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형 SUV 시장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 ‘현대 팰리세이드’, ‘기아 모하비’, ‘쌍용 렉스턴’이 유일했던 국산 대형 SUV와 더불어 ‘포드 익스플로러’, ‘쉐보레 트래버스’가 더해지면서 소비자들의 선택 범위가 넓어졌다. 올해 연말에는 ‘캐딜락 XT6’와 ‘링컨 에비에이터’도 출시 예정이라 더욱 다양해질 전망이다.
한편, 한국에서 구매할 수 있는 대형 SUV가 많아지면서 잠시 잊혀진 자동차가 있다. 팰리세이드가 출시되기도 전에 국내 출시설로 뜨거웠던 ‘기아 텔루라이드’다. 몇 개월 전 이와 관련하여 입장을 밝힌데 이어, 최근 기아차가 또 다른 입장을 내놓았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기아 텔루라이드 국내 출시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글 오토포스트 디지털 뉴스팀
국내 출시를 두고 소비자들 사이에서 썰전이 오가는 가운데,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기아차는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 얼마 전까지 기아차는 오히려 텔루라이드 국내 출시에 대한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박한우 기아자동차 대표이사 사장이 텔루라이드 국내 출시에 대한 입장을 내놓았었다. 그는 ‘제16회 자동차의 날’ 행사 종류 후 기자들에게 텔루라이드 국내 판매 계획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라며, “지금 당장 검토를 한다는 것은 아니고 비즈니스적인 부분을 생각해야 한다”라고 말했었다.
이와 더불어 현대차에 비해 신차 라인업이 부족한 기아차가 미국 전용 모델로 출시된 텔루라이드를 국내 투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는 사례도 많았다. 현대차가 ‘팰리세이드’, ‘쏘나타’ 등 신차를 내놓는 동안 기아차는 완전히 새롭게 내놓은 모델이 ‘셀토스’에 그쳤기 때문이다.
기아차의 주력 모델인 ‘쏘렌토’는 내년에 세대교체 예정이고, ‘카니발’은 2021년으로 예정되어 있다. ‘K7’과 ‘모하비’는 페이스리프트 모델이고, 사실상 올해 나오는 완전 신차는 ‘K5’와 ‘셀토스’가 전부이기 때문에 국내 수요가 높은 대형 SUV를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최근 기아차가 ‘모하비 더 마스터’ 출시 행사장에서 텔루라이드 국내 출시에 대한 입장을 단호하게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보도에 따르면, 기아차 관계자는 텔루라이드 국내 출시에 대해 “텔루라이드 북미 수요가 높아 현지에서 증산을 논의 중이기 때문에 국내 도입은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를 보고 “현대차가 쏘나타 택시 생산 안 한다는 말처럼 들린다”라고 말하기도 했으나, 어쨌거나 현재 기아차는 텔루라이드를 국내에 들어올 생각이 없다. 텔루라이드가 국내에 도입될 수 있는 이유가 있다. 소비자 입장보다 기업 입장에서 살펴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사골’이라 불려도 잘 팔린다
모하비 사전 계약만 7,000대 돌파
최근 모하비가 출시되면서 사전 계약 대수에도 관심이 쏠렸다. 실구매로 이어졌는지는 지켜보아야 하겠지만, 기아차에 따르면 모하비 더 마스터 사전계약 대수는 7,000대를 넘어섰다. 지난달 21일부터 9월 4일까지 기록한 계약 대수다.
‘사골’이라 불려도 잘 팔린다. 기아차 입장에선 모하비가 잘 팔리는 상황에서 굳이 제 살 깎아먹는 신차를 도입할 필요를 못 느낀다는 것이다. 만약 모하비 사전계약 대수가 처참한 수준이었다면 기아차는 텔루라이드 국내 도입을 깊이 고민했을 것이다.
같은 집안 팰리세이드
증산해도 모자랄 만큼 팔리는 중
일각에선 같은 집안 ‘팰리세이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팰리세이드는 현재 수요 포화상태다. 대기 수요가 3만 5,000대 수준까지 올라갔었고, 기다리다 지친 소비자들로 2만 대나 계약이 취소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최근 증산이 합의되었지만 팰리세이드 동호회를 통해 확인해보니 출고 받으려면 여전히 6개월 정도를 기다려야 한다.
일반적인 시각에선 넘쳐나는 수요를 텔루라이드를 도입해 분산시키는 것이 낫다고 본다. 그러나 현대기아차 입장은 조금 다르다. 정확히 말하면 노조의 입장이 다르다고 할 수도 있겠다. 최근 노조는 팰리세이드 증산을 합의했고, 이에 따라 울산 2공장에서 하루 200대를 추가적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현대차는 출시 초기 팰리세이드 수요 예측을 실패했다. 연간 판매 목표를 2만 5,000대로 잡았는데 출시된지 6개월도 지나기 전에 누적 판매량이 연간 판매 목표를 넘어섰다. 현대차는 이에 따라 판매 목표를 9만 5,000대로 늘렸다. 4배 가까이 늘린 것이다.
비상사태에서 노조는 1차 증산 제안을 수용했다. 그러나 최근 또 한 번 증산을 제안하자 “생산량을 3개 공장이 나눠 가지면 4공장 근로자의 특근 일수가 줄어 임금이 감소한다”라는 이유로 거절했다. 결론적으로는 최근 증산이 협의되며 2공장에서도 생산하게 되었지만, 협의 기간으로 2개월 가까이 썼다. 빠르게 대처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팰리세이드 사례를 조금 길게 소개한 이유는 간단하다. 일반적인 시각대로 쉽게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 설명드리기 위해서다. 다른 모델을 도입하여 수요를 분산하고 소비자들의 대기 기간도 줄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것이겠지만, 위와 같은 이유로 현실로 이뤄지기 어렵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팰리세이드 수요 뺏길 텐데 텔루라이드를 왜 들여오겠냐”, “팰리세이드 신차 효과 빠지면 그때 들어올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일반적인 시각과 다른 쪽에서는 잘 팔리는 차의 수요를 굳이 나눌 필요가 없다고 본다는 것이다.
텔루라이드는 미국 공장 생산
화성 공장 생산 논의 불발됐나
바로 위에서 살펴본 내용과 연결된다. 텔루라이드는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 생산된다. 해외에서 생산되는 현대기아차는 노조와 협의 없이 국내에 도입할 수 없다. 현대기아차 노사 간 협의 사항에 있는 ‘독소 조항’에는 “현대차와 기아차가 해외에서 생산되는 부품 및 완성차를 역수입하기 위해서는 노사 공동위원회의 합의를 통해야 가능하다”라는 내용이 있다.
마치 쉐보레가 미국에서 생산된 ‘트래버스’를 수입하여 판매하는 것처럼, 기아차가 미국에서 생산된 텔루라이드를 수입해 판매하길 원하는 소비자들이 꽤 있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선 노조와의 협의가 필요하고, ‘i30 N’, ‘i30 패스트백’ 등 이미 불발된 선례가 많다.
기아차도 텔루라이드 국내 출시를 충분히 염두에 둔 것으로 판단된다. 몇주 전까지만 해도 해외에서 생산되는 현대기아차가 국내 시장에 들여온 사례가 없었고, 때문에 관련 문제를 해결하는 중이라는 보도 내용이 나왔었다.
또한 텔루라이드가 국내 출시된다면 기아차 화성 공장에서 생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도 나왔었다. 그러나 현대차 공장처럼 기아차 공장도 생산량 포화 상태다. 최근 기아차는 ‘셀토스’ 수요가 기존에 예상했던 것을 뛰어넘음에 따라 월 5,000대 수준으로 노조와 증산을 합의했다. 즉, 추가적으로 새로운 모델을 생산할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미국 수요도 많아 한국은 어려워
조지아 공장 최근 증산 협의
노조와 협의된다 해도 미국 생산 텔루라이드를 들여오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텔루라이드 판매 실적이 기아차 예상을 웃돌면서 미국 조지아 공장도 증산 협의에 들어갔다. 그리고 조지아 공장 직원들은 증산에 동의했다.
이에 따라 텔루라이드 연간 생산량은 기존 6만 4,000대에서 8만 대 수준으로 증가할 예정이다. 모하비 출시 행사에서 “텔루라이드는 북미에서 수요가 높아 증산을 논의 중이기 때문에 국내 도입은 불가능하다”라고 말한 기아차 관계자의 말과 이어지는 내용이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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