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도 위의 클래식 포뮬러카 포착
“서킷에서 부가티 베이론도 이긴다”
케이터햄 세븐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케이터햄 세븐 포착 / 오토포스트 독자 ‘강동엽’ 님

세상에는 수많은 마니아가 있다. 코스메틱 브랜드를 좋아하는 사람, 피규어를 모으는 사람, 한정판 옷을 수집하는 사람 등 그 부류도 다양하다. 자동차 시장에도 마찬가지다. 길가에 주차된 자동차를 보고 이 차의 역사부터 가격까지 줄줄 외는 자동차 마니아가 존재한다.

오늘은 이런 자동차 마니아들의 눈길을 빼앗은 한 모델을 소개해 볼까 한다. 일본서 포착된 케이터햄 세븐이 그 주인공이다. 케이터햄 세븐의 역사부터 포착된 사진에 대한 네티즌의 반응까지, 다양하게 살펴보자.

정지현 에디터

케이터햄 세븐의 역사
195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케이터햄 세븐은 1957년, 영국 로터스사의 창업주 콜린 채프먼에 의해 제작되기 시작한 모델이다. 이 모델은 ‘달리는 것’을 목적으로 섀시에 엔진을 얹고 알루미늄판을 얹는, 이른바 조립식 차량이 시초인 모델이다.

그 당시 조립식 차량을 만들었다는 것은 일종의 틈새시장 전략이었다고 볼 수 있다. 1957년에는 조립식으로 만들어진 자동차의 경우 세금이 없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세븐 이전에는 1953년경 선행 모델로 말할 수 있는 “로터스 마크 VI”가 있었으며, 세븐은 본디 그의 개량형이었다.

공도의 클래식 포뮬러카
정체성은 ‘스포츠카’에 있었다
마치 칼리스타처럼 클래식한 느낌의 디자인이지만, 세븐의 정체성은 ‘스포츠카’에 있었다. 실제로 세븐은 “도로 위의 클래식 포뮬러 카 급 모델”이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세븐은 다소 평범한 기성품 엔진을 품었지만, 위에서 언급했듯 ‘달리는 것’에 집중하며, 달리는 데에 불필요한 것은 극단적으로 제거했다.

이렇듯 가벼운 차체가 ‘스포츠카’ 세븐의 특징이자 강점이라고 볼 수 있겠다. 물론, 지나치게 가벼운 차체는 안전성 등의 문제로 약점이 될 수 있지만 말이다. 한편, 이렇듯 가벼운 차체에 엔진을 얹어 운동성을 부여하는 방식은 이후로도 로터스의 주요 특징으로 자리 잡았다고 알려진다.

어느 정도로
빠른 걸까?
기본형인 160은 스포츠카 치고는 아쉬운 성적을 보여준다. 해당 모델의 최고 속도는 200km 내외 그리고 제로백은 6.5초다. 그러나 상위 모델 중 하나인 R500은 정지 상태에서 100km까지 가속에 3초가 안 걸리는 능력을 보여준다.

심지어 탑기어 자체 서킷 테스트에서는 1분 17초대를 끊었다는 이야기도 존재한다. 출력이 훨씬 높은 부가티 베이론보다 빠르다는 것인데, 이는 세븐의 무게가 부가티 베이론의 4분의 1 수준인 500kg이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엔진은 비교도 안 되게 약하지만 무게가 훨씬 가벼우니, 이와 같은 결과가 가능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시리즈 4까지
쭉쭉 출시됐다
세븐은 극단적인 기계의 기능 하나에 집중한 덕분에 인기를 끌게 된다. 이에 힘입어 1959년경 시리즈 2를 내놓게 되는데, 시리즈 2는 이전보다 더 극단적인 경량화를 이뤄낸 게 특징이다. 하지만 언제나 극단적인 선택은 문제를 불러일으키기 마련으로, 시리즈 2는 극단적인 경량화로 결국 달리다가 차량이 두 동강나는 해프닝이 벌어졌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세븐은 로터스의 스테디셀러였으며, 1969년에는 시리즈 3이 출시됐다. 이후, 다음 해에 알루미늄판 대신 글래스 파이버판으로 대체하고 부분 변경한 시리즈 4를 내놓으며 인기를 지속했다.

케이터햄 세븐 / classicargarage.com
케이터햄 세븐 / classicargarage.com

‘케이터햄 세븐’
1973년에 등장했다
1973년, ‘케이터햄’ 세븐이 공식적으로 등장한다. 당시 로터스가 세븐의 생산 중단을 결정하자, 세븐의 판매를 위탁받았던 로터스 딜러 케이터햄이 세븐의 잔여 부품, 생산 설비를 비롯해 모든 권리를 사들인 것이다.

이후 세븐은 ‘케이터햄 세븐’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기 시작했다. 해당 모델은 시리즈 3의 기본 설계를 바탕으로 케이터햄 나름의 개량을 거쳤으며, 첫 등장으로부터 60여 년, 케이터햄의 인수로부터 약 48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끊임없이 생산되고 있다.

레플리카 넘쳐난다
국내서는 보기 힘들다
한편, 세븐은 조립 차인 데다가 내부 구조와 외관 디자인이 매우 단순하기에 케이터햄 이외에도 전 세계의 군소 자동차 생산 업체에서 세븐의 레플리카들을 생산하곤 했다. 실제로 일본의 미츠오카도 한때 세븐의 레플리카를 만들었던 바 있다.

다만 국내서는 관련 법에 어긋나기에 이 차를 쉽게 볼 수는 없다. 실제로 키트카뿐만 아니라, 설령 완성차 형태로 직수입해온다 하더라도 몇몇 부분이 국내법과 맞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앞바퀴의 조향에 맞추어 함께 돌아가는 모터사이클 휀더나 측방 배기 머플러가 문제가 된다고 알려져 있다.

“일본에선 경차”
어떻게 가능할까?
한 가지 더 이야기해 볼 것이 있다면, 일본에서는 세븐이 경차로 인정된다는 사실이다. 세븐의 기본 모델인 세븐 160의 경우, 스즈키에서 만든 3기통 660cc 경차용 엔진이 들어가며, 히터와 같은 계절용 옵션을 고를 수 있다.

기본 모델이기에 휠은 얇고 바디도 일반형보다 살짝 좁은데, 이런 특징들이 한데 모아지면 일본 경차 규격에 들어갈 수 있게 된다. 다만 80마력의 힘을 내기에 일본 내 업계 자체 규제인 64마력을 초과한다. 그렇지만, 이와 관련한 법적 규제가 없으므로 경차로 등록되는 상황이다.

일본서 포착된 세븐을 향한 국내 네티즌의 반응은 뜨거웠다. 실제로 일각에선 “케이터햄 아름다운 자동차군요”, “구매하면 구매자가 조립해서 타는 차”, “케이터햄 유명하지”, “쌍용 칼리스타랑 느낌 비슷하다. 예쁘네” 등 다양한 반응을 쏟아냈다.

여기서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지금은 들어와도 규정 때문에 턱도 없지만, 녹색 번호판 달고 다니던 시절에 가져온 차들 중에 몇 대가 아직 살아 있는 걸로 안다”라는 반응이다. 국내서도 아주 드물지만, 예전에 들여온 모델이 살아있다는 것. 이 말을 들으니, “국내 도로에는 없는 차 빼고 다 있다”라는 말이 피부로 다가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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