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보배드림

자동차를 좋아하시는 여러분들이라면, 혹은 조금 더 디테일하고 이야기해보자면 오래된 차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6년 전에 중고차 사이트 겸 커뮤니티 사이트인 ‘보배드림’에서 대전 엑스포에 방치되어 있는 귀중한 녀석들을 기억하실거다. 가벼운 마음으로 글을 보다가 스크롤을 내릴수록 화가 치밀어 오르는 그런 글이었다.

대전 엑스포는 1993년 당시 꽤나 여러 개의 관람관을 개설하여 각종 전시품을 전시해 놓았다. 그 당시의 시대상을 감안하더라도 그 규모가 상당히 컸었던 것으로 기억을 한다. 이중 자동차관 이란 곳이 존재한다. 대전 엑스포의 경우 기아자동차가 차량을 제공함으로써, 자동차의 미래를 제시하고 기아만의 기술을 뽐내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권영범 에디터

당시 대전 엑스포 보도자료 / 사진 = KBS

그 꿈은
1997년 IMF로 인하여
산산조각이 났다
대전 엑스포에서 자동차관은 기아차에게 있어 꽤나 중요한 자리였다. 그동안에 기아가 쌓아올린 기술력을 과시하기에 최적의 장소였으며, 당시 회장이었던 김선홍 회장께서도 꽤나 애착 있는 장소였고, 기아차는 엑스포 종료 이후에도 관리를 해가며 영구적으로 운영할 계획이었다.

각종 시뮬레이터 시설을 통한 서울 하늘을 시속 400km/h로 날아다니는 미래의 자동차 ‘멘트로스’를 체험할 수 있었으며, 세피아를 활용한 변신 로봇까지. 당시의 기술로 만들어낼 수 있는 부분은 전부 다 만들어 내어 전시하던 시절이었다.

당시 출품되었던 세피아 중 한대 / 사진 = 엑스포 디자인

하지만, 이러한 비전과 기쁨도 잠시였다. 모기업인 기아그룹은 1997년에 부도가 나게 되면서 자동차관의 운영 또한 어려워지게 되었고, 파산이 확정됨에 따라 운영도 종료되었다.

이후 2004년경 자동차관은 철거를 맞이하게 되었고, 그 자동차관 자리가 지금의 대전교통문화연수원으로 변하게 된 것이다.

깨끗함의 기준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해주는 발언이다. / 사진 = YTN

삼성 우주탐험관
창고에 방치하다
2004년 이후 그 누구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은 채로 잊혀질 뻔한 차량들이었지만, 최초로 발견된 시점인 2014년도를 기점으로 하나둘씩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어모으는데 성공한다.

최초로 발견되었을 당시에 사진을 보면, 상태가 말이 아니다. 삼성 우주탐험관 창고 깊숙한 곳에서 10여 년의 세월 동안 방치가 된 차량들은 그 모습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다.

대전교통문화연수원에 전시된 스포티지 / 사진 = 보배드림 ‘리코카즈’님

여러분들 중에서 예전 초기형 스포티지 광고를 기억하실련지 모르겠다. 한참 스포티지가 데뷔하고 난 뒤, 다카르 랠리에 참전하여 완주한 기록을 마케팅으로 활용하던 그 시절을 말이다.

제일 충격적인 부분은 바로 그 다카르 랠리에 참전하여 완주의 기록을 세웠던 스포티지마저 춥고 눅눅한 창고에 방치되었단 점이다. 이토록 역사적이고 세상에 단 한대밖에 없는 차량들을 제조사마저 외면하고 방치했으니, 자동차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저절로 화가 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최초로 발견된 세피아 컨버터블 / 사진 = 보배드림 ‘세피아컨버터블’님

그러고 나서
1년 뒤에 창고에서 꺼내지다
2014년에 가장 최초로 올려진 글을 시점으로, 대전 시청에서 이 상황을 인지하였고, 앞서 전술했던 2015년에 대전교통문화연수원 어딘가에 전시가 되었다.

허나, 음지에서 양지로 꺼내오고 난 뒤 차량의 근황을 보니 관리가 전혀 되지 않은 모습이 역력하게 보였다. 다카르 랠리에 참전했던 스포티지의 철재 범퍼는 녹이 슬어 본래의 광택은 죽어버린 지 오래되었고, 양산 2호 차 자주색 스포티지의 스페어타이어는 유실이 되었으며, 관리가 안 된 나머지 보닛의 광택이 서서히 죽어가기 시작했다.

사진 = 보배드림 ‘대전sm3오너’님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프라이드 중에서도 레어 한 프라이드의 끝판왕 3도어 프라이드는 여전히 건재하게 잘 살아있다.

90년대의 신차를 그대로 보여주는듯한 백태 타이어와 어느 하나 녹슨 곳이 없는 바디는, 수많은 프라이드 팬들에게 워너비이자, 세상에서 가장 탐나는 프라이드였다.

사진 = 보배드림 ‘대전sm3오너’님

사실대로 말하자면
명분이 없다
현대차 그룹은 왜? 저렇게 역사적인 기록을 가진 차량들을 방치하고 썩어가게 내버려 뒀을까? 그 이유는 바로 현대차 그룹이 굳이 가져가야 할 명분이 없다.

이 말이 무슨 말이냐 하면, 1997년을 기점으로 현대차는 기아차를 인수하여 합병하였다. 즉, 저 시대 때 만들어진 기아차들은 현대차의 입장에서 느끼기에 가져올 메리트가 전혀 없는 것이다. 조금 더 풀어서 설명하자면, 현대차의 손길을 거친 기아차가 아닌 오리지널 기아차라는 이유다. 추가적으로, 현대차 그룹이 자신들의 역사적 가치를 가진 차들을 뒤늦게 찾아서 회수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으니 이만해도 말 다한 샘이다.

사진 = 보배드림 ‘대전sm3오너’님

하물며, 소유권 또한 현대차 그룹 혹은 기아자동차의 소유가 아닌 대전시의 재산이자 소유물이기에 감히 함부로 내놓으라 하기에도 애매한 상황이며, 큰 중요성과 필요성을 못 느낀 것이 중론이다.

그렇다면, 대전시에서 회수해 가달란 요청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언론 자료를 살펴보면 대전시에서도 차량을 운영할 예산이 부족하여 깨끗하게 청소를 해놓는 수준으로만 전시를 할 뿐이지, 관리를 할 여력은 없다는 게 공식적으로 확인이 된 만큼, 당시에는 올드카 매니아들에게 크나큰 공분을 샀었다.

사진 = 보배드림 ‘젖은낙엽2’님

오늘 이 시간은, 그동안에 한세월을 외로이 방치되어 왔던 기아차들이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왜 그들은 그렇게 밖에 못했었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는 시간을 가져봤다. 내막을 하나하나 살펴보자면, 기막힌 일들이 참 많이 존재했었다. 생각해 보면, 국산 올드카들이 천대받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 한켠이 아파온다.

돌이켜보면 명차인 차들이 많이 존재한다. 허나 남들이 보기엔 그저 하찮고 빛바랜 오랜 된 차로 보이는 경우가 일쑤인 대한민국에서, 국산 올드카를 유지하기란 꽤나 쉽지 않다. 자동차를 고치는 일선 현장에서도 고쳐주기 꺼려 하는 곳이 더러 존재하며, 가장 중요한 부품의 수급율이 메이커에 따라 천차만별로 나뉘는 모습을 보며 내심 “이 땅에선 차를 오래 타는 게 죄일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도 더러 있다. 이런 생각과 마음이 들 때마다 한편으론 고질적인 인식 차이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란 걸 받아들일 때마다 항상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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