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다”. 이런 말을 들어본 독자가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오늘 소식을 보니, 사람 일뿐만 아니라 자동차 일도 모르는 일 같다. 일주일 전쯤 사전예약을 시작한 신차가 돌연 출시 지연을 맞닥뜨렸으니 말이다.

오늘의 주인공은 쉐보레의 볼트 EV와 EUV다. 400km 대 주행거리에 괜찮은 가성비를 뽐내며 국내 소비자에게 주목을 받았던 모델이기도 하다. 최근 계속됐던 화재 문제로 리콜이 추가 확대됐다는데, 정확히 어떻게 된 일인지 지금부터 알아보자.

정지현 에디터

볼트 EV와 EUV는
어떤 모델일까?
신형 볼트 EV는 2017년 국내 출시된 볼트 EV의 부분변경 모델이다. 볼트 EV의 파생 모델인 볼트 EUV는 소형 SUV로, 쉐보레의 첫 전기 SUV다. 두 차량 모두 66kWh 용량 배터리를 탑재했고, 완충 시 최대 주행거리는 볼트 EV 414km, 볼트 EUV 403km다.

또한 볼트 EV와 볼트 EUV의 기본 가격은 각각 4,130만 원, 4,490만 원으로 알려졌다. 같은 플랫폼, 파워트레인, 배터리를 탑재한 만큼 유사한 부분이 많지만, SUV인 볼트 EUV의 가격이 360만 원 더 비싸다.

반응 이렇게 좋았는데…
돌연 출시 연기?
볼트 EV는 과거 2년 연속 사전예약 개시 당일 완판을 기록한 바 있다. 이런 이유로 이번에 출시된 신형 볼트 EV 역시 일종의 흥행 보증수표로 보는 이가 많았다. 실제로 볼트 EUV는 온라인 사전계약 당일 홈페이지가 마비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기도 했다.

일부 소비자 사이에서도 “옵션 장난 안 하고 400km 대에 출시한 것만 해도 칭찬할 만하다”라며 볼트 EV와 EUV의 출시를 환영하는 눈치였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곳에서 변수가 터졌다. 최근 GM이 신형 볼트 EV, 볼트 EUV까지 리콜을 확대하게 되면서, 해당 모델의 빠른 국내 출시 일정이 불투명해진 것이다.

화재가 발생한 볼트 EV / 세계일보

리콜은 왜?
화재 가능성 때문
GM은 2017~2019년식 쉐보레 볼트 EV 일부 모델에 한해 진행했던 자발적 리콜 조치를 볼트 EUV를 포함한 볼트 EV 전 모델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추가 리콜 규모는 지난 리콜에 포함되지 않았던 2019년형 볼트 EV 9,335대, 2020~2022년형 볼트 EV 및 볼트 EUV 6만 3,683대다.

한국 등 북미 외 지역에서 팔린 볼트 EV도 점진적으로 리콜하면, 리콜 대상 차량은 총 15만 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GM은 앞서 두 차례 리콜 조치를 시행했는데, 그 이후에도 화재 사고가 발생하자 추가 리콜을 진행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리콜로 인해 차량 인도는 물론, 본격적인 출시도 미뤄질 수밖에 없게 됐다.

우크라이나 볼트 EV 화재 / 디지틀조선 TV

두 번의 리콜에도
계속됐던 화재
지금까지 볼트 EV 화재 사고는 구체적인 양상은 달랐지만 대부분 충전 중이거나 충전 전후에 발생했다. 2017년 이후 볼트 EV 화재가 북미 지역에서 3건 이상 잇따르자 GM은 2020년 11월경 리콜을 결정했다. 당시 GM은 충전량이 90% 이상이면 화재 발생 위험이 있다고 판단하고, 90% 이상 충전되지 않도록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하는 조치를 했다.

이후 지난 4월에는 추가로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해 리콜했던 차량에 ‘어드밴스드 온보드 진단 소프트웨어’를 설치했고 배터리 충전율을 다시 100%까지 올렸다. 추가 업데이트 당시 GM은 총 8건의 화재가 발생했다고 했지만 4월 리콜 조치 이후에도 두 차례 더 화재가 더 발생해 확인된 사례만 총 10건에 달한다. 최근 출시된 볼트 EUV와 볼트 EV 부분변경 모델에도 추가 업데이트된 소프트웨어가 탑재돼있으며, 이에 해당 모델들까지 추가 리콜의 영향권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LG 측에게 리콜
비용 배상을 요구합니다”
쉐보레 볼트 EV와 EUV에 탑재된 배터리는 LG화학이 배터리 셀을 만들고 LG전자가 모듈을 만들어 납품했다. 그동안 GM 측은 볼트 EV 배터리 리콜과 관련해서 LG를 공식 언급하진 않았지만, 이번엔 다르다. GM이 LG 측에게 리콜 비용 배상을 약속할 것을 공식 요구했다는 소식이다.

한편,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상반기 전기 승용차의 배터리 에너지 총량 105.2GWh 중 27.9GWh를 차지하면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순위에서 2위를 차지했다. 1위를 차지한 중국의 CATL을 맹추격했는데, 업계에서는 LG가 하반기 1위를 탈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만큼 잘나가고, LG의 배터리를 쓰는 모델이 많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LG 배터리를 탑재한 다른 모델은 괜찮을까?

네덜란드에서 화재가 발생한 ID3 / 유튜브 Meternieuws

“LG 배터리 썼다는데
다른 차들은 괜찮은 거야?”
괜찮지 못했다.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의 화재 건수는 최근 2개월 동안만 해도 6건이 넘어간다고 전해진다. 국내에서는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 그리고 르노삼성차 SM3 Z.E. 등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해외에서는 폭스바겐 ID.3, 쉐보레 볼트 EV을 비롯해 아우디 e-트론 GT 등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코나 EV의 경우, 현대차와 LG 에너지솔루션이 도합 1조 4,000억 원을 들여 배터리 셀과 주변부 일체를 교체하는 자발적 리콜을 진행 중인데도 지난 6월 또다시 화재가 발생했다. 최근 폭스바겐 ID3도 네덜란드에서 충전을 마친 후 불이 나 차량이 전소하는 사건이 보도됐다.

리콜 여파로
9% 폭락한 주가
GM의 전기차 추가 리콜 결정 소식이 전해지자 LG화학 주가가 급락세를 보였다. LG화학은 23일 오전 중 코스피 816개 상장사 중 하락률 1위를 기록했는데, 이는 전날보다 약 9.7% 하락한 수치였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GM이 LG 화학에 강력히 책임을 물을 것을 선포했으니, 이러한 결과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한편, 뭇 전문가는 “충당금 증가로 인한 부담은 있더라도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가치 훼손으로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더하기도 했다.

원래도 실적이 크게 좋지는 못했지만, 쉐보레는 현재 여러 악재가 겹쳐 더욱 휘청이고 있다. 실제로 한국GM의 판매량을 책임져 온 트레일블레이저는 자동차 업계를 덮친 반도체 공급난에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반도체 공급난 여파에 부평 1·2공장은 내달부터 50% 감산 체제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

여기에 오늘의 소식을 함께 생각해 보면 더 처참하다. 주력 모델은 반도체 공급난에 반 토막이 났고 기다렸던 신차는 출시 시점을 알 수 없게 됐다. 게다가 볼트 EUV의 경우 호평 속에 사전예약을 이미 시작했었고, 장밋빛 미래를 그렸는데 그 미래가 불투명해졌으니 더욱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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