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급난에 원자재 가격 폭등
신차 가격까지 상승했는데
네티즌 왈, “원인은 다른 곳에”
“지금 계약해도 올해 안에 못 받아요” 이게 무슨 말인가 싶지만, 실제로 요즘 자동차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원인은 모두가 짐작했다시피 반도체, 그놈의 반도체 수급난 때문이다.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대기 기간이 14개월에 달하고, EV6, GV60 등도 1년가량 기다려야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요즘에는 문제가 하나 더 생겼다. 원자잿값이 하늘 높이 치솟고 있다는 것. 이 문제는 자연스럽게 자동차 가격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고, 인상된 가격은 또다시 소비자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런데 일부 소비자는 인상된 가격의 원인을 다른 곳에서 찾고 있었다. 무엇일까? 지금부터 알아보자.
글 정지현 에디터
작년 자동차 시장을 덮친
코로나와 반도체 대란
현재 세계 각국 완성차 업체들은 2020년 말부터 시작한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으로 인해 생산 차질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 자동차 연구원의 산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차량용 반도체 누적 주문량은 업체들의 내년 생산 능력을 20∼30%가량 초과했으며, 평균 배송기간도 22.9주에서 23.3주로 늘어났다.
또한 국내 1차 이하 협력사와 거래하는 반도체 대리점들은 1년 6개월 이후 인도 물량까지 주문을 받는 중이다. 금방 끝날 줄 알았지만, 벌써 1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현상이며 일부 전문가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2023년 이후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하는 상황이다.
결국 원자재 가격까지
폭등해 버린 상황
그런데 최근에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문제가 하나 더 생겼다. 차를 생산하는 데에 필요한 원자재, 예컨대 강판, 알루미늄, 마그네슘 등의 가격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제철과 포스코는 현대차에 공급하는 자동차 강판 가격을 톤당 12만 원 인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부터 시작된 자동차 공통 소재 및 전기차 배터리 소재 가격 오름세 그리고 여기에 주요국의 물류비용 및 인건비 상승세가 더해지며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원자재 가격 상승은 기본적으로 수요가 공급보다 빠르게 증가하거나 공급에 중요한 장애 요인이 발생하였을 때 일어난다.
이에 뭇 전문가는 코로나19로부터 시작된 반도체 수급난, 그리고 반도체 수급난으로 신차 시장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으며 수요가 더욱 쌓인 상황이 문제였다고 분석하는 상황이다. 결론적으로 이런 상황이 얽히고설켜 원자잿값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자동차 업계의
가장 큰 고민
‘원가절감’
이에 최근 국내 5개 완성차 업체는 신차를 내놓으면서 판매 가격을 인상했다. 과거에도 신차 출시와 함께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든 경우는 많았으나 눈에 띌 만큼은 아니었다는 게 관련업계의 평이다. 이유는 앞서 언급했던 원자재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원자재 가격 인상은 부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며 최종 제품 가격에도 영향을 미친다. 신차의 경우, 출시하며 새로운 소재 혹은 부품을 쓰고 있다고는 하지만, 기존 모델의 원자잿값을 상쇄하기 위해 값을 올리는 상황이다. 실제로 업계 관계자는 “기존 제품의 생산 시 발생한 부담을 신차를 통해 일부 해소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신차 가격 오른다
도대체 얼마나?
그렇다면 신차 가격이 도대체 얼마나 오른 것일까? 현대와 기아를 중점으로 살펴보자. 먼저 현대는 지난해 싼타페 연식 변경 모델 ‘2022 싼타페’를 출시하며 가격을 인상했다. 2020년 출시된 싼타페 디젤 2.2 모델의 트림별 판매 가격은 프리미엄 3,122만 원, 프레스티지 3,514만 원, 캘리그래피 3,986만 원이었다. 2022년 싼타페 가격은 디젤 2.2 기준으로 익스클루시브 3,362만 원, 프레스티지 3,621만 원, 캘리그래피 4,087만 원이다.
그렇다면 기아는 어떨까? 기아도 신형 니로를 출시하며 2,660만 원부터 3,306만 원까지로 꽤 큰 폭으로 가격을 인상했다. 하이브리드 기준으로는 최저 221만 원에서 최고 289만 원까지 인상된 셈이다.
네티즌의 반응
예상 밖이다
원자잿값에 의한 신차의 가격 상승. 이에 대한 네티즌의 반응은 어땠을까? “돈 없으면 수입차 타야 된다”, “근데 왜 원자재 가격은 국산차에만 영향을 미치는 걸까?” 등 부정적인 반응이 다수 존재했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반응은 따로 있었다. “원자잿값이 더 올랐을까? 노조 임금이 더 올랐을까?”, “원자잿값보다는 노조 임금이 더 올랐을 것 같은데”, “인건비 절감하면 간단하겠네”라는 반응이다. 왜 이런 말이 나오는 걸까?
현기차 노조
매년 월급 오른다
조금 살펴보니, 네티즌의 반응이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노조의 연봉은 매년 노사 협의를 통해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다. 단적인 예로 작년의 경우를 보자. 작년 현대차 노사는 3년 연속으로 무분규 잠정 합의에 도달했다. 그리고 파업을 안 한다는 조건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은 합의안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잠정합의안에는 기본급 7만 5,000원 인상, 성과금 200%+350만 원, 품질 향상 및 재해예방 격려금 230만 원, 미래 경쟁력 확보 특별 합의 주식 5주, 주간연속 2교대 포인트 20만 포인트, 코로나 상황 장기화로 침체된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재래시장 상품권 10만 원 등을 지급하는 내용이 담겼다.
정리해 보자면, 기본급+통상 수당 등 월급이 400만 원 정도인 직원은 성과급 800만 원+350만 원+230만 원 등 현금으로만 1,380만 원을 받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100만 원 상당의 자사주와 상품권 등을 추가로 받게 된다.
또 다른 네티즌 반응
“내리진 않을 거잖아”
네티즌의 반응을 마저 더 살펴보도록 하자. 노조와 관련된 반응 외에도 “문제는 원자재 가격이 안정되어도 내리지 않는다는 거지”, “하청 업체들 원자재 단가 반영은 제대로 안 해주고 원자재 상승됐다고 값은 올리고, 자기들 성과급 잔치하면서 상생을 외치는 현기라니” 등 부정적인 반응이 눈에 띈다.
또한 “이전엔 껍데기만 살짝 바꾸고 가격 올리더니, 이제는 원자잿값 탓으로 가격 상승, 다른 물가에 비해서 왕창 오르는 자동차 가격 상승률이 타당성이 있기는 한가?”, “핑계가 좋군”. “원자재 인상은 핑곗거리 항상 해가 바뀌면 인상했다”라며 원자재는 가격을 올리기 위한 핑계라는 반응도 다수 존재했다.
지금까지 반도체 수급난, 원자재 가격 상승, 이로 인한 신차 가격 상승 그리고 네티즌 반응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뤄봤다. 전반적으로 살펴보면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생산 차질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자동차 판매 가격이 오르는 ‘카플레이션(car+inflation)’ 현상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여기에 일부 네티즌은 원자잿값만이 문제가 아니라는 의견을 더하고 있다. 노조에 대한 불신까지 얽혀 상황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정확한 속 사정은 알 수 없지만,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라는 점만은 확실해 보인다. 독자가 생각하는 가격 상승의 본질적인 이유는 무엇인지, 공유해 주면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