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기관의 희망 합성연료
2026년까지 퇴출 시기 판단 유보
하지만 EU의 전망은 어두워
유럽연합은 2035년부터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내연기관 자동차의 신규 출시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사실상 내연기관 퇴출을 선언한 셈이다. 이에 완성차 업계는 재빨리 전동화 라인업을 구축하는가 하면 내연기관과 전기차의 공존을 위한 타협점을 찾으며 각자 살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특히 포르쉐, 폭스바겐 그룹, 토요타 등에서 기존 화석연료를 대체할 합성연료 관련 연구가 활발하다. 유럽연합은 합성연료와 PHEV에 한해 퇴출 시기를 2026년까지 판단 유보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소식에 의하면 합성연료의 전망이 마냥 밝아 보이지만은 않는다. 유럽연합 교통환경청은 합성연료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글 이정현 에디터
생산부터 연소까지 친환경
전기차보다 낫다는 주장도
우선 합성연료에 대해 간단히 짚어보자. 합성연료는 석유를 정제해 만드는 화석연료와 달리 화학 반응을 통해 제조된 연료다. 합성연료를 만드는 방법이 여러 가지 존재하나 현재 연구가 가장 활발한 합성연료는 E-퓨얼이다. 이는 전기로 물을 분해해서 얻은 그린 수소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결합하는 방식이며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는 태양광, 풍력발전 등 친환경 재생에너지를 활용한다.
이렇게 생산된 E-퓨얼은 연소 후 탄소 배출량을 기존 화석연료보다 최대 90%가량 절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존 내연기관과 전반적인 인프라까지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 혁신적인 대체연료로 손꼽힌다. 정제 과정을 거치면 휘발유나 경유뿐만 아니라 등유를 대체해 선박 등에도 사용할 수 있어 전동화보다 친환경적이라는 주장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에 현대차는 지난 3월 아람코와 함께 합성연료 공동 연구에 착수한 바 있다.
부족한 시장성이 최대 단점
2035년에도 상용화 어려워
환경친화적이고 활용성 높고 다 좋은 E-퓨얼이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다. 바로 대중화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낮은 시장성이다. 현재 E-퓨얼의 생산 단가는 리터당 10달러(약 14,349원)에 달한다. 여기에 운송료, 보관료, 각국 세금을 포함하면 그 비싼 전기차가 선녀로 보일 수준이다.
포르쉐는 이러한 단가 문제를 규모의 경제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유럽연합은 반대 입장이다. 유럽연합 교통환경청이 엑슨모빌, 지멘스 등 합성연료를 제조하는 글로벌 에너지 기업으로부터 데이터를 얻어 분석한 결과 2035년이 되어도 합성연료가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 것이다.
수소 엔진이 현실적일 수도
EV는 완벽한 대안 될 수 없어
정확히는 2035년까지 합성연료의 화석연료 대체 비중은 약 2%에 불과할 전망이다. 현재 유럽에 등록된 자동차가 약 2억 8,700만 대라는 점을 참고하면 그중 500만 대 정도에만 공급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전기차 판매량이 내연기관차 판매량을 추월한다면 합성연료 인프라가 전기차 인프라보다 더욱 위축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E-퓨얼 생산 과정에서 수소를 쓸 바에는 차라리 수소연료전지나 수소엔진이 더 현실적일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아직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전기차를 완벽한 대안이라고 볼 수는 없다. 전기차 외에도 화석연료의 대체재가 필요한 만큼 다양한 연료 선택권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수소엔진과 합성연료가 공존하는 시대가 온다면 어떨까 상상해보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