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원 할인은 기본, 이젠 2,000만 원까지 할인해 준다는 수입차도 등장했다. 한 제조사는 차를 구매해서 타다가 내년에 출시되는 신차로 교환해 준다는 조건까지 들고 나온 걸 보면, 요즘 수입차 시장 프로모션은 전쟁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연말인 12월이 되면 거의 모든 수입차 제조사들이 앞다투어 파격적인 프로모션으로 소비자들을 집중 공략한다. 이는 판매량이 높은 벤츠나 BMW도 마찬가지인데, 대체 왜 연말만 되면 수입차 제조사들은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걸까?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수입차 프로모션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박준영 에디터

BMW 액티브 투어러 1,375만 원
아우디 A6 875만 원
파격적인 수입차 할인
매년 12월이 되면 수입차 제조사들은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이 파격적인 프로모션 조건을 내걸고 차를 판매한다. 경제가 어렵다는 올해도 수입차 제조사들은 저마다 최소 10% 이상의 파격적인 할인을 자랑하는 프로모션을 펼치며 고객들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눈에 띄는 프로모션을 살펴보면 BMW 액티브 투어러는 무려 1,375만 원이 할인되어 할인율이 30%에 달한다. 신차가격 4,540만 원짜리 액티브 투어러를 할인받으면 3,165만 원에 출고할 수 있어 쏘나타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것이다. 아우디 A6 역시 875만 원을 할인해 주며, 랜드로버 디스커버리는 1,620만 원이라는 파격적인 할인 금액을 자랑한다. BMW 7시리즈는 무려 2,250만 원이니 할인 금액으로 아반떼 풀옵션 한 대를 살 수 있다.

“벤츠는 프로모션이 없다”
라는 것도 옛말이다
“벤츠는 잘 팔려서 프로모션이 없다”라는 것도 옛말이다. 국내에서 매우 다양한 모델들을 판매하는 벤츠 역시 일부 모델들엔 프로모션이 제공된다. 특히 눈여겨볼 점은 신차인 E클래스에도 할인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12월 할인 조건을 살펴보면 기본 모델인 E250 아방가르드는 자사의 금융 상품을 사용할 시 335만 원을 할인해 주고, E220d 4Matic은 358만 원을 할인해 준다.

연말 재고할인, 무이자 할부
정도를 제공하는 국산차와는
차원이 다른 수준이다
일반적으론 현금 할인을 해줘 봤자 2~3%에 불과하며, 100만 원 상당의 소모품 지원 또는 무이자 할부 혜택, 재고 할인 정도를 제공하는 것이 전부인 국산차와는 차원이 다른 수준의 할인이다.

실제로 국산차 브랜드들의 12월 할인 조건을 살펴보면, 실질적으로 500만 원 이상을 할인받을 수 있는 차는 모델 체인지를 앞둔 악성 재고가 아닌 이상 찾아보기 어렵다. 국산차에서 1,000만 원 할인 같은 건 꿈에서나 들을 수 있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한해 실적이 마감되는 12월
딜러사들은 목표치를 채워야 한다
수입차 제조사들은 왜 유독 12월이 되면 파격적인 할인 정책을 내놓는 걸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먼저 국내 수입차 시장이 어떤 식으로 구성되어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벤츠를 예로 들면 벤츠 코리아가 존재하고, 그 아래 다양한 딜러사들이 존재한다.

각 딜러들은 매년 초에 월별 목표 판매치를 설정한다. 그러나 이것은 대중치일 뿐, 매월 입항 물량이나 여러 사정에 의해 보통 매월 초 새롭게 목표치를 수정하게 된다. 이번 달에 못 판 물량은 보통 다음 달로 이월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이것을 결국 연말까지 끌고 가다 보면 악성 재고가 되는 것이다.

딜러사별로 목표치를
채우지 못한 차에
큰 할인이 적용된다
그래서 딜러사들은 보통 한 해를 마감 짓는 12월에 그간 안 팔린 재고차들의 판매 목표치를 채우기 위해 큰 할인을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 BMW 액티브 투어러가 30%에 가까운 할인을 제공하는 것이 이런 이유다. 또한, 같은 브랜드더라도 딜러사별로 차종별 목표치가 다르기 때문에 남아있는 재고차 물량도 다를 수밖에 없다.

같은 벤츠, BMW이지만 딜러사별로 프로모션 금액이 차이 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들이 할인을 크게 해줄 수 있는 차는 대부분 빨리 팔아치워야 하는 자동차인 것이다.

연식 변경을 감안한 재고 처리보단
목표치를 위한 재고 처리다
일반적인 소비자들은 연말이 되면 높은 할인을 제공하는 수입차들을 보며 “내년 되면 연식변경이 되니 올해 물량 재고 처리를 하는 것이다”라고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먼저 연식 변경 때문에 재고 처리를 하는 것은 아니다.

예외는 존재하지만 대부분 수입차들은 9~10월경에 연식변경이 완료되며, 연말엔 연식 변경이 아닌 목표 판매치를 달성하기 위한 재고 처리 명목으로 할인을 하는 것이다. 딜러사는 어떻게든 올해 안에 차를 팔아야 하므로 어느 정도 손해를 감안하면서까지 높은 금액의 프로모션을 제공한다. 할인율이 커질수록 딜러사의 마진은 당연히 낮아진다.

차를 팔아서 목표치를 달성할 시
코리아 본사에서
수익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면, 딜러사들이 목매어서 목표치를 채우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남은 재고는 내년에 판매해도 되는데 꼭 목표치를 채워야 하는 이유는 코리아급 본사로부터 받게 되는 수익금 때문이다. 대부분의 수입차 딜러들은 코리아급 본사로부터 할당받은 물량들을 모두 판매하여 목표를 채울 시. 이에 따른 수익금을 배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차를 판매하는 만큼 딜러사도 본사에서 돈을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목표치를 채우려고 하는 것이다. 연말까지 목표치를 채우지 못한다면, 다른 딜러사와 비교가 될 수 있으며, 일부 제조사는 내년에 할당받을 수 있는 주력 차종 물량에 불이익이 생길 수도 있다.

프로모션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목표 충당으로 받는 금액이 훨씬 큰 편
그러면 “차를 많이 팔아서 코리아로부터 수익금을 배분 받더라도, 프로모션을 너무 크게 해버리면 딜러사 입장에서는 손해가 아니냐?”라고 물을 수도 있는데, 프로모션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딜러사는 목표 충당으로 받는 금액이 훨씬 큰 편이다.

역으로 생각해 보면, 차를 팔면서도 남는 게 없다면 굳이 힘을 들여 판매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물론 최악의 상황에 급하게 차를 팔아야 한다면 어느 정도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때는 있지만, 수익금 뿐만 아니라 각 딜러사의 실적에 반영되는 것이기 때문에 딜러사들은 목표 판매치를 채울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수입차 제조사들의 선등록이
빈번한 이유 역시 목표 실적 때문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으며, 지금도 성행하고 있는 수입차 제조사들의 선등록이 빈번한 이유 역시 이러한 수입차 시장의 구조 때문이다. 딜러사들은 매월 목표 실적에 목 매여야 하며, 상황에 따라서는 아직 출고되지 않은 차를 먼저 등록시켜놓고 이를 고객들에게 판매하는 행위가 성행하고 있다.

선등록으로 차를 구매하는 고객들은 아직 차가 나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돈을 먼저 지불하고 번호판까지 등록하는 행위를 말한다. 딜러사들은 해당 월 판매 목표치를 채워야 하기 때문에 아직 고객에게 인도가 되지 않은 차를 판매 완료된 것으로 처리해 놓는 것이다.

연말 파격 프로모션으로
주목받은 제조사와
연말임에도 조용한 제조사
많은 수입차 제조사들이 연말 파격 프로모션 대열에 합류했지만, 유독 프로모션이 집중되어 주목받는 제조사들도 존재한다. 특히 아우디는 유독 프로모션이 언급될 때마다 빠지지 않는 제조사인데, 수입차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아우디는 국내로 들여올 때의 마진율이 타사 대비 높은 편이라고 한다.

아우디 코리아 역시 물량공세를 이어가며 많이 판매하도록 판매를 촉진시키는 구조이기 때문에 딜러사들은 파격적인 할인으로 차를 팔 수 있는 것이다. 무조건 많이 팔아야 그만큼 돈을 벌 수 있는 것은 다른 제조사들과 동일한 구조다.

그러나 연말임에도 프로모션에 별다른 변화가 없는 제조사도 존재한다. 볼보가 대표적인데 볼보는 애초에 코리아 차원에서 판매할 수 있는 재고를 정해놓은 구조다. 따라서 딜러사들끼리 경쟁이 붙을 필요가 없다.

오히려 볼보는 물량이 많이 안 들어와서 난리인 제조사다. 대부분 대기는 기본 6개월, 오래 걸리면 1년 이상인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에 이런 차에 프로모션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딜러사들은 물량이 들어오는 대로 정가에 팔면 되는 깔끔한 시스템이다. 그래서 자동차 딜러 업계에선 볼보를 부러워한다는 후문도 전해졌다. “수입차는 저렇게 할인을 많이 해주면 남는 게 있을까?”라는 궁금증을 가졌던 분들의 갈증이 해소되었길 바란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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