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대에 성행했던 총알택시
어느 순간부터 잘 보이지 않아
총알택시들의 근황은?

총알택시가 본격적으로 성행하던 시기는 다름 아닌, 아주 먼 옛날 야간통행금지령이 존재하던 시대로 돌아가야 한다. 이 야간통행금지로 말할 거 같으면, 밤에 허락받지 않은 사람들이 돌아다니지 못하게 하는 제도였으며 약침 ‘통금’으로 통하던 시절이었다.

자정이 되면 사이렌 소리가 들렸으며, 사이렌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거짓말처럼 가정집은 물론이고 웬만한 가게 혹은 가로등도 불이 꺼져 최소한의 불빛만 남겨놓던 시절이었다. 그래서인지 밤 11시가 됐다 하면 집으로 돌아가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고, 이 통금시간에 맞춰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생겨난 것이 바로 총알택시다.

 권영범 에디터

심야시간의
공도 무법자였다

오늘날에 있어서는 각종 카메라와 시민 의식이 과거보다 투철해졌다. 그러나 불과 90년대와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총알택시는 공도 위의 무법자였으며, 실제로 주행하는 모습을 보면 내일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일반 자가용 오너들이 “내 차 한계치는 내가 잘 안다”라고 말하는 이들을 얌전하게 만드는 화려한 드라이빙 스킬은 인도에서 바라보면 “이곳은 과연 서울 시내인가 서킷인가”에 대한 깊이 있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주로 먹자골목, 공항, 터미널에 존재하는 택시 승강장에서 줄 서있지 않고, 으슥한 골목에서 호객행위를 하는 택시들이 대부분 총알택시였으며, 타고나면 먼저 물어보는 게 “많이 급하세요?”였을 정도였다.

대게 이윤의 극대화를 위해 합승을 많이 하는 편이었다. 수도권 대도시 혹은 지방 읍내에서 “OO동~ OO동~”을 외치면 서로 눈치 보다가 “저요!”를 외치곤 바로 타는 문화가 옛날엔 비일비재했었다. 아무튼, 총알택시는 대도시와 소도시 그리고 지방 대도시에서 지방 소도시를 연결해 주는 교통수단 중 하나였으며, 편도 30km 거리를 10~15분 도착이 이들의 평균치라고 한다.

범상치 않은 택시다. / 사진 = 보배드림 ‘유명산지킴이’님

시내에서
100km/h 이상은 기본

여러분들은 총알택시의 대명사 ‘레인보우 택시’를 기억하실 것이다. 사실 레인보우 택시 말고도 대구 지역을 중심으로 VIP, 티스타 등의 여러 총알택시 연합이 존재했다. 이들의 사례를 중심으로 예시를 들어보겠다.

보통 VIP 총알택시 연합이 가장 젊은 나이대 기사들이었으며 나머지는 연령층이 다양했다. 아무튼, 이들의 경우 ‘속도제한’이란 단어가 무의미한 이들이다.

최근에 발견된 레인보우 택시 / 사진 = 에펨코리아 ‘reirei23’님

시내 도로 속도제한 평균이 50~60km/h이고 고속도로는 100km/h에서 아무리 빨라봐야 110km/h다. 그러나 보통 이들이 평균적으로 내는 속도는 140km/h 이상이며 이 속도는 고속도로와 시내를 막론하고 주행한다.

워낙에 대구 도로가 다른 지방 혹은 지역대비 도로정비가 잘 되어있고, 직선 위주의 도로가 만히 존재한다. 그렇기에 대구 내에서 정체가 심한 구간도 출, 퇴근 시간만 지나면 수도권 대비, 교통량이 크게 감소하게 되며 감소한 만큼 그들의 위험천만한 주행을 하기엔 최적의 조건이 갖춰지는 것이다.

총알택시 사망사고 / 사진 = MBC 뉴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간이 목격되는 총알택시들

총알택시가 특정 시대에 성행했던 것은 사실이다. 당장 인터넷을 조금만 뒤적여 봐도 실제로 타봤던 사람들이나, 그들이 주행하는 모습을 직접 목격한 이들이 굉장히 많다. 그런데 한참 성행했던 2000년대 초중반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목격도 많이 되었고, 후기도 많이 올라왔는데 오늘날에 와서는 좀처럼 만나보기 힘들다.

과연 그들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지난 2018년 3월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 왕복 10차로 대로에서 시속 164km/h로 내달리던 택시가, 오토바이를 발견하고 피하다가 사고가 난 사례가 존재한다. 이 택시는 바로 레인보우 택시의 소속이었으며, 당시 뒷자리에는 여대생 3명이 탑승해 있었다.

총알택시 사망사고 / 사진 = MBC 뉴스

오토바이를 피하려 했던 택시는 그대로 중앙분리대 가로수를 들이받고, 곧바로 오른쪽 방향으로 튕겨져 나가 가로수를 들이받고 정차하게 되었다.

그러나, 운전자를 포함한 3명은 그 자리에서 사망하였다. 워낙에 큰 충격과 더불어 시내에 존재하는 갖은 시설물들이 빠른 속도로 달려드는 물리적 충격으로 인해, 차체는 종이처럼 구겨지고 말았던 것이었다.

서울에 운행중인 택시 / 사진 = 중앙일보

요즘은 서울 택시가
더 빠른 거 같다

2018년에 일어난 사망사고 이후로, 레인보우 택시의 자취는 거의 감춰지다시피 했다. 이후로 아주 가끔 잊혀질만하면 목격되곤 하는데, 이마저도 사실상 거의 사라지고 있는 분위기라고 한다.

그러나 지방에서 잠잠해지니, 이제는 수도권이 문제다 된다. 낮과 밤을 막론하고 서울과 경기도를 오고 가면, 택시들의 주행에 감탄하는 경우가 자주 생긴다. 제한 속도에 맞춰가면 비켜달라고 하이빔을 키는 것은 기본이고, 방향지시등 점등 미이행, 불법 유턴, 신호위반은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욱 심해져만 간다.

승강장에서 대기중인 택시 / 사진 = YTN

결국 총알택시 연합은 많이 줄어들었고, 감소세가 꾸준하지만 여전히 총알택시는 곳곳에 산재해 있는 게 오늘날의 도로 위 상황이다.

사람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면 역시 목숨일 것이다. 그건 당연히 택시를 운전하는 기사님에게도 해당될 것이다. 아무리 운전을 업으로 하는 일이라 할지라도 “시간 때문에”, “사납금 때문에”, “손님 때문에”라는 말보다 내일을 생각하는 이들이라면 안전운전에 솔선수범해 주길 희망해 본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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