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빼고 다 부자 같다”. 요즘 이 생각을 참 많이 한다. 특히 강남에만 가도 그렇다. 평범한 월급쟁이로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금액의 자동차가 연이어 지나쳐 갈 때면, “역시 세상은 불공평한 게 맞는 것 같다”라는 열등감 섞인 생각마저 든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게 필자만은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그런데 단순히 강남뿐만이 아니다. 요즘 한국 도로에는 고가의 수입차들이 넘쳐난다. 통계 수치를 봐도 마찬가지다. 올해 1억 원 이상의 수입차가 작년의 기록을 경신하며 판매량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처음으로 5만 대 이상을 기록할 전망이라고까지 하니, 이만하면 ‘역대급’이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이상하지 않을 듯하다. 일각에선 이 놀라운 판매량에 두 가지 이유, 혹은 두 가지 가설을 제시한다. 지금부터 함께 알아보자.

정지현 에디터

1억 원 이상 수입차
판매량 급증했다
최근 보도된 바에 따르면, 올해 팔린 1억 원 이상 수입 차량이 8개월 만에 지난해 판매량을 넘어서면서 역대 최다 연간 판매량 기록을 경신했다. 한국수입 자동차 협회에 따르면 올해 1∼8월 판매된 1억 원 이상 수입차는 4만 5,042대로 역대 최다였던 작년 연간 판매량의 4만 3,158대를 이미 넘어섰다.

좀 더 자세히 알아보면, 작년 1∼8월의 2만 7,212대보다 65.5% 증가한 수치다. 더하여 전체 수입차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경우, 지난해의 16.0%보다 7.2% 포인트 늘어난 23.2%다. 지금 상황으로 따지면, 올해 1억 원 이상 수입차 판매량은 처음으로 5만 대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그중 벤츠가 약 2만 대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
이번에는 브랜드별로 살펴보자. 한국수입 자동차 협회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의 판매량이 1억 원 이상의 수입차 중 1만 9,469대로 가장 많았다는 소식이다. 그 뒤로는 BMW가 1만 3,029대, 포르쉐가 6,315대, 아우디가 2,957대, 마세라티가 547대로, 이들 브랜드가 벤츠의 뒤를 차례대로 이었다.

모델별로 살펴봐도 벤츠의 판매량이 압도적이다. 벤츠의 S580 4MATIC이 2,974대로 가장 많았고 뒤를 이어 벤츠 CLS 450 4MATIC이 2,689대, BMW X7 4.0이 2,055대, 벤츠 GLE 400 d 4MATIC 쿠페가 1,950대 등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친환경 차와 RV
판매량도 예사롭지 않다
이뿐만이 아니다. 친환경 차 시장과 RV 시장에서도 고가의 수입 차량이 눈에 띄게 많이 팔렸다. 8월까지 판매된 1억 원 이상 수입차 중 하이브리드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차는 총 2만 3,753대였다. 1억 원 이상 수입차 판매량의 절반 이상이 친환경 차였던 셈이다. 게다가 이는 작년의 같은 기간인 5,802대와 비교했을 때 무려 4배나 증가한 수치다.

또한 1억 원 이상 RV 판매량은 2만 4,159대로 작년의 1만 3,099대보다 무려 84.4%나 증가했다. 이들이 전체 1억 원 이상 수입차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3.5%였다. 이에 업계에서는 고가 수입 친환경차와 레저용 차량의 인기가 높아진 것과 더불어 코로나 19 사태로 보복 소비 심리가 강화되면서 1억 원 이상 수입차의 판매량이 크게 늘어난 것을 이유로 보고 있다.

“경기 어렵다면서요?”
왜 고가 수입차 판매량은 늘어날까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언론은 계속해서 경기가 어렵다는 내용의 뉴스를 내놓고 있는데, 1억 원 이상의 고가 수입차가 도로 위에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 어딘가 모순처럼 보인다.

이에 일부 소비자는 두 가지 정도의 이유를 짐작하고 있다. 첫째는 “코로나 19로 빈부격차가 심해져, 실제로 부자들이 더욱 많아졌고 이에 고가의 수입차가 다수 판매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둘째는 “고가의 수입차는 개인이 아닌, 법인차로 판매됐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첫 번째 이유
코로나 19로 양극화 심화?
많은 이들이 코로나 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의 부작용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일부 자영업자의 경우 들어오는 돈은 없지만, 나가는 돈은 많아 빚만 쌓인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코로나 19로 힘든 것은 아니다. 오히려 코로나로 인해 부의 불평등은 더 심해졌고, 이에 가진 자의 여유는 더욱 두드러졌다.

실제로 여론 조사 결과를 보면 월 소득 700만 원 이상인 고소득자들의 경우, 80% 이상이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소득이 늘었거나, 혹은 별 변화가 없다고 답했다. 이때 소득의 증가는 대개 부동산, 주식과 코인 등의 투자로 이뤄낸 것이었다. 반면 저소득층은 소득도 줄고 지출도 늘면서 삶이 더 어려워졌다는 답변이 많았다. 이런 현실적 상황을 두고 생각해 보면, 고소득자들의 소득이 증가하면서 고가의 자동차가 더 많이 판매됐다는 가설이 하나 성립될 수도 있겠다.

두 번째 이유
법인차 등록?
두 번째 이유는 많은 네티즌이 이유로 꼽는 ‘법인차 구매’다. 일부 구매자가 1억 원 이상의 고가 수입차를 개인이 아닌 법인차로 구매한다는 것이다. 근거가 없는 추측은 아니다. 실제로 작년에 판매된 포르쉐 차량 10대 중 7대는 법인이 구매한 것으로 나타난 바 있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3년간의 동향을 살펴봐도 국내 신규 등록된 수입차 78만 대 중 법인용으로 등록된 차량만 28만 대다. 물론 법인차로 구매한 것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만약 임직원이 온전히 ‘업무용’으로만 차량을 쓴다면 말이다.

분분한 네티즌 의견
살펴보니 이렇다
문제는 정직하게 업무용으로만 쓰는지, 혹은 업무 외의 개인적인 용도로 쓰는지를 알 수 없다는 것에 있다. 독자 모두 알다시피 일단 법인 명의로 차량을 구입하면 차량 구입비, 보험료, 기름값 등을 모두 법인이 부담하게 된다. 여기에 법인 차량은 세제 혜택이 있기 때문에 개인 용도로 쓰는 건 엄연히 위법이자 탈세다.

그간 관련 주제를 다뤄오면서 네티즌의 반응이 분분한 것을 알 수 있었다. 먼저 “세제 혜택도 있는데, 법인차 사적 운용은 분명 잘못됐다”라는 의견이 많았다. 그리고 “만약 사적으로 운용한다고 한들 고칠 방법이 있느냐”라며 실질적인 규제 방법이 없다는 의견이 존재했다. 또한 “개인 용도로 안 쓰고 업무용으로 잘 쓸 수도 있는데, 묶어서 욕할 게 아니다”라는 의견도 찾아볼 수 있었다.

네티즌의 반응 중 틀린 것은 없는 듯하다. 법인차를 개인 업무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 맞고, 개인 업무용으로 쓰지 않고 업무용으로만 성실히 쓰는 임직원도 존재한다. 다만 네티즌이 언급한 “개인적인 용도로 쓰는지 아닌지 어떻게 아느냐”라는 문제에 대해서는 제도적인 측면의 개선이 이뤄져야 할 듯하다.

실제로 조세 전문가들은 운행 일지 기록의 전산화를 하루빨리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운행 기록의 전산화를 통해 ‘허위 기록’을 없앨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다른 관련 업계 관계자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전산 시스템을 갖춰 스마트폰 앱 등으로 간편하게 관리하는 등의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라고 전했다. 해당 문제의 개선 방안에 대한 독자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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