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급난으로 출고 지연 최대 13개월?
반도체 자체 제작, 기술 내재화 진행 중
신차급 중고차, 신차와 가격이 같다?
중고차 시장 활성화…대기업 진출 앞당겼나
신차를 구매한 소비자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출고까지 1~2개월 지연된 것을 경험해 봤을 것이다. 하지만 이젠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까지 더해져 역대급으로 신차 출고가 늦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출고까지 최대 6개월에서 12개월까지 걸리는 자동차들도 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은 신차 출고 지연에만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다. 완성차 업체들은 자체적으로 반도체를 생산하기 시작했고 신차 출고 지연으로 중고차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었다. 이로 인해 중고차 시장에 대기업 진출에도 영향을 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반도체 수급난이 어떻게 전체 자동차 시장에 이렇게 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 것일까? 오늘은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자동차 시장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한다.
글 정서연 에디터
반도체 수급난
얼마나 심각할까?
차량용 반도체는 자동차의 섀시 제어, 파워트레인 제어, 보디 제어, 정보통신 등에 사용된다. 평균 내연기관차, 1대 당 들어가는 반도체의 개수는 200~300개 정도 된다. 자동차 생산에 필수적인 반도체가 현재 수급난이 지속되고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의 산업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차량용 반도체 누적 주문량은 업체들의 내년 생산 능력을 20∼30%가량 초과했고 평균 배송기간도 22.9주에서 23.3주로 늘어났다. 국내 1차 이하 협력사와 거래하는 반도체 대리점들은 1년 6개월 이후 인도 물량까지 주문을 받는 중이다.
완성차 업체들
자체 생산 추진 중
반도체 부족으로 생산 차질을 빚고 있는 완성차 업체들은 반도체 자체 생산, 내재화를 추진하거나 반도체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포드는 글로벌파운드리와 반도체 공동 개발 및 직접 구매를 위한 전략적 제휴를 맺었고, GM은 NXP, 퀄컴, TSMC 등 차량용 반도체 회사와의 협력에 나섰다. 그리고 현대차와 도요타, 테슬라, 폭스바겐 등도 반도체 내재화를 추진 중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완성차 업체들은 재고량을 최소화하는 ‘적시 생산방식’에서 벗어나 1차 협력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면서 핵심 부품을 직접 관리하는 방향으로 공급망 관리 방식을 바꾸고 있다. 그리고 다양한 차종에 적용할 수 있는 범용 반도체를 사용하는 경우도 늘리고 있다. 실제로 테슬라와 폭스바겐, 닛산 등은 소프트웨어를 재설계해 차종마다 따로 주문 제작하던 반도체 칩을 범용 칩으로 대체하고 있다.
최대 13개월까지
기다려야 한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수요와 공급 불균형으로, 현재 소비자에게 인기 많은 자동차 출고 일정이 밀리는 상황에서 전기차 출고 지연이 심각하다. 최대 13개월까지 출고가 지연되어 소비자가 올해 남은 날에 신차를 계약해도 새해가 아니라 2023년에 차량을 인수할 수 있는 상황이다.
전기차 계약부터 출고까지 지연 일정을 살펴보면 기아 EV6 13개월, 제네시스 GV60 12개월, 아이오닉 5 8개월 이상 필요하다. 실제 출고일은 지방자치단체별 구매 보조금 수급 현황에 따라 다시 바뀔 수 있지만 현재 상황으로는 줄어들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국산 전기차 이외에도 인기 수입 전기차 출고 대기 기간도 1년 안팎이다. 테슬라는 반도체 수급난 등을 이유로 ‘모델 3’나 ‘모델 Y’ 등 주요 차종의 국내 신규 계약을 일시 중단했다. 구매 보조금 대상이 아닌 고가 전기차도 상황이 비슷하다. 포르쉐 ‘타이칸’은 1년 이상을 기다려야 구매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차 출고 지연으로
중고차 찾는 소비자 多
반도체 수급난으로 신차 출고가 1년 가까이 밀리면서 중고차를 찾는 소비자들의 수요가 부쩍 늘면서 국내 중고차 시장이 호황을 맞이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10월 중고차 등록 대수는 328만 2,375대로 같은 기간 신차 판매 대수인 142만 8,226대보다 2배 이상 높다.
활성화된 중고차 시장에 수입차 업체들도 뛰어들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수입차의 인증 중고차 매장은 101곳이 있다. 벤츠와 BMW, 아우디, 폭스바겐 등은 올해 상반기 약 1만 5,000대 중고차를 판매했다. 2017년 판매 대수가 1만 4,000대였던 것을 고려하면 반년 만에 한 해 판매 대수를 넘어선 것이다.
신차급 중고차는
웃돈까지 얹어서 산다?
신차 출고 지연으로 중고차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난 만큼 중고차 시장에 신차급 중고차가 등장을 하면 웃돈을 얹어서라도 구매하려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차를 제때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남들보다 하루빨리 신차 효과를 누리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의 요구가 중고차 시장에 기이한 변화를 가져왔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출고 지연이 심각해질수록 중고차 가격이 신차 가격을 웃도는 역전 현상까지 발행하고 있다. 출고 기간이 긴 전기차일수록 중고차 시세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전기차 중고차를 구매할 때, 구매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인기 전기차의 중고 매물 시세가 신차 가격의 95~100%에 달한다. 일부 매물은 신차 가격을 추월했다.
중고차 시장 커지는 만큼
문제점도 커지고 있다?
중고차 시장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날수록 소비자들의 피해 또한 커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운영하는 1372 소비자상담센터 통계에 따르면 2018년 1월 1일부터 지난해까지 중고차 중개∙매매와 관련한 불만 상담건수는 총 2만 1,662건에 달했다.
이에 중고차 구매를 원하는 다수의 소비자들이 중고차 시장에 완성차 업계의 진출을 원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작년 11월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중고차 매매시장에 대한 소비자 인식조사’ 결과 응답자의 80.5%가 ‘우리나라 중고차 시장이 허위매물, 주행거리 조작 등으로 불투명하고 혼탁하다’라는 반응을 보였다.그리고 63.4%가 완성차 제조 대기업의 중고차 매매시장 진입을 찬성했다. 그 이유로 ‘성능과 품질 향상’, ‘허위 매물 등 문제 해결’등을 꼽았다.
드디어 완성차 업체
중고차 시장 진출한다
소비자들은 중고차 시장에 대기업 진출을 간절하게 원하고 있지만 정부가 3년째 중고차 시장 개방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완성차 업계가 중고차 시장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국내 중고차 시장에 처음으로 들어서는 완성차 업체는 바로 현대차그룹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990년대부터 국내 일부 지역에서 중고차 사업을 검토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고 그 후로 조금씩 중고차 시장 진출을 위해서 준비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대차그룹은 중고차 시장 진출에 대한 의지를 숨기지 않았고 해외에서도 연식 5년·주행거리 10만 km 수준의 차량을 대상으로 중고차 사업을 하고 있었다. 내년 중고차 시장 진출을 앞둔 현대차그룹은 ‘소비자에게 인증된 중고차를 공급하고 이를 바탕으로 품질을 인정받아서 신차 판매로 이어지도록 하는 선순환 체제를 만들겠다’라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국내 자동차 시장에 미친 파급력을 확인한 네티즌들은 “반도체 수급난이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까지 이어지다니..”, “반도체 수급난으로 신차 출고 지연도 속상하고 이로 인한 발생한 각종 문제점들도 싫지만 국내 완성차 업체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게 됐다니”, “저 지금 반도체 수급난으로 6개월째 신차 대기 중입니다..”, “중고차 시장 기고만장이다. 중고차들이 신차와 비슷한 가격에 형성되어 있더라”라는 반응을 보였다.
추가로 “코로나도 답답한데 반도체 수급난이라니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까?”, “반도체 수급난 때문에 자동차에 반도체 얼마나 들어가는지 알게 됨”, “반도체 수급난으로 자체 생산해서 기술 내재화하는 중이라던데 기술 발전하겠네. 자급자족 좋지”, “2021년에 신차 계약했는데 반도체 수급난으로 2023년에 받을 수 있다고 하네요..”라는 반응을 보인 네티즌들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