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범죄 저질러도
일반차는 운전 가능
한국 도로 위 사각지대

형사처벌을 받은 운전자가 다시 운전대를 잡는 현실. 특히 택시나 화물차 운전자가 보복 범죄를 저지르고도 일정 기간 이후 운전에 복귀하는 상황은 국민의 불안을 자극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최근 이와 관련된 논란에 대해 “택시·화물차 운전자격을 제한하는 현행법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지만, 현실은 여전히 ‘허점 투성이’다.
헌법재판소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87조와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제23조가 정한 자격 취소 조항에 대해 전원일치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 조항들은 보복 범죄로 금고형 이상의 형을 받은 경우, 택시와 화물차 운전자격을 취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운전, 협박, 폭행 등으로 실형이나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이들이 도로 위에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을 막겠다는 취지다.

택시·화물차 면허는 취소
하지만 일반 운전은 가능
이번 헌법소원의 청구인 A씨는 과거 보복폭행 및 보복협박죄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인물이다. 이 판결 이후 택시운전면허, 개인택시면허, 화물운송자격이 모두 취소되자 A씨는 “처분이 너무 일률적이며, 범행의 맥락이나 운전업무와의 관련성을 따지지 않는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헌재는 “보복 범죄자는 운전 업무에서 배제되어야 한다”는 공익적 판단을 우선시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현행법상 특정 자격은 취소되지만, 일반 차량 운전은 여전히 가능하다. 다시 말해, 보복운전으로 실형을 선고받았더라도 자가용 운전에는 법적 제약이 없는 구조다. 과연 이런 상태에서 ‘도로 위의 공공안전’이 확보될 수 있을지, 강한 의문이 남는 대목이다.
이러한 구조적 허점은 택시·화물 기사라는 특정 직업군만 규제하고, 일반 운전자에 대해선 사실상 무방비라는 점에서 형평성 논란을 불러온다. 실제로 도로 위 보복운전 사고는 택시나 화물차보다 일반 승용차에서 더 자주 발생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제도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면허 취소는 당연한 수순
형량 기준 상향도 고려해야
헌법재판소는 이번 결정에서 “택시나 화물차 운전은 일반 공중과의 접촉이 빈번한 업무로, 공익 보호 차원에서 엄격한 자격 기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심야 운행, 단독 승객 운송, 거주지 방문 등 다양한 위험 요소가 있는 운송업 특성상 보복범죄 전과자는 배제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러한 판단이 과연 충분한지는 별개의 문제다. 실제로 형사처벌을 받았더라도 벌금형이나 집행유예 수준이라면 시간이 지나 운전대 복귀가 가능하다. 강력범죄 이력이 있음에도 ‘사면처럼’ 다시 도로로 나오는 현실은 국민적 불안을 자극하기 충분하다. 특히 최근 급증한 보복운전 사건들을 감안하면 형량 기준 자체를 상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결국 현행법은 운전자격을 취소하는 ‘사후 조치’에만 머물러 있다. 실제 도로 위에서의 위험요소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선, 자격 제한 외에도 일정 기간 면허 자체를 정지하거나 운전 자체를 금지하는 규정이 필요하다. 교통사고는 직업 여부를 가리지 않는다. ‘화물차만 위험한 게 아니다’라는 국민적 불만은 이런 법의 사각지대를 정확히 겨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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