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전부터 유독 반응이 뜨거웠던 자동차가 있다. 그 당시 한국 자동차 시장 베스트셀링 모델이었던 ‘현대 그랜저’를 따라잡을 것이라는 소비자, 그리고 그랜저와는 경쟁이 힘들 것이라는 소비자들 사이의 썰전을 치열하게 만들었던 자동차이기도 하다. ‘쉐보레 임팔라’ 이야기다.

쉐보레는 요즘 소비자들 사이에서 이례적으로 가격 때문에 호평을 받고 있다. 픽업트럭 ‘콜로라도’와 대형 SUV ‘트래버스’가 합리적인 가격대로 나오면서, 마치 4년 전 임팔라가 출시되었을 때처럼 말이다. 오늘 오토포스트 비하인드 뉴스는 최근 출시된 ‘콜로라도’와 ‘트래버스’를 향한 소비자들의 반응, 그리고 ‘임팔라’와 함께 떠오른 걱정과 우려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김승현 기자

사전 계약 3주 만에 3천 대
하루에 1천 대 계약하기도
인터넷에서 의미 없는 썰전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눈에 보이는 수치가 당시 임팔라의 인기를 실감하게 해주었다. 출시 전 임팔라는 사전계약 3주 만에 계약 건수 3,000대를 돌파했었다. 한국지엠이 예상했던 월 1,000대 보다 세 배 많은 수준이었다.

하루에만 900대가 넘는 사전계약이 이뤄지기도 했었다. 당시 한국지엠 관계자는 “전시장에 차가 배치됐는데, 주말에 차를 직접 본 고객들이 월요일에 주문을 많이 했다”라며,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까지 겹쳐 주문이 폭주했다”라고 말했었다.

그러나 2016년 이후
판매 실적이 급감했다
원인은 공급 차질로부터
실제 판매 실적도 높았다. 첫 출시되던 해인 2015년에는 8월부터 12월까지 총 6,913대가 판매되었다. 한국지엠이 말했던 월 1,000대 보다 3,000대 정도 많은 판매 기록이었다. 2016년에는 한 해 동안 1만 1,347대를 판매하며 가장 높은 연간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인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1만 대 넘던 연간 판매 실적은 2017년이 되면서 3분의 1수준으로 급감했고, 2018년에는 실적이 거기서 또다시 반 토막 나면서 1,549대를 판매하는 것에 그쳤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는 378대, 한 달에 47대 꼴로 판매되었다.

1. 마치 지금의 ‘팰리세이드’처럼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
대기 물량 8,000대, 4개월 대기
임팔라의 인기가 순식간에 곤두박질치게 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 마치 지금의 ‘팰리세이드’처럼 말이다. 팰리세이드는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대기 물량이 3만 5,000대 수준까지 올라갔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2만 1,700대 정도가 계약 취소되는 사태까지 있었다.

소비자들은 기업의 수요 예측 실패와 증산 동의가 어려웠던 노조를 모두 지적한다. 현대차는 팰리세이드 출시 초기 연간 판매 목표를 2만 5,000대로 잡았는데, 출시 6개월이 지나기도 전에 누적 판매량이 연간 판매 목표를 넘어섰다. 현대차는 이에 따라 연간 판매 목표를 9만 5,000대로 늘렸고, 추가 증산을 제언했지만 4공장 노조원들이 반발하며 무산됐었다. 최근에는 울산 2공장 추가 증산에 합의했지만 이 역시 생산 물량 대부분이 북미 시장으로 배정되면서 대기 수요를 줄이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있다.

지금으로부터 4년 전, 팰리세이드처럼 임팔라도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공급으로 몸살을 앓았다. 시승차 2,000대를 보급하는 등 고객 유치에 적극적이었던 한국지엠에게는 치명적인 걸림돌이 아닐 수 없었다. 실제로 국내 판매를 시작한 2015년 9월 1,634대, 10월까지 1,499대로 안정적인 판매량을 유지하다가 11월에 갑자기 839대로 떨어졌었다. 이는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나온 결과라고 당시 한국지엠은 설명했다.

전량 미국에서 수입되는 자동차이고, 북미 현지에서도 한 해 동안 14만 대 이상 판매되면서 세단 부문 1위를 차지하는 등 인기가 높았다. 즉, 국내 공급 물량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당시 임팔라를 구매하려는 국내 계약 대기 고객 수는 1만 명 이상이었고, 계약을 빨리하더라도 3개월 이상을 기다려야 인도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2. 마치 지금의 ‘콜로라도’와
‘트래버스’처럼 미국 생산 수입
앞서 잠깐 언급했듯 ‘임팔라’는 미국에서 전량 생산되어 수입 판매되는 자동차다. 마치 지금의 ‘콜로라도’와 ‘트래버스’처럼 말이다. 일각에선 “국내에서 생산되는 것보다 품질을 믿을 수 있으니 좋은 것 아니냐”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그래도 엄연히 수입차이기 때문에 국산차보다 유지비 부담이 크다”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자동차이기 때문에 임팔라는 보험료도 수입차로 적용됐었다. 2015년 당시 선정된 임팔라의 보험 등급은 12등급이었다. 실제로 한국지엠은 “수입차이지만 동급 수입차보다 낮은 보험료”라는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엄연히 ‘수입차보다 낮은 것’일 뿐 국산차 수준의 보험료는 아니었다.

미국 생산이라는 점이 단순히 유지비 측면에서만 문제 되는 것은 아니었다. 1번 내용과 연결되는데, 가능성이 엿보이던 한국 공장 생산까지 무산되면서 공급 차질이 장기화되었다. 2015년 9월에 본격적으로 판매가 시작되었는데, 2016년 1월까지도 대기 물량이 9,000대 수준에 달했다.

당초 1,500대 수준이었던 월 선적 물량을 2,000대 규모로 늘리기도 했지만 여전히 부족했다. 당시 임팔라가 출시되면서 3%에 머물렀던 준대형 차 판매 비중이 10%까지 늘어나는 등 결코 적은 판매량이 아니었다. 공급 차질이 계속되고 있는 와중에 기아차가 ‘K7’ 풀체인지 모델을 내놓는 등 다른 대안이 생기면서 인기가 점차 식어가기 시작했다.

3. 부족했던 수입차 마케팅
변화에도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다
마지막 세 번째는 ‘수입차’ 마케팅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2019년, 4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쉐보레=대우자동차’라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있다. 현재 자동차를 구매하는 소비층은 대부분 대우자동차가 지엠대우로, 지엠대우가 한국지엠으로 바뀌는 과정을 모두 지켜본 40대와 50대이기 때문에 어찌 보면 당연하다. 이들은 심지어 미국에서 전량 생산되어 수입 판매되는 콜로라도와 트래버스를 보고 대우자동차라고 비꼬기도 한다.

4년 전에는 더욱 심했다. 이 당시에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쉐보레 자동차들이 잘 팔리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한국지엠 스스로 국산차를 경쟁상대로 지목하는 등 수입차 마케팅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즉, 임팔라에게 수입차 마케팅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충분치 않았다는 이야기다.

지금 한국지엠 쉐보레는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가입하는 등 수입차 마케팅을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협회 가입 이후 미국 정통 픽업트럭 ‘콜로라도’와 정통 미드사이즈 SUV ‘트래버스’를 출시하는 등 이미지 쌓기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가격까지 나름 공격적으로 책정하여 재도약의 의지를 간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임팔라’는 그러지 못했다. 출시 당시 언론들은 ‘그랜저’, ‘K7’과 비교하기 바빴고, 가격대가 4,000만 원 내외로 책정되면서 ‘아슬란’과 ‘제네시스’ 사이에 포지션을 잡았다는 평가도 있었다. 실제로 한국지엠도 경쟁상대를 ‘현대 제네시스’로 할지, ‘에쿠스’로 지목할지 고심하고 있다는 보도가 당시에 나오기도 했었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수입차이지만 정작 수입차로는 마케팅하기 어려운 애매한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임팔라는 콜로라도, 트래버스
심지어 팰리세이드의 선례까지
‘임팔라’를 가만히 생각하고 있자니 최근 출시를 알린 ‘콜로라도’와 ‘트래버스’가 떠올랐다. 임팔라는 한국지엠에게 충분히 교훈의 대상이 될만하다. 임팔라는 콜로라도와 트래버스처럼 미국에서 생산되어 수입 판매된다. 임팔라는 콜로라도와 트래버스처럼 수입차로 분류되고, 유지비 역시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수입차와 다름없다.

더 나아가 임팔라는 팰리세이드처럼 긴 대기 기간이 발목을 잡았다. 수치로도 증명되던 흥행을 계속해서 이어갔어야 하는데 한국 생산 무산, 북미 수요 포화, 그리고 신형 ‘그랜저’와 ‘K7’ 출시 등 여러 가지 걸림돌이 한 번에 몰려오는 바람에 더욱 빠르게 추락했던 것이다.

콜로라도 11월 초 인도 시작
아직 본격적인 게임은 시작 전
물 들어올 때 노 제대로 저어야
지난 8월 말쯤 출시 소식을 알린 ‘콜로라도’는 이르면 11월 초부터 순차적으로 고객 인도가 진행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행히 계약하면 올해 안에 차를 받을 수 있다고는 하는데, 11월이면 지금으로부터 2개월 정도로 그리 빠른 것은 아니다. 한국지엠은 이달까지 확정된 계약 건수를 정리해 콜로라도를 생산하는 미국 공장에 전달할 예정이다.

마치 ‘임팔라’가 출시되기 전처럼 ‘트래버스’와 ‘콜로라도’를 향한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도 마찬가지로 트래버스와 콜로라도의 가격을 국산차와 비교하는 등 합리적인 가격을 강조하는 기사를 보도해드리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 본격적인 게임은 시작되지도 않았다. 한국지엠이 목표로 두고 있는 판매와 수요를 안정적으로 유지할지 주목된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제대로 저어야 한다. 현실에서 증명된 ‘베스트셀링카’와 흔히 이야기하는 ‘인터넷 슈퍼카’… 운명은 온전히 회사에 달렸다. 오토포스트 비하인드 뉴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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