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제대로 된 흑역사 PYL
공식 석상에서 언급조차 안 할 정도
PYL은 어쩌다 실패하게 되었을까?

현대차에서 브랜드를 새롭게 런칭할 때를 생각해 보자, 초반에는 “현대차가 이걸 한다고? 가당키나 해?”라는 비판이 첫 시작이다. 그만큼 현대차는 복합적인 브랜드 이미지가 존재하며 수많은 키워드가 공존한다는 뜻도 되겠다. 그런 현대차 그룹은 과거 건너선 안될 강을 건너버린 가슴 아픈 흑역사가 존재한다.

그 가슴 아픈 역사는 바로 ‘PYL’이다. Premium Youth Lab의 약자로 중소형 차량 라인업을 새롭게 개발하여, 현대차에서 주력으로 생산하고 잘 팔리는 모델들은 소위 말하는 ‘아빠 차’와 같은 고리타분한 차량이었다. 이를 대신하고, 보다 젊은 고객층을 확보하고자 스포티하고 고급스러운 차량을 만들어 차별화를 두고 2030세대를 타겟으로 한 프리미엄 브랜드였는데, 의도는 좋았으나 왜 현대차에서 PYL 얘기만 나오면 눈을 질끈 감아버릴까? 그리고 왜 소비자들에게 크게 어필이 안됐었을까? 오늘 오토포스트는 현대차의 PYL의 브랜드의 실패했던 요인을 가지고 한걸음 더 들어가 본다.

 권영범 에디터

문짝 3개의
신선함 벨로스터

“실험적? 아니, 현대적이다”라는 광고 슬로건을 내세우며 2011년 3월에 출시한 벨로스터는 2도어 쿠페도 아니고 4도어 해치백도 아닌, 비대칭 도어를 채택하여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다. 현대차의 의도는 운전석 뒤쪽에 1개의 도어를 만들어 쿠페의 고질적인 승하차에 대한 불편함을 개선한 것이 큰 특징으로 다가온 차량이었다.

아무튼, 현대차에서 야심 차게 내놓은 벨로스터는 그야말로 혹평 그 자체였다. 출시 초반에 제공했던 파워 트레인은 6단 수동, 6단 자동, 6단 DCT를 제공했으며 자연흡기 1.6L 감마 GDi 엔진이 얹혀서 출시를 하였다. 당시 아반떼 MD와 같은 시대에 나오다 보니 파워 트레인도 동일한 것을 사용했으며, 무게는 40kg가량 더 무거웠다.

2006년에 발표했던 벨로스터 컨셉트카에서 강한 임팩트를 받고, 한껏 기대했던 각종 미디어에선 좋은 평이 나오지 못했다. 무거운 차량의 중량과 말도 안 될 정도로 약한 차대강성, 당시 크게 대두되었던 MDPS의 조작감, 빈약한 심장에 어울리지 않은 17~18인치 휠이 장착되어 스포티한 주행 성능을 기대했던 이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줬다.

더욱이 현대 다이노스에서 만든 6단 DCT는, 이게 과연 DCT가 맞나 싶을 정도로 반응이 굉장히 느려 판매량이 굉장히 낮았다. 현대차가 의도한 것과 달리 결국 벨로스터의 이미지는 ‘패션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게 돼버리고 만다.

부실한 냉각 성능으로
혹평 받은 벨로스터 터보

이후 그다음 해인 2012년 1월에는 고질적으로 무겁고 안 나가는 심장병을 고치기 위해 나온 모델, 바로 벨로스터 터보가 나오게 된다. 1.6L 감마 GDi 엔진을 기반으로 하여 터보가 달린 엔진으로 당시 1.6L 배기량 급에선 굉장히 강력한 유닛이었다.

이때 2015년 1월, 벨로스터의 페이스리프트가 진행되면서 가솔린 승용차 부문 최초로 7단 건식 DCT가 달리게 된다. 그러나 터보 모델의 경우 DCT 모델 기준 기본형이 2,395만 원이라는 높은 가격은 젊은 층을 어필하기 힘들었다.

더욱이 당시 부실한 냉각 성능으로 인해 열관리가 안 되어, 순정상태로 적극적인 드라이빙을 즐기기엔 한없이 부족했다. 덕분에 이 차를 구매했다 하면 냉각계통을 먼저 튜닝하여 타고 다닐 정도로 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벨로스터 터보를 통해 현대차가 모터스포츠로 발을 내딛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2016년 뉘르부르크링 내구 레이스에서 159대 참가 차량들 중 종합 순위는 65위, 벨로스터 터보가 참가했던 SP 2T CLASS (1,650~1,700cc)는 1위를 달성하는 기록을 세웠다.

i30 역사상
유일한 토션빔

2011년 10월에 출시된 2세대 i30는, 벨로스터와 마찬가지로 아반떼 MD의 플랫폼을 이용하여 만들어졌다. PYL 라인업 중 중간급 역할이었으며, 감마 1.6L GDi, U2 CRDi 엔진이 장착되어 출시되었다. PYL 브랜드를 붙인 탓에 동급 세그먼트에서 비싼 몸값을 자랑했다. 준중형 세그먼트에서 시작가가 1,800만 원부터 시작했고, 디젤 모델 기준 풀옵션의 가격은 2,500만 원까지 치솟게 된다.

그리고 유로피언 감성과 프리미엄을 표방하는 모델답지 않게 아반떼와 별다를 게 없는 토션빔 구조의 하체 셋팅을 갖췄다. 북미형과 내수용은 토션빔, 유럽 수출형은 멀티링크 타입을 사용하여 내수용과 수출용의 차별 문제가 불거졌었다.

국내에선 비싼 가격과 아이러니한 상품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할 때, 유럽에선 좋은 평가와 성적을 거두면서 호주 시장까지 좋은 평가를 받아 판매 실적을 꾸준히 올려나갔다. 더군다나 가혹한 내구도 평가를 자처하는 아우트빌드에서도, 1.6L U2 디젤 엔진이 달린 모델은 좋은 상품성과 마감 그리고 내구성으로 호평을 이어나간 모델이었다.

2014년 12월에 페이스리프트를 거치게 된다. 이때 i30에도 1.6L 감마 T-GDi가 나올 것을 계획하였으나 무산되었고 누우 2.0L GDi 그리고 유로 6를 대응하는 U2 디젤엔진이 탑재된다. 디젤 모델은 유로 6를 대응하면서 변속기 또한 7단 DCT로 변경되었으며, 페이스리프트 되기 전보다 선택의 폭이 줄어들어 판매량은 더 처참해졌다. 이후 2016년에 2세대 i30는 단종을 맞이하였고, 이때 이후로는 PYL의 브랜드가 사라지게 되었다.

현대의
역작으로
손꼽히는 i40

PYL 라인업에서 최상위에 위치하는 i40는, 유럽 시장을 타겟으로 만든 전륜구동 중형 차다. 한때 현대차 내부적으로 유일한 왜건형 승용차이자 가장 잘 만든 차량으로, 유럽판 쏘나타를 꿈꾸며 출시한 모델이다. 플랫폼과 인테리어 디자인 틀은 제외하고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새롭게 설계한 모델이다. 아 참 2011년에 최초로 출시하였고, 이후 2012년 살룬 모델이 출시함에 따라 PYL 라인업으로 편성되었다.

플랫폼은 YF 쏘나타의 것을 썼다. 그리고 1.7L U2 디젤엔진과 2.0L 누우 GDi 엔진 두 가지를 제공하였고, 바탕만 쏘나타일 뿐이지 파워 트레인 부터 지향점이 다른 모델이었다. 내수 고객들의 취향을 반영하여 본래의 셋팅값보다 소프트하게 튜닝된 서스펜션은, 각종 미디어 시승이나 소비자들 사이에서 탁월한 주행성능으로 그 빛을 발했다. 더 하드한 서스펜션을 원하면 D-스펙 트림으로 넘어가야 했으나 시작가가 3,000만 원을 넘겨버리는 살벌한 가격대를 형성했다.

내장재를 비롯하여 하체 부품 또한 알루미늄 파츠의 비율이 월등히 높다 보니, 현대차 그룹에서 명차로 칭송받는 제네시스와 모하비 등과 같이 실수로 잘 만든 차량으로 통하는 차량이었다. 그러나 고질적으로 왜건형을 싫어하는 정서적 선호도, 세단을 출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상위 트림으로 넘어가면 3,195만 원이란 가격표는 그랜저 HG 2.4L 모델을 구매할 수 있는 가격이었다.

2030을 타겟으로 한 차량치곤 너무도 비쌌다. 더욱이 현대차 내부적으로도 i40는 판매량에 신경을 쓰지 않는 모델이라고 발표함에 따라 2016년과 2018년 총 2차례에 걸쳐 페이스리프트가 이뤄졌음에도, 새롭게 변했다는 광고마저 안 했던 차량이었다. 오죽하면 2차 페이스리프트를 겪은 시점에는 생산라인이 빠지게 되어,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 스케줄에 맞춰 4~5명의 기술자가 달려들어 차를 만들어 낸단 소문도 존재했으니 말이다.

PYL 광고 / 사진 = 현대자동차

차를 살 능력이
한정적인 연령층이
타겟이었다

사실 벨로스터와 i30를 보면 당시 준중형 차의 표준이었던 아반떼 MD와 근소한 차이로 비싸거나 저렴했었다. 그러나 PYL 브랜드가 결정적인 실수를 저지른 건 다름 아닌 연령대 타겟을 잘못 잡았다. 2021년 오늘날에도 20대가 차량을 소지하고 있는 비율은 기성세대보다 현저히 낮다. 물론 그 기성세대들의 차량 보유와 실 운행자를 일일이 따져보면 비율은 더 늘어나겠지만, 그러면 통계적으로 의미가 없어지니 제외하겠다.

특히나 2030 세대들이 차량을 구매하는 데 있어 고가의 신차를, 더욱이 차량이 가지고 있는 가치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싸거나 더 나은 점을 못 찾는 이들이게, 등 돌리게 만드는 요인이 되었다. i30 같은 경우에도 1세대 i30의 전대미문 대박 행진을 이용하여 성공적인 성과를 거두기에도 대한민국 자동차 시장의 인식은 여전히 “세단보다 비싼 차”로 통한다.

독특함을 무기로 주목을 받는 데는 성공했던 PYL은 런칭 초기에는 벨로스터를 18,000대만 한정 생산하여 판매하기로 하는 무리수도 두기도 했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민낯이 드러나자 반응은 냉담했고, 한정 판매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아반떼 MD와 똑같은 파워 트레인과 실내 인테리어는 “최소한의 성의도 안 보인다”라는 평이 나올 정도였다.

결론적으로 보면 종합적으로 브랜드의 마케팅의 미스였던 것이다. 선호하지 않는 왜건과 해치백 스타일의 차량을 무기로 삼았으면, 그에 따른 새로운 이미지를 부각시켜야 했지만 그러지 못한 엉뚱한 대외적 홍보, 돈을 들인 만큼 놀라울 정도로 관심을 못 받았아 극복을 못한 것이었다. 2016년 이후로 현대차 공식 석상에서 PYL이 언급조차 되지 않았을 만큼 흑역사였던 것은, 어쩌면 실무자들의 무지함에서부터 비롯된 결과물이지 않았나 생각해 보며 글을 마치도록 하겠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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