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운전 잘하면 어디에 가서든 운전을 잘 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올 만큼 사람들에게 부산 운전은 매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된 일화도 인터넷 등에서 자주 볼 수 있다. 부산에서는 차선 변경도 어렵다니, 한번 운전하면 어지럽다느니, 전쟁터가 따로 없다니 등 여러 후기가 있다.

과연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글처럼 부산 운전은 진짜 어려운 것일까? 이에 대해서 부산 출신인 에디터가 본 부산 운전의 실체에 대해 설명하도록 하겠다.

글 이진웅 에디터

연산교차로 모습, 저정도면 매우 쾌적한 편이다 / 동아일보

지리가 익숙지 않거나 길치라면
운전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지리가 익숙지 않은 타지 사람이거나, 부산 사람이라도 길치라면 운전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물론 이 역시 사람마다 다르긴 하지만 타지에 사는 에디터 지인들도 부산에서 처음 운전했을 때는 모두 하나같이 어렵다고 호소한 바 있었다.

요즘은 내비게이션이 일반화되었지만, 내비게이션을 봐도 방향을 찾는 게 상당히 어렵다. 직진이라면서 10시나 2시로 꺾여 있는 구간이 있는가 하면, 좌회전을 하라고 하는데, 9시 방향이 있고, 10시 방향으로도 있는 경우가 있어 제대로 안 보면 헷갈리기 쉽다. 이 외 아래에 언급하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운전 난이도를 높인다.

출퇴근 시간에
터널과 다리 위는 지옥이다
부산은 지명에 산이 들어가 있는 것 대로 시내 곳곳에 산이 상당히 많다. 그렇기 때문에 산을 관통하지 않으면 상당히 돌아가야 한다. 실제로 북구 만덕동에서 동래구 동래역까지 직선거리로는 4km 정도에 불과하지만 산을 통과하지 않으면 무려 22km을 돌아가야 한다. 이런 이유로 부산 내에는 터널이 20개가 넘을 정도로 상당히 많다.

또한 부산 서쪽에는 4대강 중 하나인 낙동강이 흐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부산과 경남, 전라도를 왕래하기 위해서는 다리 통과가 필수적이다.

부산에서 악명높은 만덕터널 입구 / 국제신문

문제는 출퇴근 시간에는 이러한 터널과 다리들이 죄다 막힌다. 부산 내를 빠르게 이동하기 위해서는 터널 통과가 필수인 경우가 많아 차들이 터널로 많이 몰리게 되는 데다 대부분 2차로로 되어 있기 때문에 정체가 심각하다.

특히 북구와 동래구를 이어주는 만덕터널은 타지에서도 이름을 날릴 만큼 악명이 높다. 부산 내 이동 수요는 물론 남해고속도로와 연결되어 있다 보니 시외에서 오가는 차량이 매우 많으며, 특히 동래 쪽으로는 터널을 통과하고 나면 신호등이 많아 정체를 심화시킨다. 에디터 본인도 부산에서 정말 지나고 싶지 않은 곳 중 하나다.

백양터널 입구 / 부산일보

백양터널과 수정터널도 정체가 만만치 않다. 중앙고속도로 종점을 통과 후 만나게 되는 이 두 터널은 2.5km 간격으로 이어져 있으며, 백양터널을 통과하면 부산의 중심인 서면으로 이동 가능하고, 수정터널을 통과하면 원도심인 남포동과 남구 쪽으로 이동 가능하다.

서면과 남포동을 빠르게 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승용차가 많이 몰리는 데다 입구에 톨게이트가 있으며, 수정터널을 통과하고 나면 항만이 있어 화물차들이 상당히 많이 왕래한다. 저속 운행을 하는 것은 물론, 심지어 1차로로 터널 주행을 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아 정체가 심각하다.

낙동대교 정체, 지금은 공사해서 도로가 넓어졌는데도 정체가 심하다 / 국제신문

그 외 해운대와 울산을 이어주는 부산울산고속도로 직전에 있는 장산 터널과 서면과 남구를 이어주는 황령터널, 사상과 남포동을 이어주는 구덕터널, 사하구와 원도심을 연결해 주는 대티터널이 대표적인 정체 구간이다. 그나마 북구와 금정구를 연결해 주는 산성터널은 통행요금이 1,500원으로 비싸서인지 이용률이 그나마 낮아 어느정도 쾌적한 편이다. 그래도 간혹 막히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부산 내 낙동강에 있는 다리는 총 7개가 있는데, 이 중 6개가 출퇴근 시간에 정체가 심각하다. 그 이유가 낙동강 너머에 있는 강서구와 창원, 김해에 공장이 많아 통근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낙동강 하굿둑이 꽤 심각한데, 바로 아래쪽에 을숙도대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통행요금이 1,400원으로 비싼 편이여서 많은 운전자들이 여전히 낙동강 하굿둑으로 몰리고 있다. 대체재가 있음에도 교통량 분산이 거의 안되고 있다. 물론 다른 다리도 심각한데, 거기는 다른 대체재도 없다.

동서고가도로 정체, 화물차가 많이 보인다 / 연합뉴스

동서고가도로도 부산 내에서는 악명 높은 정체구간이다. 낙동강 위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다리 형태로 쭉 이어진 고가도로인 만큼 여기에 포함했다. 남해 2지선 고속도로에서 서부산낙동강교를 통과 후 이어지는 동서고가도로는 김해, 창원의 통근 수요 외, 진주, 순천, 광주 등 서쪽에서 오가는 차들이 이용하기 때문에 출퇴근이 아니라도 자주 막히며, 특히 동서고가도로의 끝은 항만으로 이어져 있기 때문에 화물차도 매우 많이 다닌다. 또한 중간에 황령터널로 빠지는 길도 있는데, 여기로도 승용차들이 많이 다녀 정체가 심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출퇴근 시간에 터널 위와 다리는 그야말로 지옥을 방불케 하는 정체를 경험할 수 있는데, 심하면 한 시간 이상 지연되는 경우도 있어, 타지에서 여행 오는 사람이라면 출퇴근 시간에 되도록이면 터널과 다리 위는 통과하지 않도록 스케줄을 짜는 것이 중요하다. 주말도 놀러 다니는 사람으로 인해 막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부산 남구의 한 도로 / 연합뉴스

일자대상형 도로 구조로
막히면 대안이 거의 없다
위의 내용과 어느 정도 연결되는 내용인데, 부산은 일자대상형 도로 구조로 되어 있다. 일자대상형 구조는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그 도로를 타야 되는 구조를 말한다. 방사환상형 구조나 격자 구조의 도로는 한 도로가 막히면 대안이 여러 가지 있어 다른 도로로 빠질 수 있지만 일자대상형 도로 구조는 한 도로가 막히면 다른 대안이 거의 없어 교통정체가 더욱 극심히 일어난다. 그렇기 때문에 위의 터널이나 다리가 아니더라도 교통 정체는 곳곳에서 많이 일어난다.

대안이 있더라도 그 도로 역시 정체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간선도로와 간선도로가 교차하는 교차로는 교통량이 많아 신호 대기까지 길어 정체를 더욱 악화시킨다. 내비게이션이 대중화되어 모르는 길이야 검색해서 안내받으며 가면 되지만 정체에는 장사가 없다. 다른 도로 추천해도 어김없이 정체구간이 나온다. 다른 도시에도 정체가 심한 구간은 많지만 부산은 여러 요소들로 인해 운전자들이 더욱 피곤함을 느낀다.

부산 산복도로 / 부산일보

산복 도로는
멀미를 유발하기 좋다
부산에는 6.25전쟁 당시 피난민들이 많이 이주해왔지만 더 이상 수용할 공간이 없어 이들은 산으로 올라가 집을 짓고 살았다. 전쟁이 끝나고 본격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산을 깎아 평평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부산은 이들로 인해 산을 깎아 도시를 발전시킬 수 없었다. 그렇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산을 그대로 내버려 두고 이주민들의 집을 피해 산복 도로가 개설되었다.

이 때문에 부산의 산복 도로는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며, 커브도 상당히 많아 타지 사람들은 조금 달리다 보면 꽤 어지러움을 느낄 수 있다. 멀미에 약한 사람이라면 멀미를 일으킬 수도 있다. 하지만 부산은 이런 산복 도로에서도 그 큰 버스가 쌩쌩 잘 달린다. 산복 도로를 운행했던 부산 시내버스 기사들은 타 버스회사로 이직할 때 가산점이 있다는 말까지 있다.

무질서한 도로 / 국제신문

운전자들의 배려 부족과
교통법규 위반이 심하다
사실 이 부분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에 100%라고 할 수는 없지만 에디터 본인이 본 바로는 부산 운전자들의 배려가 부족한 부분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부산 사람들의 특유의 성격이 한몫하는데, 옛날 6.25 전쟁 당시 피난민들이 이주해 내려오면서 지역 토착민들과 갈등이 많았고, 서로가 지지 않으려고 과격하고 공격적인 성격을 가지게 되었다.

이것이 지금까지 내려오면서 부산 사람들은 대체로 외향성을 가지고 있으며, 모든 일을 빨리하려고 하는 성향이 다른 지역보다 강하다. 이것이 교통 문화까지 연결되면서 조금이라도 더 빨리 가기 위해 다른 운전자를 배려하는 것이 부족하고 교통법규 위반이 심한 편이다.

교통질서 캠패인 / 매일일보

실제로 부산 운전을 운전하다 보면 꽤 흔하게 경험할 수 있다. 방향지시등을 점등하지 않고 갑작스럽게 차로 변경을 하거나 좌, 우회전을 해 다른 운전자를 놀라게 하는가 하면, 뜬금없는 곳에서 유턴을 하는 경우도 있고, 끝차로의 경우 분명 한 차로인데 그 오른쪽 사이 공간을 비집고 들어가 교차로에서 우회전을 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차로 변경, 좌/우회전을 위해 방향지시등을 켜면 그쪽에 있는 운전자가 속도를 내어 막는 경우도 있다. 오죽 심했으면 2016년에는 부산시에서 ‘교통신호 위반, 끼어들기, 방향지시등 위반 전국 꼴찌, 부끄럽지 않습니까?’라는 현수막을 부산 시내 곳곳에 걸어두기도 했다.

전국 꼴찌 현수막 / 국제신문

교통안전공단은 매년 연말 전국 시, 도를 대상으로 교통문화지수를 발표하는데, 보행 행태, 교통약자, 교통안전은 상위권에 올랐지만 운전 행태는 꼴찌를 차지했다. 이에 시는 부산의 무질서한 운전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위와 같은 현수막을 부산 곳곳에 걸어둔 것이다.

물론 위에서 언급했지만 부산 사람이라고 해서 100% 과격하게 운전하는 것은 아니며, 교통 법규도 잘 지키는 운전자도 많다. 다만 일부 운전자의 운전 행태가 안 그래도 어려운 부산 운전의 난이도를 더 높이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버스는 쌩쌩, 일반차량은 느릿느릿 / 부산일보

요즘 부산 도로를 막히게 하는
새로운 주범, BRT
BRT는 간선급행버스쳬계 Bus Raapid Transit을 줄인 말로, 버스 차로를 일반 차로와 분리해 버스 수송 효율을 높인 교통 시스템이다. 서울이나 고양, 세종 광주 등 몇몇 도시에 존재하며, 부산도 비교적 최근부터 사업을 시작해 현재 두 구간에 BRT가 개통되어 있는 상태다.

물론 BRT 자체는 훌륭한 교통수단이다. 버스와 일반 차량을 분리시킴으로서 버스의 운송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부산은 정체가 심해 차가 막히면 버스 역시 함께 못 움직이기 때문에 BRT 도입 취지 자체는 매우 좋다.

BRT로 버스가 합류하려는 모습 / 오마이뉴스

문제는 그 BRT를 안 그래도 도로가 좁고 차는 많이 다니는 곳에 개통을 했다는 점이다. 처음 개통된 충렬대로와 해운대로 구간 중 충렬대로인 동래구 구간은 평소에도 편도 3차로로 통행량에 비해 도로가 좁다는 평가를 받아 도로를 넓혀야 된다는 요구가 많았는데, 도리어 BRT를 개통해 편도 2차로로 줄여버렸다.

이로 인해 대중교통 이용자들은 만족도가 높았지만 대신 승용차 운전자들의 불만이 더 높아졌다. 평소에도 교통 체증 때문에 불만이 많았는데, 이를 오히려 심화시킨 셈이다. 그나마 시내를 이동하는 차량은 대중교통 이용으로 유도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시외를 오가는 차량이다. 충렬대로 끝은 만덕터널과 남해고속도로로 연결되어 있는데, 여기에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악명이 높은 정체구간으로 지목될 만큼 교통량이 많다.

중앙대로 BRT / 연합뉴스

시외에서 오는 그 많은 차량을 부산 시내에 수용할 만한 주차장이 있을 리 만무하고, 결국 대중교통 환승 없이 쭉 도로를 타고 동래나 해운대, 혹은 이를 거쳐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다. 거기다가 부산 내 장거리 이동 수요는 여전히 자동차가 많기 때문에 오히려 정체가 더 심해졌다. 게다가 BRT를 완주하는 버스 노선은 단 2개뿐이며, 나머지 노선은 중간에 빠지거나 합류해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버스의 급차로 변경도 심각한 문제점이다. 특히 해운대구에 있는 올림픽환승센터는 해운대 방향으로 가는 전 노선이 정차하는데, 중앙버스차로에서 빠져나와 우회전을 해야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이후에 개통된 중앙대로 역시 불만이 많다. 서면 구간은 원래 편도 3차로에 가변차로 1개, 총 7차로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BRT를 개통함으로써 편도 2차로로 줄여버렸다. 부산의 중심지라 통행량이 상당히 많은데, 그걸 편도 2차로로 소화하고 있는 셈이다. 심지어 서면 쪽은 BRT로 인해 신호 체계도 대폭 변경되었다.

중앙대로 BRT / 부산일보

이후 부전역을 지나면 차로가 3개로 늘어나지만 이는 잠깐이고 송공삼거리 이후에는 도로가 넓은 거제대로가 아닌 좁은 중앙대로로 BRT가 이어진다. 심지어 버스도 거제대로로 많이 빠진다. 여기서 다시 편도 2차로로 줄어든다. 그리고 부산에서 가장 정체가 심각한 교차로라는 연산교차로를 지나 교대역까지 이어진다. BRT를 굳이 이런 곳에 설치를 해야 되었나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위에서 언급한 일자대상형 도로 구조로 인해 어쩔 수 없이 BRT 구간을 지나야 되는 점도 문제다.

현재도 BRT 공사는 쭉 계속되고 있으며, 앞으로의 계획도 더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BRT 계획 구간이 가야대로를 제외하면 대부분 도로가 좁은 곳에 계획되어 있어, 자동차 운전자들의 고충은 앞으로 더 커질 전망이다. 대중교통 효율화를 위한 BRT도 좋지만 자동차 운전자들 운행환경 개선에도 투자가 필요해 보인다.

트렁크를 열어 단속 피하면서 불법주차 하는 택시들 / 부산일보

불법주차 역시
운전 난이도 높이는 주범
사실 다른 도시도 불법주차는 심각하지만 부산은 유독 더 심하게 느껴진다. 부산 도로를 주행하다 보면 ‘차를 왜 이런데 주차해서 불편하게 하지’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 정도로 그 정도가 심하다. 안 그래도 도로도 좁은데, 불법주차까지 하면 차로를 사실상 하나를 없애는 것과 동일하기 때문에 합류로 인한 정체가 더욱 심각해지며, 합류하는 도중 사고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심지어 위에 언급한 BRT 개통 구간에 불법주차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2차로로 좁아진 도로에 누군가가 불법 주차를 해 두면 거기는 사실상 1차로로 좁아지게 된다. 주요 간선도로가 1차로라니, 생각만 해도 끔찍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산 시내 도로에서 불법 주차만큼은 되도록이면 하지 말자.

좌회전은 직진에 가까운 11시방향, 직진은 우회전에 가까운 2시 방향인 교차로 / 경남신문

어렵긴 하지만
겁먹을 필요는 없다
이 외에도 부산 운전과 관련된 이야기는 꽤 많지만 우선은 여기까지 언급해 보겠다. 위에서 부산 운전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 여러 가지 설명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다. 지리가 어렵긴 해도 내비게이션이 잘 되어 있으니 잘 보면 되고, 정체가 심한 부분은 출퇴근 시간만 피하고 일정을 여유롭게 잡으면 된다.

산복 도로는 어지럽긴 해도 나름 부산의 개성 중 하나인 만큼 돌아보는 것도 괜찮고, 교통법규 위반이나 배러없는 운전자를 간혹 만나더라도 방어운전으로 잘 대처하면 된다. 부산 도로도 결국 국내의 수많은 도로의 하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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