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 면적은 작은데 큰차가 많은 한국
팰리세이드, 에스컬레이드 등 초대형 SUV 인기
사회적 인식, 가격, 실용성 등 이유 있어
한 나라에서 주류가 되는 자동차의 크기는 국토 면적에 비례한다. 상대적으로 면적이 좁은 유럽이나 일본의 경우 소형차의 인기가 많으며, 미국이나 호주의 경우 큰 차의 인기가 많은 편이다. 우리 기준으로 준대형차에 속하는 차들이 미국에서는 중형차 취급을 받으며, 풀사이즈 크기 정도는 되어야 대형차로 취급받는다.
하지만 한국은 이상하게 국토가 좁은 편에 속함에도 불구하고 큰 차가 인기가 많다. 특히 팰리세이드가 국내에서 히트 치면서 대형 SUV의 수요가 크게 늘어났으며, 최근에는 풀사이즈 SUV도 하나둘씩 출시되고 있다. 한국에서 큰 차 인기가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글 이진웅 에디터
국산차를 살펴보면
중대형차 판매량이
상위권에 위치해 있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큰 차 판매량은 어느 정도 될까, 우선 올해 국산차 판매량부터 살펴보면 1위부터 10위까지 아반떼와 투산을 제외하고는 모두 중대형차다. 트럭은 여기서 논외로 하겠다. 또한 중형차도 요즘은 많이 커진 관계로 대형차와 함께 묶어 중대형차로 호칭하겠다.
10위권에 있는 차량 중 트럭 2종을 제외하고 6종이 중대형차인 것이다. 상세 순위를 살펴보면 2위가 그랜저, 3위가 카니발, 4위가 쏘렌토, 7위가 G80, 8위가 K5, 9위가 팰리세이드다. 중형차를 빼도 8종 중 4대가 대형차다.
20위권까지 확대해 봐도 11위 쏘나타, 12위 싼타페, 15위 K8, 19위 스타리아가 차지했다. 특히 K8은 4월부터 본격적인 출고를 시작했는데, 만약 1월부터 판매를 시작했다면 10위권 내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QM6는 분류상으로는 중형차이지만 실제 크기는 현행 투싼과 비슷한 수준이기 때문에 제외했다.
또한 전체적인 판매량을 살펴봐도 대형차 판매량이 많이 늘었다. 몇 년 전만 해도 중형차가 판매량이 많았는데, 그랜저 IG가 출시된 이후 쏘나타의 판매량을 제치고 국민차 타이틀을 거머쥐었으며, 카니발은 극강의 실용성 덕분에 가족 구성원이 많지 않아도 구입하는 사례가 많이 늘어 상위권으로 올라섰다. 또한 팰리세이드는 출시와 동시에 대형 SUV 시장의 본격적인 활성화를 일으켰고, G80도 풀체인지 된 이후에는 판매량이 껑충 뛰었다. 예전 제네시스 전체 판매량이 현재 G80 판매량과 맞먹는다.
수입차를 살펴보면
아예 큰 차 천국이다
수입차를 살펴보면 아예 큰 차 천국이다 1위, 2위, 3위가 모두가 알다시피 E클래스, 5시리즈, A6이며, S클래스도 5위, GLE가 7위, ES가 8위, X5가 10위다. 10대 중 7대가 큰 차다. 심지어 중형차, D세그먼트로 분류되는 3시리즈, GLC를 제외했는데도 10종 중 7종이 여기에 해당된다.
20위까지 확대해 보면 14위가 X6, 15위가 X7, 16위가 카이엔, 17위가 CLS, 18위가 익스플로러다. 수입차는 아무래도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구매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큰 차를 사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산 풀사이즈 SUV도
하나둘씩 출시되고 있다
요즘에는 대형 SUV보다도 한 차원 더 큰 크기를 가진 미국산 풀사이즈 SUV도 하나둘씩 출시되고 있다. 예전에는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를 제외하고는 모두 직수입으로만 구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대형 SUV의 수요가 확대되면서 수입사들이 풀사이즈 SUV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정식으로 출시하고 있다.
기존에 판매 중인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5세대 풀체인지 모델을 정식 출시했으며, 포드는 익스페디션을, 링컨은 네비게이터를 정식 출시했다. 타호도 올해 12월부터 사전 계약을 시작하고 내년 1분기에 정식 출시될 예정이다. 지프가 30여 년 만에 부활시킨 왜고니어도 아직 소식은 없지만 다른 풀사이즈 SUV들의 사례를 보면 나중에라도 국내 정식 출시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사회적 위치를
상징하는 자동차
지금은 차가 생활 필수품이 된지 오래되었지만 옛날에는 차가 부의 상징이었다. 당시에는 소형차라도 가지고 있으면 부자 소리를 들을 시대였다. 소형차도 워낙 비쌌던 시기여서 자동차가 명품과 동급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사치성 물품에 부과되는 특별소비세가 자동차에도 부과했으며, 훗날 개별소비세로 이름을 바꾸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즉 자동차 개별소비세가 한때 차가 사치품이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작은 차도 이렇게 비싼데, 큰 차는 더욱 비쌀 수밖에 없고, 큰 차를 탄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크게 성공한 사람이라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그랜저가 국민차고, 벤츠도 길거리에 널려있지만 1980년대만 해도 그랜저는 크게 성공한 사장님 정도는 되어야 탈 수 있었고, 벤츠는 그야말로 넘사벽 수준이었다.
차가 대중화된 것을 넘어 생활 필수품이 된 지 오래인 요즘도 차는 사회적 지위를 어느 정도 표현하고 있다. 동창회 같은 모임에 나갈 때 큰 차를 몰고 나간다면 성공했다는 말을 들을 수 있으며, 기업에서도 미팅을 나갈 때 큰 차를 타고 나간다면 이 기업이 어느 정도 건실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반대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차가 대중화된 요즘에는 작은차가 대접을 못 받고 있다. 작은차는 사회초년생 아니면 못사는 사람들이나 타는 차라는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생각보다 꽤 있으며, 실제로 작은차 탄다고 상대 운전자가 무시하고 위협운전을 한 사례를 유튜브 등에서 볼 수 있다.
이러한 점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이 하나 있는데, 바로 카푸어다. 차는 자신의 능력에 맞게 구입하는 것이 정답인데, 사회적 인식을 크게 인식한 나머지 무리해서 높은 등급의 큰 차를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자신의 능력으로는 아반떼가 적당한데, 무리해서 그랜저를 산다든지, 유예리스로 5시리즈같은 수입 신차를 구입한다든지, 아니면 요즘 아반떼 신차 가격으로 중고 5시리즈, E클래스같은 차를 구매한다든지 유형은 다양하다. 초반에는 ‘나 이런 사람이다’라며 주변에 자랑하고 다니지만 얼마 안 있어 할부금, 유지비, 수리비 등으로 인해 결국 빚쟁이로 전락하는 사례가 많다.
가격 차이는 얼마 안 나는데
사회적 인식은 천치 차이
국산 중형-준대형에 해당하는 내용인데, 쏘나타와 그랜저의 가격 차이는 의외로 얼마 나지 않는다. 물론 무옵션 차량으로 비교하면 가격 차이가 꽤 난다. 현재 쏘나타와 그랜저의 무옵션 차량의 가격 차이는 대략 800만원 정도다. 쏘나타가 올해 연식변경되어 가격이 오르기 전에는 1천만 원가량 차이 났었다.
하지만 쏘나타는 대중차 이미지를 가지고 있고, 그랜저는 옛날보다 못하고 있지만 여전히 고급차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이것이 옵션에도 반영이 되는데, 쏘나타는 무옵션 차량을 구매하면 많이 허전하다. 물론 요즘에는 기본 옵션이 많이 추가되긴 해도 여전히 추가 품목을 선택해야 어느 정도 탈 만하다.
반면 그랜저는 무옵션 차량을 구매해도 고급차다보니 옵션이 꽤 풍부하다. 그랜저의 경우 1열 전동시트, 전좌석 열선시트, 듀얼 풀오토 에어컨, 내비게이션 등 있을 것은 다 있다. 따라서 추가 품목을 선택하지 않아도 꽤 괜찮게 탈 수 있다.
또한 쏘나타 풀옵션 가격으로 그랜저를 산다면 옵션을 꽤 화려하게 구성할 수 있다. 가격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 반면, 사회적 인식은 천지차이고, 실내가 넓은 큰 차를 탈 수 있다는 부가적인 장점까지 얻을 수 있으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돈을 더 쓰더라도 그랜저를 구매하는 것이다. 실제로 그랜저는 몇 년째 승용차 판매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기아 K5와 K8도 마찬가지며, SUV는 팰리세이드가 그랜저보다는 고급차 이미지가 덜하긴 하지만 그래도 싼타페 가격으로도 팰리세이드를 구매할 수 있으며, 옵션도 꽤 괜찮다는 점 때문에 많이 구매하고 있다. 판매량을 살펴봐도 싼타페보다 팰리세이드가 더 잘 팔린다. 심지어 팰리세이드는 아직 페이스리프트도 안 거쳤다.
이러한 가격 정책 때문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제조사가 큰 차를 사라고 유도하는 것 같다’라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모닝 사러 갔다가 롤스로이스 계약했다는 유머가 있는데, 물론 롤스로이스까지는 당연히 유머지만 모닝, 아반떼 사러 갔다가 그랜저 계약했다는 것은 실제로도 많이 일어나고 있다.
큰 차가 안전성이 높다는
인식이 있다
큰 차가 안전성이 높다는 인식도 있다. 사고는 다양하고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100% 맞는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차가 크면 안전성이 높다는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다. 차가 크면 전면이나 후면의 경우 크럼블 존이 길어 충격을 흡수하는 능력이 더 좋다.
또한 큰 차는 가격이 비싼데, 비싼 만큼 안전과 관련된 사양이 더 많이 들어간다. 예를 들면 에어백이 몇 개 더 들어간다든지, ADAS 능력이 더 뛰어나다든지 등이 있다. 안전 사양이 많이 보강된 만큼 차는 더 안전해지게 된다. 반면 작은 차는 저렴한 만큼 고급 안전 기술을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물론 작은 차에도 한다면 할 수는 있겠지만 가격만 비싼 소형차가 된다.
크기가 큰 만큼
실용성이 좋다
해당 항목은 세단보다는 SUV에 해당하는 것인데, 차가 클수록 실용성도 덩달아 좋아진다. 우선 차가 클수록 더 많은 사람을 편하게 태울 수 있다. 중형인 싼타페는 7인승 옵션이 있긴 하지만 3열에 성인이 탑승하기는 불편하고 아이 정도만 태울 수 있다. 반면 준대형인 팰리세이드는 3열에 성인도 어느 정도 괜찮게 착석이 가능하다. 또한 대형 MPV인 카니발은 7인까지는 정말 편하게 앉을 수 있고, 좁긴 하지만 9인, 11인까지도 태울 수 있다.
공간이 넓으면 짐을 많이 싣을 수 있는데, 특히 레저활동에서 빛을 발휘한다. 캠핑 등 레저 장비들은 부피가 큰 경우가 많은데, 차가 클수록 이런 장비들을 더 많이 실을 수 있다. 차박의 경우 크기가 클수록 장비를 더 많이 실을 수 있는 것은 물론 더 편하게 누워 잘 수 있다. 요즘 캠핑카로 개조하는 사례도 많은데, 이 역시 클수록 더 많은 구성요소들을 넣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인해 한국 사람들은 큰 차를 정말 선호하는 편이다.
autopostmedi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