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두색 번호판 부착 제도
도입 초기와는 다른 양상
더욱 강력한 제재 필요

정부가 지난해 야심차게 도입한 ‘연두색 번호판’ 제도가 시행 1년 만에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고급 수입 법인차에 대한 도덕적 규제를 유도하겠다던 본래 취지는 무색하게, 최근 시장에서는 되레 판매량이 반등하는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규제 대상이 되는 고가 차량은 꼼수와 편법으로 제도를 피하고 있고,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점점 커지는 상황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1~2월 법인 명의로 등록된 1억 원 이상 수입차는 총 5,501대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4,394대) 대비 약 25%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초 연두색 번호판 제도 시행 직후에는 판매량이 급감하며 제도 효과가 나타나는 듯했지만, 불과 1년 만에 반등세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특히 BMW, 벤츠, 람보르기니 등 주요 브랜드의 법인차 판매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기피 줄고 판매 증가
제도 무력화되나
업계에 따르면 고급 법인 차량의 연두색 번호판 기피 현상은 지난해보다 확연히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1억 원 이상 수입차 판매량은 BMW가 31.8% 증가한 2,296대, 벤츠가 15.6% 증가한 1,546대로 나타났다. 람보르기니는 630% 폭등한 73대를 기록하며 반등세를 주도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번호판 색상’ 하나로 억제하겠다는 정부 정책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다. 제도 시행 초기에는 대외 노출을 꺼리는 기업들이 구매를 주저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번호판에 대한 부담감이 희석되고 있는 모습이다. 일부 소비자는 “어차피 남 눈치 안 본다”며 다시 고급 차량 구매에 나서고 있다.
이처럼 제도 효과가 점점 약해지자 업계 안팎에서는 실효성 있는 보완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현행 제도는 차량 외관의 색상만 다를 뿐, 구매 절차나 법인 명의 사용 방식에는 별다른 제한이 없어 실질적 규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다운계약·명의 트럭
빈틈 투성이 정책
연두색 번호판 규제를 피하기 위한 ‘다운 계약’ 등 불법적 편법도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차량가를 8천만 원 이하로 축소 신고한 뒤, 나머지는 현금으로 처리하는 방식이다. 실질적으로는 8천만 원이 넘는 차량임에도, 법적으로는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게 된다.
또한 일부 법인 대표는 개인사업자 명의로 차량을 구매한 뒤, 관련 비용을 법인에서 처리하는 꼼수를 사용하고 있다. 개인 명의 차량은 연두색 번호판 부착 의무가 없다는 점을 악용한 사례다. 덕분에 학교, 골프장, 백화점 등 일상 공간에서도 녹색 번호판의 고급 외제차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한편, 싱가포르 정부는 정반대 방식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 약 7,800만 원을 초과하는 고급차에 대해 등록세를 기존 220%에서 320%로 인상하고, 자금 출처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병행한 결과 롤스로이스, 페라리 등 럭셔리 브랜드의 판매량이 최대 75%까지 줄었다. COE(차량 보유자격 인증서) 제도까지 더해 차량 수를 제한하며 고가 차량 억제에 성공한 것이다. 한국 역시 눈 가리고 아웅식의 ‘색상 규제’가 아닌, 실질적 세제 개편과 자금 흐름 관리 등의 근본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보여주기식 정책이 아닌, 제대로 된 고삐 조절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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