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있는 SLR / 오토포스트 독자 ‘삼골국’님 제보

맥라렌이 국내에서 인지도가 높아진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국내에 공식적으로 진출한 시기는 2015년으로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이제는 포람페에 맥라렌이 새롭게 추가될 만큼 스포츠카 대표 브랜드로 부상했지만 국내에 진출하기 전까지는 정말 아는 사람만 아는 브랜드였다. 사실 맥라렌은 완성차 브랜드보다는 모터스포츠 팀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었다.

지금은 맥라렌이 낮은 신뢰도와 내구도 문제로 혹평 받고 있고 판매량도 높은 편이 아니어서 파산 루머까지 돌고 있지만 예전에는 꽤 전설적인 차도 만든 적이 있었다. 바로 맥라렌 F1과 SLR 맥라렌 이렇게 2종이 있는데, 그중 SLR 맥라렌은 벤츠와 합작해서 만든 슈퍼카로 21세기에 나온 전설적인 슈퍼카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국내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

글 이진웅 에디터

F1 파트너십 관계였던
두 회사가 공동 개발한 모델
이름을 보면 알 수 있지만 벤츠 SLR 맥라렌은(이하 SLR) 벤츠와 맥라렌이 공동 개발해 탄생한 모델이다. 1995년, 맥라렌 F1팀은 벤츠와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F1 차량에 들어가는 엔진을 공급받게 된다. 원래 맥라렌과 벤츠는 별도로 F1팀을 꾸리고 있었는데, 이 파트너십으로 벤츠-맥라렌이라는 하나의 팀으로 F1 경기에 참여하게 되었다.

하나의 팀이 된 벤츠-맥라렌 팀은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었고, 이 경험으로 벤츠는 맥라렌과 함께 슈퍼카를 만들면 좋은 결과를 가져다줄 것으로 예상했다. 벤츠는 이를 실행에 옮기게 되었고, 옛날 전설의 클래식 카인 벤츠 300 SLR에서 모티브를 얻어 SLR을 맥라렌과 함께 개발하게 되었다.

SLR은 전설적인 디자이너이자 엔지니어인 고든 머레이가 개발에 참여했다. 당시 맥라렌에 재직 중이었는데 상당히 자존심이 센 것으로 유명했다. 벤츠 역시 자존심이 상당히 셌기에 고든 머레이의 철학에 어긋나는 요구를 많이 했었고, 개발하는 동안 불화가 생기기도 했다.

자존심이 센 고든 머레이였지만 프런트 엔진 자동차를 처음 개발해 보는 것이어서 개발 당시 페라리에 자문을 구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이 자문을 통해 원래 V12 엔진을 장착하려고 했다가 V8 엔진으로 방향을 바꿨으며, 50:50보다는 뒤쪽에 무게를 조금 더 실어주는 것이 핸들링과 안정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페라리의 조언에 따라 엔진 위치를 앞바퀴 중심축보다 약간 뒤쪽으로 이동시켰다. FR 구조에서 FMR 구조로 변경된 것이다. 이를 위해 휠베이스까지 늘렸다고 한다.

우여곡절 끝에 1999년 콘셉트카를 공개한 지 4년 만인 2003년에 SLR 양산형을 개발 완료해 출시했다. 제조와 판매는 벤츠에서 진행했으며, 모두 수제작으로 생산되었다. 벤츠에서 생산과 판매를 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벤츠 엠블럼이 붙어 있으며, 맥라렌은 도어 앞 휀더에 작게 붙어있다.

롱노즈 숏데크가
매우 강조된 디자인
SLR의 디자인을 살펴보면 롱 노즈 숏데크가 상당히 강조된 디자인이다. 엔진룸의 길이가 극단적으로 긴 모습을 보여주며, 앞휀더 길이도 상당이 긴 탓에 공기 배출구도 꽤 크고 화려하게 디자인되었다. 그리고 뒤쪽으로 갈수록 점차 높아지는 형태를 가지고 있어 당장이라도 뛰어나갈 것 같은 듯한 자세를 보여준다.

도어는 대각선 위쪽으로 열리는 형태인데, 마치 나비가 날개를 펼친 것 같다고 해서 버터플라이 도어라고 부른다. 그리고 특이하게 머플러가 전면 휀더 아래쪽에 위치해 있다. 여러 부분에서 300 SLR을 계승하고 있다.

전면은 꽤 날카롭게 디자인되어 있다. 중앙 부분이 앞으로 툭 튀어나와 있는 형태이며, 그릴 디자인 역시 다른 벤츠 모델과 다르게 디자인되어 있다. 헤드 램프는 CLK와 동일한 디자인을 사용했다.

보닛은 상단 전체를 덮고 측면 휀더까지 연장된 형태의 크림쉘 타입이 적용되었으며, 특이하게 다른 차와는 달리 보닛이 반대로 열린다. 7세대 콜벳과 바이퍼 등 몇몇 차들이 이런 방식을 취하고 있다.

후면은 다른 벤츠 모델의 레이아웃을 어느 정도 따라가고 있다. 테일램프는 CLK의 디자인을 더욱 스포티하게 변형시켰으며, 방향지시등은 노란색이 아닌 클리어 타입으로 되어 있다. 트렁크 상단에는 속도에 다라 작동하는 스포일러가 존재한다.

범퍼에는 리플렉터와 후진등이 부착되어 있으며, 그 사이에는 공기가 통하는 그릴도 설치되어 있다. 범퍼 하단에는 디퓨저가 설치되어 있다. 머플러가 후면이 아닌 측면에 배치되어 있다 보니 뒤쪽에서 봤을 때 슈퍼카 치곤 허전한 부분이 있다. 내부는 다른 벤츠 레이아웃과 큰 차이는 없으며, 센터패시아에 버튼이 많이 빠진 것을 제외하면 CLK와 많이 닮았다.

AMG 엔진을 탑재하고
카본 파이버 재질을 적용해
높은 성능을 발휘했다
SLR에는 AMG의 5.4리터 V8 슈퍼차저 엔진이 탑재되었다. 이 엔진은 E55, S55, CL55, SL55, CLS55, G55에 탑재되던 M113 슈퍼차저 엔진을 개량한 것으로, 낮은 무게중심을 위해 드라이 섬프 윤활방식으로 변경되었고, 부스트압이 0.1bar 상승했다. 그리고 효율향상을 위해 흡기와 배기를 완전히 새로 설계했고, 각부에 경량, 저마찰 재질로 개량했다.

엔진 개량을 통해 최고출력은 626마력, 최대토크는 79.5kg.m을 발휘했다. 469~500마력에서 100마력 이상 높아졌다. 변속기는 5단 자동변속기가 적용되었다. 당시 7G-Tronic이라고 불리는 7단 변속기가 있었지만 벤츠는 슈퍼카이지만 GT카 콘셉트의 자동차인데다 벤츠의 주 고객들의 성향을 고려해 토크컨버터 방식의 자동변속기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해 5단 변속기가 장착되었다.

고든 머레이 역시 이에 동의했으며, 대신 1단을 제외한 모든 단수에서 항상 락업 클러치가 작동하도록 개량할 것을 요구했고, 벤츠는 이 변속기를 스피드 시프트라는 변속기로 개량했다. 오늘날에도 AMG 모델에 사용하는 그 스피드시프트 변속기가 맞다. 그 외에 7G-Tronic 변속기는 당시 허용 토크 문제로 인해 애초에 장착하기 어려웠다. 당시 시판되던 W220 S클래스에도 S600에는 이 문제로 5단 변속기가 장착되었다.

또한 차체는 서브 프레임을 구성하는 알루미늄 튜빙 프레임을 제외하면 플랫폼 전체가 풀 카본 파이버 컴포짓 재질로 만들어졌다. 양산차 중에서는 맥라렌 F1, 페라리 F50, 엔초 페라리 다음으로 카본으로 플랫폼으로 만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차중량은 1,768kg으로 슈퍼카 치고는 꽤 무거운 편이다.

엔진 개량과 카본 파이버 재질을 사용한 플랫폼 덕분에 제로백은 3.8초, 제로이백은 10.6초, 제로삼백은 28.8초라는 빠른 가속 성능을 보였으며, 최고 속도도 무려 334km/h까지 낼 수 있었다.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포르쉐 카레라 GT보다 앞서는 성능을 선보였다. 공차중량만 더 가벼웠으면 엔초 페라리보다도 앞섰을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뉘르부르크링 랩타임은 7분 40초로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고와 부가티 베이론과 거의 비슷하다.

파생 모델도
몇 가지 있다
SLR에는 파생 모델이 몇 가지 있다. 우선 722 에디션은 2007년 출시된 기존 SLR의 고성능 스페셜 에디션으로 722라는 이름은 벤츠의 전설적인 레이서 스털링 모스가 탑승한 300SLR 레이스카에 붙어 있던 차량 번호인 722를 가져온 것이다. 쿠페와 로드스터 합쳐 모두 300대가 생산되었다. 국내에는 3대 정도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722 에디션은 659마력으로 기존 SLR보다 33마력이 높아졌으며, 제로백은 3.6초로 단축되었다. 최고 속도는 337km/h으로 약간 더 높아졌다. 다운 포스를 향상시키기 위해 프런트 립 스포일러를 장착했으며, 카본 소재를 더 폭넓게 적용해 44kg을 경량화했다. 2009년, 722에디션 로드스터가 출시되었는데, 로드스터 모델 특성상 제로백 가속성능은 3.7초, 최고 속도는 335km/h으로 쿠페보다 약간 느리다.

722 에디션에서 10대를 선별해 722 크라운 에디션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었다. 사우디아라비아 왕족이 동료 왕족에게 선물해 주기 위해 의뢰된 차량이라고 한다. 성능은 722 에디션과 동일하며, 왕족을 상징하는 크라운 로고와 검은색 외장, 크롬 휠이 장착된 것이 특징이다.

2010년에는 722 에디션보다 더 강력한 MSO 에디션이 출시되었다. 25대 한정으로 범퍼와 보닛, 측면의 공기 배출구 디자인이 변경되었으며, 아래에 나오는 SLR 스털링 모스의 휠이 장착되었다. 일반 SLR보다 50kg 경량화되었으며, 서스펜션과 스티어링 휠 세팅이 개량되었다. 참고로 MSO는 맥라렌의 맞춤형 비스포크 부서로 신규 혹은 기존에 제작된 차량을 고객의 요청에 따라 커스텀 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엔진도 개량되었는데, 정확한 수치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750마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측면에 있는 머플러에는 맞춤형 배기 시스템이 적용되었다. 로드스터 모델도 있는데, 25대 중 단 6대뿐이라고 한다.

단 한 대만 존재하는 SLR MSO 맥라렌 에디션도 있다. 원래 미국 사양으로 만들어진 722 에디션 로드스터였지만 맥라렌 본사로 다시 운송되어 맥라렌 에디션으로 만들어졌다. 외관은 오렌지와 블랙 투톤으로 되어 있으며, 엔진, 냉각, 배기 시스템 업그레이드로 100마력이 향상되었다. 제로백은 2.9초까지 단축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외 새로운 전면 휀더, 조정식 스포일러가 장착된 데크 리드, 사이드 미러, 등 카본 파이버 파츠가 대폭 추가되었다. 실내 역시 대폭 업그레이드되었다.

2009년 출시된 스털링 모스는 벤츠의 전설적인 레이서 스털링 모스의 이름을 따와 만들어졌으며, 지붕과 앞 유리가 없는 특이한 형태의 파생 모델이다. 놀랍게도 이 차는 한국인인 윤일현 디자이너가 디자인했다고 한다. 기본적으로는 앞 유리조차 없지만 운전석과 조수석을 덮을 수 있는 덮개를 따로 제공한다고 한다.

SLR보다 200kg 경량화했으며, 엔진 출력은 650마력, 제로백은 3.5초, 최고 속도는 350km/h이라고 한다. 722에디션과 성능이 거의 비슷하다. 앞 유리가 없지만 공기역학적 설계로 인해 얼굴로 바람이 운전석과 조수석 쪽으로 들어오지는 않지만 고속 주행에는 헬멧을 쓸 것을 추천하고 있다. 75대만 한정 판매되었으며, 국내에도 한 대가 있다고 한다.

3,500여 대 생산
파생 모델은 신차 가격보다
중고 가격이 더 높다
SLR은 총 3,500여 대가 생산되었다. 국내에서는 정식 수입이 되지 않은 탓에 중고 가격이 7억 정도로 신차 가격과 비슷한 정도이지만 미국에서는 4~5억 원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라고 한다. 한정판 모델이 아니었으며, 생산량도 다른 한정판 슈퍼카에 비하면 많고 슈퍼카 시장에서 벤츠의 네임벨류는 약한 편이기 때문이다.

다만 파생 모델들은 한정판이기 때문에 중고 가격이 신차 가격보다 높은 편이다. 300대 한정 생산된 722 에디션은 신차 가격은 8억 정도지만 해외 사이트에 살펴보면 중고로 9~10억 정도에 판매되었으며, 25대 한정 생산된 MSO 에디션은 신차 가격은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독일에서 260만 유로(약 36억 원)에 판매될 예정이라고 한다.

국내에 있는 SLR / 오토포스트 독자 ‘삼골국’님 제보

75대 한정 생산된 스털링 모스는 출시 가격이 한화로 9억 8천만 원 정도였지만 현재 중고 가격은 약 31억 정도라고 한다. MSO 에디션과 스털링 모스는 웬만한 최신 하이퍼카와 비슷한 가격을 가지고 있다.

SLR을 마지막으로 벤츠와 맥라렌은 결별하고 각자의 길을 갔지만 이들이 합작해 만든 SLR은 지금도 전설적인 슈퍼카로 남아 자동차 마니아들 사이에서 기억되고 있다. 일반 모델도 지금은 중고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지만 시간이 더 지나면 가치는 더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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