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차는 말 그대로 가벼운 자동차, 즉 작은 차를 의미한다. 물론 작다고 다 경차는 아니고, 일정 기준들을 충족해야 경차로 분류가 된다. 국내에 경차는 1990년도에 처음 등장했으며, 이후 IMF 등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경제적인 차로 나름 인기가 많았다.

하지만 요즘 나오는 경차는 경제적이라고 하기에는 좀 애매한 부분이 있다. 경제적이라고 하기에는 차 값이 많이 높아졌고 연비도 생각보다 좋지 않기 때문이다. 환경적으로도 배출가스가 생각보다 많이 나온다. 게다가 그 경차 혜택도 요즘 점차 축소되고 있어 장기적으로 보면 소형 SUV나 아반떼를 구입하는 것이 더 이득일 수도 있다.

글 이진웅 에디터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경차 수요가 높아졌다
국내에서 경차는 1991년 대우국민차가 티코를 출시하면서 시작되었다. 국민차 사업으로 등장했지만 초기에는 판매량이 많지 않았다. 당시 자동차 시장은 패밀리카 수요가 많았는데, 티코는 가족들을 태우기에는 너무 비좁았다. 게다가 오랫동안 차가 부의 상징으로 통했던 탓에 경차에 대한 시선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

하지만 IMF 이후 소비가 위축되고 최대한 저렴하고 실속 있는 차를 찾게 되면서 경차가 인기를 끌게 되었다. 이후 티코 후속으로 마티즈가 출시되고 현대차에서는 아토즈, 기아에서는 비스토를 출시하면서 경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되었다. 이후 경차 기준이 완화되어 모닝이 경차로 편입되고, 마티즈 크리에이티브(현 스파크)도 새로운 경차 기준에 맞게 풀체인지, 이후 레이가 출시되면서 경차 시장 전성기를 맞게 되었다. 당시 경차가 연간 20만 대 이상 팔렸다.

차 값이 저렴했고
각종 혜택 덕분에
경제적으로 운용 가능
경차가 한창 인기 있었을 때 상황을 살펴보면 경차는 상당히 경제성 있었다. 10년 전 2세대 모닝이 처음 출시되었을 때 가격은 밴 모델 제외하고 880만 원부터 시작했다. 옵션을 넣어도 천만 원 초반으로 꽤 괜찮게 구성이 가능했다. 비슷한 시기 아반떼의 기본 가격은 1,340만 원부터 시작했다.

그 외 경차 혜택도 경제성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했다. 경차는 개별소비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개별소비세가 없다 보니 개소세의 30%가 부과되는 교육세 역시 없다. 다만 제조사가 차 값을 표기할 때 개소세와 교육세, 부가세를 포함해 표기하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사실 잘 다가오지 않는 부분이다.

차를 구입할 때 내는 취등록 세가 전액 면제다. 위에 언급한 1,340만 원짜리 아반떼 기본 모델을 구입하면 취등록 세가 93만 원이 나온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어도 저가 자동차 시장에서 이 정도 차이는 꽤 크게 다가온다.

또한 유류세 환급이 가능하다. 가솔린은 리터당 250원, LPG는 리터당 160.82원을 환급받을 수 있으며, 연간 20만 원까지 환급된다. 이를 통해 유류비 절약이 가능하다.

고속도로 통행료 50% 할인, 공영주차장과 환승주차장 할인 혜택이 제공된다. 고속도로 이용이나 공영주차장, 환승주차장 이용이 많은 사람이라면 생각보다 꽤 절약되는 부분이 많다.

매년 납부하는 자동차세가 저렴하다. 배기량이 낮은 것도 있지만 CC 당 부과되는 금액도 80원, 교육세 포함해도 104원으로 낮다. 1.0리터 경차의 연간 자동차세는 10만 원 정도로, 1.6리터 아반떼의 연간 자동차세 29만 원과 비교해 3분의 1 수준이다.

기본이 천만 원 초반
최근 출시된 캐스퍼는
풀옵션 2천만 원 넘었다
예전에는 경차가 나름 경제성이 있었지만 지금은 경차가 정말 경제적인지 의문이 든다. 일단 경차 가격이 상당히 비싸졌다. 모닝 기본 트림인 스탠다드가 1,205만 원부터 시작한다. 경쟁 모델인 스파크는 모닝보다 저렴하지만 그래도 1,156만 원부터 시작한다. 물론 수동변속기 모델은 982만 원부터 시작하지만 사실 수동변속기를 선택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박스카인 레이는 1,355만 원부터 시작하며, 최근 출시된 캐스퍼는 1,385만 원부터 시작한다. 이제 경차 가격이 기본 1천만 원 초중반부 터 시작한다. 10년 전에는 옵션 많이 넣었을 때 나오는 가격이다.

그래도 저 가격으로 끝이면 다행이다. 옵션을 선택하면 1천만 원 중반은 우습게 넘어간다. 특히 캐스퍼는 내비게이션 옵션 하나만 넣어도 1,587만 원이다.

풀옵션으로 가면 모닝, 스파크, 레이는 1,700만 원을 넘는다. 1천만 원대 후반까지 왔다. 캐스퍼는 터보 엔진에 풀옵션을 넣으면 아예 2천만 원이 넘는다. 10년 전에 1천만 원 넘는 것도 비싸다는 말이 나왔는데, 이제 최고 2천만 원을 넘어버렸다. 옵션을 넣은 것이긴 하지만 과연 지금 경차 가격이 저렴한 건가라는 생각이 든다.

연비도 생각보다
좋지 않다
경차가 차가 가벼워서 연비가 높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실제 운행해 보면 그렇지 않다. 모닝의 복합연비가 15.7km/L이고, 아반떼 CVT 모델의 복합연비가 14.9~15.4km/L이다. 생각보다 그렇게 차이가 안 난다.

또한 실제 차주들의 후기를 살펴보면 아반떼가 연비가 더 잘 나오기도 한다. 그 이유가 경차는 배기량이 낮고 중량이 적지만 출력도 낮기 때문에 다른 차를 운전할 때처럼 가속 페달을 밟으면 차가 잘 안 나간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속 페달을 더 밟게 되고 이 과정에서 연료 소비가 더 높아진다.

또한 차 값 문제로 변속기도 여전히 4단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8단이 대중화된 요즘 차들과 대비된다. 게다가 가속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기어비를 짧게 설정하다 보니 고속 주행에서는 RPM이 상당히 높은데, RPM이 높은 만큼 연비는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엔진 자체도 경차는 차 값 문제로 고급 기술이 많이 적용되기 어렵다. 엔진에 고효율 기술이 많이 들어가지 않은 탓에 엔진 효율이 다른 차들에 비해 떨어지는 편이다. 그나마 유류세 환급이 이 점을 어느 정도 상쇄해 주고 있다.

경차 혜택 축소
장기적으로 보면
다른 차 사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또한 요즘은 경차 혜택도 점차 축소하고 있다. 취등록 세도 원래 전액 면제에서 50만 원까지 면제로 변경되었다. 게다가 원래 올해 말 아예 사라질 예정이었지만 최근 행안부가 2021년 지방세입 관계 법률 개정안을 통해 경차 취득세 감면 혜택이 3년 연장되고 상한선이 65만 원으로 확대된다. 당장 취등록 세 감면 혜택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3년 뒤 또 연장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경차 유류세 환급도 원래 올해 만료될 예정이었지만 2년 더 연장했다. 내연기관 자동차 비중을 줄이는 정책 기조로 인해 경차 유류세 환급 종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아직 내연기관차 비중이 높고 경차 경제성을 높이기 위해 2년 추가 갱신했다. 이 역시 당장 없어지는 것이 아닐 뿐 2년 뒤 연장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그 외 다른 혜택도 단계적으로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경차 자체가 비싸지고 연비도 다른 차보다 좋다고 보기도 어렵고, 세컨드카로 이용하는 가정이 늘어났다는 점을 들어 경차 혜택을 줄이고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차 혜택을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될 경우 비슷한 가격대의 소형 SUV나 준중형 세단을 놔두고 경차를 구매할 이유가 없다. 사실 지금도 취등록세 감면, 유류세 환급, 연간 20만 원 정도 더 나오는 자동차세를 제외하면 소형 SUV나 준중형 세단과 딱히 경제적인 부분에서 차이점이 거의 없어 장기적으로 보면 소형 SUV나 준중형 세단을 구매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수리비도 모닝이나 다른 소형차나 사실 큰 차이는 없다.

생각보다 배출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경차
경차는 배기량이 작아 배출가스를 적게 배출할 것으로 생각하는데, 제원표를 자세히 살펴보면 그것도 아니다. 지구온난화에 큰 영향을 주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살펴보면 모닝은 트림에 따라 104~112g/km을 배출하고, 스파크는 트림에 따라 109~116g/km을 배출한다. 반면 배기량이 0.6리터나 높은 아반떼 1.6 모델은 트림에 따라 106~115g/km을 배출한다. 큰 차이 없는 수준이다. 캐스퍼 1.0 가솔린은 115~119g/km로 아반떼보다 더 많이 나오기도 한다.

또한 레이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27~131g/km이고, 캐스퍼 1.0 터보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30~136g/km이다. 쏘나타 2.0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131~133g/km와 비슷하며, 캐스퍼는 17인치 휠 모델이 쏘나타보다 더 많이 배출한다.

경차가 배출가스를 생각보다 많이 배출하는 이유는 위의 연비 부분과 동일하다. 가속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가속 페달을 더 밟게 되고, 변속기 단수가 4단밖에 안되는 데다 기어비가 짧아 고속에서 RPM을 높게 사용하기 때문에 연료 사용량이 많아진다. 연료 사용량이 많아지는 만큼 부산물인 이산화탄소와 그 외 일산화탄소, 탄매, 탄화수소등을 많이 배출하게 된다.

가끔 인터넷을 보면 경차가 친환경적이라는 글을 볼 수 있는데, 실제로 비교해 보면 딱히 그렇지도 않다. 친환경을 실천하고 싶다면 엔진 사용을 줄이는 하이브리드나 엔진이 없는 전기차를 구입하자. 당장 대부분의 보도를 살펴봐도 경차를 친환경차라고 칭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정부 기관 관용차로
출고 불가능한 경차들
현재 정부 기관 관용차는 전기차와 수소차만 출고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경차 대표 모델인 모닝, 스파크, 레이를 비롯해 이번에 추가된 캐스퍼는 전기차 모델이 없어 관용차로 출고가 불가능하다. 경차는 도로가 좁은 지역에서 공무수행하기 적합하기 때문에 지역에 따라서는 필요하다.

물론 전기 경차가 있기는 하다. 초소형 전기차라고 불리는 것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들도 엄연히 경차 크기 규정 내에 있기 때문에 경차에 해당된다. 다만 이들은 자동차 전용도로나 고속도로 출입이 금지되고 2명밖에 못 타는 데다 짐을 싣을 공간이 부족하다. 게다가 주행거리도 짧다. 트럭 모델은 거기서 적재 능력만 좋아졌을 뿐 그 외 제한사항은 동일하다.

쎄미시스코에서 출시한 EV 제타는 초소형 전기차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고속도로, 자동차 전용도로 출입이 가능하고 주행거리도 250km까지 증가했지만 위의 초소형 전기차와 마찬가지로 2인승이고, 뒤에 짐을 적재할 공간이 많지 않아 여전히 제한사항이 있다.

모닝이나 스파크, 레이, 캐스퍼급의 전기차가 있으면 제한사항이 적어 관용차로 활용하기 괜찮은데, 문제는 아직 해당 차급의 전기차 개발 소식이 없다. 예전에 스파크 EV, 레이 EV가 있긴 했지만 배터리 때문의 크기를 초과해 경차로 분류되지 않아 단종이 된 바 있다. 전기 경차에 한해 규격을 조금 더 완화해 주는 등 조치를 통해 친환경 전기 경차 보급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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