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 부사장
대체연료 관련 입장 밝혀
“말도 안 되는 이야기”
유럽연합의 2035년 내연기관 퇴출 계획을 중심으로 급진적인 전동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기존 자동차 업계는 살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재빨리 전기차 라인업을 준비하며 전동화 흐름에 정면으로 맞서는가 하면 내연기관과 전기차의 공존을 위한 타협점을 찾는 움직임도 확인된다. 유럽연합은 합성연료와 PHEV 퇴출 시기에 대해 2026년까지 판단 유보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특히 포르쉐, 폭스바겐 그룹, 토요타 등에서 기존 화석연료를 대체할 합성연료 관련 연구가 활발한데 최근 메르세데스-벤츠가 이에 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혀 관심이 집중된다. 지난 13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의 ‘요르그 바텔스’ 엔지니어링 담당 부사장은 대체연료 시장 전망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졸지에 포르쉐를 저격한 모양새가 된 것이다.
글 이정현 에디터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 많아
벤츠는 전동화에 올인
바텔스 부사장은 “대체연료에 대해 면밀히 검토해봤는데 이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탄소가 배출될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이어 “추후 상황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 우리가 대체연료에 관심이 없는 이유”라며 입장을 확고히 했다.
벤츠 내에서 대체연료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내놓은 주요 인사는 바텔스 부사장뿐만이 아니었다. 이사회 멤버인 ‘마크루스 셰퍼’ 최고기술책임자(CTO)도 최근 외신 인터뷰를 통해 “재생에너지의 연료 전환 과정에서 효율성을 크게 잃을 수밖에 없다”며 “벤츠는 전동화가 최선이라는 결정을 내리고 실행 중”이라고 밝혔다.
e-퓨얼 연구 한창인 포르쉐
탄소 배출 90% 절감 가능
한편 포르쉐는 ‘e-퓨얼’로 불리는 대체연료 연구에 한창이다. e-퓨얼은 탄소와 수소로 구성된 탄화수소가 핵심이다. 전기로 물을 분해해서 얻은 그린 수소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결합시키는 방식이며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는 태양광, 풍력발전 등 친환경 재생에너지를 활용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e-퓨얼은 연소 후 탄소 배출량을 기존 화석연료보다 최대 90%가량 절감할 수 있어 혁신적인 대체연료로 손꼽힌다. 기존 내연기관 엔진을 활용할 수 있는 건 물론이며 정제 과정을 거치면 경유나 등유를 대체해 대형 화물차, 선박 등에도 사용할 수 있다. 운송부터 보관까지 전반적인 인프라도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일각에선 전동화보다 친환경적이라는 주장도 나오는 상황이다.
비싼 가격이 최대 단점
포르쉐는 “해결 가능해”
하지만 한동안 e-퓨얼 상용화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속가능성은 둘째 치고 생산 단가만 해도 리터당 10달러(약 13,925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운송료, 보관료, 각국 세금까지 포함한다면 가격경쟁력이 사실상 없는 수준이다. 이에 포르쉐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가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미 엑슨모빌, 지멘스 등 글로벌 에너지 기업과 협력해 e-퓨얼 생산에 돌입했으며 올해 13만L 시험 생산을 시작으로 2024년에는 5,500만L, 2026년 이후에는 연간 5억 5천만L까지 생산량 확대에 집중할 방침이다. 포르쉐뿐만 아니라 아우디, 람보르기니를 포함한 폭스바겐 그룹과 토요타, 닛산, 혼다도 합성연료 연구에 힘을 쏟는 만큼 ‘지속 가능한 내연기관’의 현실화를 기대해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