작했는데, 당시 8,987만 원부터 시작한 아우디 Q7과 큰 차이가 없었다. 조금만 더 보태면 고급 모델을 구매할 수 있는데, 굳이 폭스바겐 엠블럼을 달고 있는 투아렉을 살 이유가 없었다. 이후 기본 가격은 8,276만 원으로 내리고 천만 원 이상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도 했지만 올해 상반기 불과 272대밖에 팔리지 않았다. GLE와 X5는 물론 Q7의 절반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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