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계약 7천 대라고 자부하던 모하비 지난달 판매 실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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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소비자들은 똑똑하다. 기업과 언론들이 사용하던 마케팅 수단을 거의 모두 파악하고, 이제는 빈틈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사례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사전계약 대수를 이용한 마케팅이 아닐까 한다. 많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사전계약 대수를 통해 신차 인기가 높다는 것을 강조한다.

사전계약 대수 마케팅을 오랫동안 봐온 소비자들은 이제 “실구매로 얼마나 이어졌는가”를 보기 시작했다. 어떤 사람들은 “직원 사전계약 대수는 빼야 하는 것이 맞다”라며 질책하기도 한다. 물론 이는 확인된 바 없지만 말이다. 오늘 오토포스트 비하인드 뉴스는 최근 사전계약 7,000대를 돌파했다는 ‘모하비 더 마스터’ 판매 실적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이에 따른 걱정과 우려는 덤이다.

김승현 기자

신차효과로 판매량 급상승
사전계약 대수와는 큰 차이
다행히 신차효과는 톡톡히 보고 있는 것 같다. 불과 8월까지만 해도 300대에서 400대 수준을 판매하던 모하비가 9월 한 달 동안 1,754대가 판매되다. 보도에 따르면 모하비는 무려 19개월 만에 월 1천 대 판매를 돌파한 것이라 한다.

그런데 사전 계약 대수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불과 2주 만에 7,000대 계약을 돌파했다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는데, 실제 한 달 판매 대수는 1,754대, 백분율로 따지면 75%나 줄어든 수치다. 사전계약 대수는 모두 허수(虛數)였던 것일까? 사실 그보다 더 걱정스러운 일이다. 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누적 계약 1만 대 넘었다던데…
“올해 고객 인도 불가능”
“올해 안에 7천 대 소화 어렵다”
사전계약 대수와 실제 한 달 판매량 차이가 큰 이유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공급이다. 벌써 지난달 중순쯤 사전계약을 포함한 계약 건수가 1만 대를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는데, 9월 한 달 동안 실제로 출고된 차는 1,700여 대에 불과하다. 지금 계약하면 지금으로부터 6개월 뒤, 내년에야 차를 인도받을 수 있다고 한다.

지난달 4일, 기아차 화성공장 생산 라인이 특근을 포함해 풀가동 체제에 들어갔음에도 대기 기간이 6개월이나 걸리고 있는 것이다. 모하비 더 마스터의 월 최대 생산 규모는 2,000대다. 같은 라인에서 ‘쏘렌토’가 함께 생산된다. 보도에 따르면, 기아차 생산공장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다른 차도 같은 라인에서 생산하기 때문에 사전계약 7,000대를 올해 안에 소화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 기간”하면 떠오르는 차
모하비도 팰리세이드 따라가나?
미국 출시 앞둔 셀토스까지 난감
“대기 기간”하면 떠오르는 차, ‘팰리세이드’의 악몽을 ‘모하비’가 재연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올해 여름 팰리세이드 대기 물량은 무려 3만 5,000대까지 쌓였었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기다림에 지친 고객들이 무려 2만 대나 계약을 취소하는 사태까지 벌어졌었다.

최근 잘나가고 있다는 ‘셀토스’도 기대와 함께 걱정이 앞선다. 셀토스도 수요가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함에 따라 공급 차질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국내 수요만으로도 공장을 100% 가동해도 모자란 상태, 여기에 인도 시장 계약 4만 대를 넘어선 점, 그리고 북미 시장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는 점 등이 겹치면서 기아차가 잘 나간다고 자부하는 셀토스도 난감한 상황이다.

공급 차질 많던 팰리세이드
오랜 기간 끝에 증산 합의
그러나 물량 대부분이 미국으로
앞서 잠깐 언급했듯 ‘팰리세이드’는 대기 물량 3만 5,000대, 2만 대 계약 취소 사태, 대기 기간 1년 등 문제가 계속되어 왔다. 최근 울산 2공장 증산 소식에 “드디어 대기 기간이 줄어들겠구나”라며 기대하는 분들이 많았는데, 아쉽게도 증산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꽤 오랜 기간 끝에 증산 합의가 이뤄졌는데, 합의를 통해 늘어난 생산 분량은 모두 미국으로 수출된다. 울산 2공장 증산 분량이 미국 수출 전담으로 운영된다는 소식이 최근 보도를 통해 전해졌다. 울산 2공장은 9월 한 달 동안 팰리세이드 1,200대를 생산했고, 이번 달에는 3,250대로 생산량을 늘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기존에 팰리세이드 물량을 모두 소화하던 4공장 생산 물량은 모두 국내로 배정되었을까? 2공장에서 생산된 팰리세이드가 전량 북미로 수출되고, 4공장에서 생산되는 물량도 일부 해외로 선적된다. 즉, 국내 대기 기간이 눈에 띄게 줄어들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팰리세이드는 지난 7월부터 북미 시장 판매를 시작했다. 9월까지 1만 대 이상이 판매된 것으로 전해졌는데, 해외 주문량을 맞추기 위해 최근 4개월간 생산량의 65%를 미국으로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팰리세이드 국내 판매량이 떨어진 이유로 북미 시장 물량을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셀토스는 판매 쏠림 현상
빠르게 증산했지만 미국 진출 겹쳐
인도에서는 계약 4만 대 돌파
‘셀토스’도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 8월,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기아차와 노조는 빠르게 증산 합의를 이뤄냈다. 월 5,000대 정도 생산할 수 있도록 생산 물량을 맞췄는데, 조만간 미국 수출이 예정되어 있어 또다시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사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현재 셀토스를 생산하고 있는 기아차는 진퇴양난이다. 셀토스가 출시되면서 판매량이 감소한 ‘스토닉’,’스포티지’, ‘니로’를 담당하고 있는 생산라인을 당장 쓸 수도 없는 노릇, 그렇다고 대책을 내놓지 않고 방관하기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팰리세이드도 공급 차질을 빠르게 대처하지 못했고, 북미 출시가 겹치면서 사태가 전혀 진전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셀토스가 자칫 이 문제를 반복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모하비는 대기 기간 6개월
생산 라인 포화 상태
“다른 라인에 넘길 수 없다”
‘모하비’도 상황이 많이 다르지 않다. 자료를 통해 확인했듯 사전계약 대수와 실제 판매 실적이 매우 큰 차이를 보인다. 화성공장 모하비 생산 라인도 사실상 포화 상태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문제가 가시화 되고 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다른 공장으로 모하비 생산 물량을 넘기는 것에 대해 생산 공장 관계자로부터 “라인에 있는 차를 넘길 수는 없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한다. 쏘렌토와 같은 라인에서 생산한다는 점, 그리고 지금 계약하면 내년 1월이나 2월쯤 차를 받을 수 있는 상황임에도 뾰족한 해결책이 나올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출시 전부터 모하비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왔고, 증산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아직 관련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오래전부터 지적되어온
글로벌 생산 체계 도입 언제쯤?
관련 주제를 다룬 칼럼에서 나는 글로벌 생산 체계를 여러 번 언급한 바 있다. 우리는, 아니 자동차를 생산하는 생산자를 비롯한 공급자가 ‘한국 자동차는 무조건 한국에서 생산하여 판매해야 한다’라는 고정관념에 갇혀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국내 공장이 포화상태라면 가동률이 낮다고 지적되고 있는 해외 공장에서 같이 생산하게 하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고, 상식적인 대처다.

그러나 이를 진행하기 위해선 노조와의 협의가 필요하다. 여러 번 언급했듯 해외에서 생산된 현대기아차가 한국에 들어오려면 노조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내용의 ‘독소 조항’이 존재한다. 해외에서 생산된 현대기아차를 들여오는 것도, 반대로 국내 생산 물량을 해외에 분배하는 것도 노조 협의가 필요하다. 즉, 아무리 국내 공장이 포화상태에 놓여있다 하더라도 노조의 합의 없이는 글로벌 생산 체계를 구축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이미 많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글로벌 공장 체계를 갖추고 있다. BMW는 모든 SUV 모델을 독일이 아닌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스파턴버그 공장에서 생산한다. 이곳은 BMW 그룹의 최대 공장이고,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판매되는 BMW SUV 모델들이 생산되는 곳이다.

토요타도 마찬가지다. 한국과 일본에 판매되는 캠리는 일본에서 생산되지만, 미국에서 판매되는 캠리는 미국에서 생산된다. RAV4, 아발론 등도 미국에서 생산되어 전 세계에 판매된다. 혼다도 어코드, 오딧세이, 시빅 등 대부분을 미국에서 생산하여 전 세계에 판매한다. 판매 시장이나 지역을 불문하고 공장을 효율적으로 가동한다는 이야기다.

운명의 장난일까
“현대차 생산직 인력
최대 40% 줄여야 한다”
유독 현대차 노사 문제가 많았던 것처럼 느껴지는 올해, 운명의 장난 같은 소식이 최근 보도를 통해 전해졌다. 다름 아닌 현대자동차 생산직 인력을 최대 40%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고용안정위원회 외부 자문 위원들의 판단으로, 2025년까지 생산직 인력을 최대 40% 줄여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생산직을 줄여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가장 큰 이유는 친환경 자동차다. 내연기관 엔진을 쓰는 자동차가 줄어들고 전기자동차, 수소 자동차 등 친환경 화가 빨라지면서 부품 생산과 완성차 제조 과정이 전반적으로 대대적인 변화를 맞이해야 한다는 것이다. 엔진과 변속기 생산 관련 고용인력은 100%, 프레스, 차체, 도장 고용은 7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이 내용은 현대자동차 노조도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짙다”

어떤 신차가 “잘 팔린다”라는 이야기가 나오면 어느 순간부터 기대와 응원보다 걱정과 우려부터 앞서기 시작했다. 잘 팔린다는 내용이 보도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증산 불가피”, “넘쳐나는 수요로 못 따라가는 공급”, “대기 기간만 6개월 이상” 등 수요와 공급 문제를 다룬 어두운 내용이 나오기 시작한다.

생산 차질은 매출 손해가 되고, 매출 손해는 개발 비용에 영향을 미치며, 이는 신차 개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결국 피해는 소비자가 보게 된다는 것이다. 오늘 내용에서 언급하는 문제점들은 모두 근본적인 것들이고, 오래전부터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기업 입장에서도 결코 좋지 않다. 신차가 잘 팔린다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일이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공급 차질에 대한 비판이 나오기 시작하고, 기다림에 지친 고객들이 계약을 대량 취소하는 사태까지 이어진다. 노조 비판뿐 아니라 위기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며 기업을 비판하기도 한다.

‘팰리세이드’는 분명 큰 교훈이 되었을 것이다. 지금은 ‘모하비’와 ‘셀토스’로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 위기에 놓여있다. 인기 때문에 미숙(未熟)함이 드러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짙다”라는 어느 작가의 말을 빌리며, 오늘의 비하인드 뉴스를 마친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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