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시장 대기업 진출 제자리 걸음
중소벤처기업부 지지부진한 대응
뿔난 소비자들 질의서 제출하기도

‘2년 8개월’ 중고차 시장 개방 협의 논의가 시작된 시점부터 지금까지의 시간이다. 중고차 시장에 대기업이 진출하고자 한다는 이슈가 등장한지도 한참이 지났는데, 아직까지도 결론이 나고 있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중고차 업체들과 대기업이 만나 상생 협의를 하기도 했지만, 각자의 입장차가 너무 큰 탓에 결렬되고 말았다. 게다가 중소벤처기업부는 해당 이슈에 대한 결론을 계속해서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소비자들의 인내심은 한계에 다다랐다. 일부 소비자단체는 중소벤처기업부를 향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기도 하다. 과연, 대기업 중고차 시장 진출의 현주소는 어떤 모습일지, 찬성과 반대 이유에는 무엇이 있는지 함께 알아보자.

김가영 인턴

중고차 시장 / 한국경제 TV

커져가는 중고차 시장에
대기업 진출 시도
몇 년 전부터, 대기업들은 꾸준히 중고차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여러 이유들이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중고차 시장의 규모다. 중고차 거래량은 신차 거래량의 2배인데다가, 시장 규모도 약 22조 원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완성차 업체가 중고차 시장을 눈독들이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또한, 브랜드의 신뢰도와 차량의 잔존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라고도 말할 수 있다. 중고차의 품질을 보증하고, 일정 수준의 가격을 유지하게 되어 신차 가격이 떨어지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성비가 중요한 시대가 되면서 중고차 시장이 성장을 지속하고 있고, 완성차 업체가 양질의 중고차를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 될 수 있다”라고 전했다.

포르쉐 인증 중고차 화면 / 포르쉐
BMW 인증 중고차 시장(좌) 벤츠 인증 중고차 화면(우) / BMW, 메르세데스-벤츠

수입차는 이미
인증 중고차 사업 중
국산차 브랜드들이 중고차 업체들과 분쟁을 지속하는 동안, 수입차 브랜드는 인증 중고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인증 중고차 사업은 수입차를 판매하는 딜러사가 직접 차량을 매입하고, 점검 및 수리 등 상품화 과정을 거쳐 소비자에게 중고차로 판매하는 사업이다. 따라서, 브랜드 이름을 걸고 딜러사가 직접 판매하기 때문에 가격은 조금 비쌀지라도 신뢰하고 구매할 수 있다. 또한, 일반 중고차 보다 훨씬 원활하게 AS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현재 BMW, 벤츠를 비롯한 많은 수입차들이 인증 중고차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완성차 업계의 한 임원은 “수입 인증 중고차처럼 브랜드가 자사 중고차의 품질을 보증하며 브랜드의 신뢰도와 가격을 관리하는 방식이 일반 중고차 매매업보다 효율적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중고차 시장 / 뉴스토마토

상생안 도출 합의
결국 불발
지난 8월, 국산 완성차 업체와 중고차 업계 양측은 중고차매매산업발전협의 간담회를 열어 ‘대기업의 4년 간 단계적 진입’이라는 합의를 이뤄냈다. 양측은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매집과 판매를 허용하되, 전체 물량의 10%만 판매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종합했다. 또한, 완성차가 5년, 10km 이하 매물만 취급하는 부분에도 합의가 진행되었다. 그러나, 물량과 중고차 매집 방식 등의 핵심 문제에서는 결국 최종 결론을 짓지 못했다.

완성차 업체는 사업자와 개인 거래 물량까지 모두 포함해 연간 250만 대 중 10%를 취급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중고차 업체는 사업자 물량 130만 대의 10%를 취급해야 한다고 대치하면서 합의가 결렬된 것이다. 매집 허용 범위에서도, 완성차 업체가 타 브랜드를 취급하는 것에 중고차 업계가 반발하면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여기에 완성차의 중고차 거래 대수만큼 중고차 업계에 신차 판매권을 달라는 요구도 더해져, 양측의 대립이 심해졌다. 결국,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은 불발되었다.

결의하는 교통연대의 모습 / 교통연대

“소비자는 왜 제외하냐”
시민연대 등장
완성차와 중고차 업계의 의견 교환이 이루어지는 동안, 소비자는 이를 지켜보는 수 밖에 없었다. 사실상 중고차 업체에게 직접적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소비자인데, 소비자의 목소리가 협상 테이블에 올라오지 못한 것이다.

이에 한 네티즌은 “왜 구매 주체인 소비자들의 입장은 반영하지 않고, 너희들끼리 회의하고 합의하나? 소비자 대표도 불러서 삼자 대면을 해야하는 것 아닌가”라며 불만 섞인 의견을 표출하기도 했다. 결국, 일부 소비자들이 모여 ‘교통연대’라는 이름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중소벤처기업부 건물 / 중부매일

지지부진한 중소벤처기업부에
질의서를 보내다
6개 교통 및 자동차 전문시민단체 연합인 ‘교통연대’는, 지난 20일 중소벤처기업부에 중고차 시장 개방 촉구 및 개방 관련 추후 계획 등에 대한 내용을 담은 질의서를 발송했다. 중고차 시장 개방 관련 상생협의가 결렬된 지 약 두달이 지났지만,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가 지지부진한 대응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고차 시장 개방 협의는 처음 논의가 시작된 시점 기준으로 무려 2년 8개월이 지났으며, 개방 여부에 대한 법정 결정시한 기준으로는 1년 5개월을 초과한 상태다. 임기상 자동차시민연합 대표는 “소비자들의 중고차 시장 개방에 대한 간절함을 고려할 때, 더 이상 이렇게 결론이 미뤄져서는 안된다”라며 “중기부는 소비자들의 인내심이 한계점에 이르렀다는 것을 명심하고, 하루 빨리 심의위원회를 열어야 한다”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시위하는 중고차 업체 자영업자들 / 소비자경제신문

‘대기업 중고차 사업’
중고차 업체 생계의 문제?
기존 중고차 업체들이 대기업 중고차 시장 진출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생계 위협’이다. 중고차 매매업계 6천여 개 중 연간 매출액 10억 원 미만인 곳은 48.2%로 절반 수준이며, 매출액 10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인 업체는 39.6%다. 두 비율을 합치면 전체 의 90%에 육박한다.

중고차 업체들은 대기업이 막대한 자본을 동원해 중고차 시장에 진입한다면, 중고차 업체들은 매물을 확보하기 어려워 사업 운영이 힘들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대기업 진출로 인해 중고차 가격이 상승해 소비자들도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중고차 시장 / 헤럴드경제

중고차 시장 대기업 진출을
환영하는 소비자들
그러나 막상 소비자들은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환영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중고차 업체의 횡포로 인해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이 다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가장 많은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역시 ‘허위 매물’이다. 작년 경기도에서 사이트에 올라온 매물을 조사한 결과, 95%가 허위매물인 것으로 나타나 사이트 차단 조치가 내려지기도 했다. 또한, 미끼매물로 피해자를 유인한 후 시세보다 비싼 가격에 중고차를 판매한 조직에 대해 범죄단체죄가 적용되는 일도 있었다.

이러한 허위 매물 사례처럼, 중고차 시장은 여전히 차를 잘 모르면 당하기 쉬운 구조로 되어 있다. 이는 과거부터 계속 지적되어 온 문제이지만, 지금까지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소비자들은 “진작 잘했으면 우리도 기존 중고차 업체들 편을 들어줬겠지”, “중고차 업체들 솔직히 못 믿겠다”, “조금 더 비싸더라도 신뢰도 높은 중고차를 안심하고 사고 싶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중고차 거래로 인해 크고 작은 피해들이 일어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중소벤처기업부는 여전히 지지부진한 일처리를 보이고 있다. 소비자들은 정부 기관인 중소벤처기업부의 늑장 대응에 정부는 소비자 편이 아닌 것 같다”, “지금도 고통받고 있는 소비자들이 있다”, “법안을 발의해서라도 중고차 시장 개선이 필요하다” 등 관련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오랜 시간 동안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은 그야말로 ‘뜨거운 감자’였다. 이를 찬성하는 대기업과 소비자의 입장도, 이를 반대하는 중고차 업체들의 입장도 이해가 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분쟁이 길어지면서 어느새 이 문제가 ‘식어버린 감자’가 되어갈 판이다. 일부 중고차 업체의 횡포로 고통받는 소비자들을 생각해서라도, 중소벤처기업부를 비롯한 관련 정부 기관들의 발빠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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