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카 제조사 파가니
11년 만의 신차 ‘유토피아’ 공개
7단 수동변속기 옵션 주목
부가티, 코닉세그와 함께 3대 하이퍼카 브랜드로 손꼽히는 ‘파가니‘가 지난 12일(현지 시각) 신차 ‘유토피아’를 공개했다. 전작 ‘와이라’가 출시된 지 11년 만에 등장한 신차이자 파가니 창립 이레 세 번째 양산 모델인 가운데 요즘 보기 드문 옵션이 마련되어 화제다.
그것은 다름 아닌 수동변속기인데 요즘은 효율, 성능, 내구성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자동변속기에 따라잡혀 사실상 퇴출 위기에 놓인 상황이다. 대표적인 슈퍼카 제조사인 페라리, 람보르기니도 수동변속기 모델을 더 이상 생산하지 않는 와중에 파가니가 수동변속기를 다시 마련한 이유가 무엇인지, 유토피아의 특징과 함께 살펴보았다.
글 이정현 에디터
연기된 전기차 프로젝트
마지막 순수 내연기관
현재 자동차 업계에 불어닥친 전동화 열풍은 하이퍼카 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코닉세그는 지난 2020년 브랜드 최초 하이브리드 모델 ‘제메라’를 출시했으며 부가티는 전기 하이퍼카 제조사 ‘리막’과 손잡고 첫 순수 전기차 개발을 진행 중이다. 파가니 또한 지난 2018년부터 전기차 연구 개발을 진행해왔지만 경량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프로젝트를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파가니는 유토피아의 후속 모델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순수 내연기관만 사용할 전망이다. 유토피아에는 그간 그래왔듯 AMG로부터 공급받은 V12 6.0L 트윈터보 엔진이 탑재된다. 최고출력은 864마력으로 대폭 올랐으며 최대토크는 존다 HP 바르체타, 와이라 BC와 동일한 112.1kgf.m를 발휘한다. 파가니에 따르면 엄격하기로 유명한 캘리포니아 배출가스 기준도 통과할 수 있다고 한다.
자취 감췄던 수동변속기 부활
운전 재미 위해 다시 채택
파가니는 첫 양산차 존다에 6단 수동변속기를 탑재했으나 와이라에는 수동변속기 대신 7단 싱글 클러치 AMT(자동화 수동변속기)로 통합한 바 있다. 파가니만의 초고속 변속 시스템을 적용해 DCT보다 빠른 변속과 월등한 동력 전달 효율을 보여줬지만 운전 재미만큼은 수동변속기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결국 파가니는 유토피아의 세 자릿수에 달하는 최대토크를 견뎌낼 수동변속기를 새로 개발하기에 이른다. 클러치 페달과 싱크로나이저 링까지 모두 포함되며 레브매칭과 같이 변속기 조작에 개입하는 전자장비는 일절 들어가지 않는다. 물론 자동변속기를 선호하는 고객도 배려해 Xtrac 7단 자동화 수동변속기 옵션도 마련했다.
34억 원에서 시작
99대 한정수량 완판
파가니는 유토피아의 한정수량을 99대로 발표했다. 가격은 250만 달러(약 34억 원)에서 시작하며 신차가 공개되기도 전에 99대의 주인이 모두 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모든 생산 과정이 수작업으로 진행되어 일주일에 한 대씩 공장을 나설 예정이다.
와이라 쿠페와 로드스터가 각각 100대씩, 총 200대가 생산되었다는 점을 참고하면 유토피아 로드스터 등 파생형 모델의 등장을 기대해볼 수도 있겠다. 앞으로 10년 후 유토피아의 뒤를 이을 첫 전기차는 파가니의 브랜들 철학을 고수할 수 있을지 귀추를 지켜보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