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보배드림)

“자본주의 사회에선 돈이 최고야”라는 말. 돈이 모든 걸 해결해 줄 순 없지만, 적어도 자본주의 사회에선 돈이 삶의 질 개선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걸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각자 다양한 방법으로 돈을 벌어 부자가 된 그들. 누군가는 부동산에 관심이 많아 집, 건물을 사고 또 다른 누군가는 자동차를 좋아해 고가의 슈퍼카나 럭셔리카를 구매하기도 한다.

오늘은 고가 수입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요즘 강남에선 흔하게 보일 정도라는 슈퍼카들, 이들 중 90%는 개인이 아닌 법인 명의로 등록된 자동차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많은 네티즌들은 분노를 표출하고 있었다.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대한민국 부자들이 구매하는 슈퍼카의 현실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박준영 에디터

(사진=보배드림)

적어도 강남에선
정말 흔하게 볼 수 있는
슈퍼카, 럭셔리카
요즘 서울 강남에선 일반인들이 꿈도 꾸기 힘든 슈퍼카들을 매우 흔하게 구경할 수 있다. 특히 슈퍼카의 성지라고 불리는 도산 대로에선 5분 동안 지나가는 페라리, 람보르기니, 포르쉐만 수십 대에 이를 정도다. 차를 좋아하는 학생들은 도산 대로를 지나가는 슈퍼카들을 DSLR로 촬영하기도 한다.

가장 저렴한 모델들이 2억, 3억 원을 호가하는 이런 슈퍼카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보니 “대한민국에 부자가 정말 많구나”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특히 신차 가격 기준 6억 원 이상을 호가하는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같은 초고가 슈퍼카들도 꽤나 자주 포착된다. 슈퍼카뿐만 아니라 벤틀리, 롤스로이스 같은 호화 럭셔리카들 역시 쉽게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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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이상 초고가 슈퍼카
대부분은 개인 아닌 법인 명의
그런데 이렇게 자주 보인다는 1억 이상 초고가 슈퍼카들의 대부분은 개인이 아닌 회사 명의로 구매한 법인차다. 가격대를 높여 4억 원 이상 최고급 슈퍼카들 중 법인 소유는 87%에 달해 사실상 도로에서 볼 수 있는 슈퍼카의 대부분은 법인차라고 보면 된다.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람보르기니를 살펴보면 법인차로 출고된 비율이 90%를 넘었으며, 초고가 슈퍼카인 아벤타도르와 우라칸은 모두 법인차로 출고됐다. 럭셔리카의 끝판왕이라는 롤스로이스는 상반기 42대중 39대인 93%가, 벤틀리는 63대중 53 대 84%가 법인차로 출고됐다. 벤츠나 BMW 같은 럭셔리 브랜드 자동차들 역시 가격대가 1억 원 이상으로 올라갈수록 법인 명의 비중이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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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억 9,000만 원짜리
부가티 베이론 역시
법인 명의로 등록되어 있다
법인 명의로 등록된 초고가 슈퍼카들 리스트를 살펴보면 억 소리 나는 자동차들이 많다. 이들 중 최고가를 기록한 자동차는 부가티 베이론으로 취득가격만 무려 25억 9,000만 원에 달한다.

그다음은 한정판 페라리가 17억, 16억 4,000만 원으로 등록됐으며, 벤츠 SLS AMG 블랙 시리즈가 12억 원, 애스턴마틴 뱅퀴시 자가토 볼란테가 11억 5,000만 원, 포르쉐 918 스파이더가 10억 9,000만 원으로 등록됐다. 대부분의 초고가 자동차들은 법인 명의로 등록되어 있는 것이다.

초고가 슈퍼카
10대 중 9대는 리스차
그들이 리스를 사용하는 이유
그들이 개인명의가 아닌 회사차로 슈퍼카, 럭셔리카들을 구매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동차 리스란 리스 제도를 운용하는 캐피탈같은 금융회사가 차를 대신 구매하여 대여해 주는 것이다. 따라서 차량 명의는 리스사 소유로 잡히며, 이를 이용하는 소비자는 매월 일정한 월 납입금을 지불하고 계약한 기간 동안 차를 사용한다.

사업자들이 리스제도를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절세 혜택이다. 법인차 구매 비용을 포함한 연간 운행 비용을 모두 비용처리하게 되면 꽤나 큰 금액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 명의로 구매하면 받을 수 없는 혜택을 법인으로 출고하면 받을 수 있으니 소비자 입장에선 어떻게 보면 개인 명의로 차를 구매할 이유가 없다.

차는 리스회사 명의이기 때문에
재산으로 잡히지도 않아
리스 명의로 구매한 자동차는 재산으로 잡히지 않는다는 장점도 존재한다. 만약 5억 이상 고가의 슈퍼카를 개인 명의로 구매한다면 이는 곧바로 재산으로 인정되며, 이에 따른 재산세가 증가하게 된다. 이것 때문에 부자들이 세금 납부를 회피할 목적으로 고가의 자동차들을 개인 명의로 구매하지 않고, 법인으로 출고한다는 논란이 생기는 것이다.

아무리 돈이 많은 부자라 할지라도, 명의에 따라 연간 천만 원이 넘는 금액을 아낄 수 있다는데 이에 혹하지 않을 소비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리스차는 번호판도 일반차와 동일하기 때문에 이 차가 개인소유인지, 리스사 소유인지 조회해보기 전에는 알 수가 없다.

법 개정에도 여전한 절세효과
실제로 얼마나 절약할 수 있길래?
앞서 언급했듯이 사업자들이 리스제도를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절세 혜택이다. 대체 얼마나 아낄 수 있길래 고가의 슈퍼카를 법인 명의로 구매하는 걸까? 2019년 세법 개정을 통해 2020년부터는 업무용 승용차의 손금 인정 한도가 운행 일지가 없는 기준으로 1,500만 원 한도를 제공한다. 1,500만 원을 넘어서는 미기록 비용에 대해선 50%만 인정해 준다.

그러나 업무 용도로 사용한 운행 일지를 철저하게 기록했다면 모든 비용을 인정받을 수 있다. 국세청에서 제공하는 업무 승용차 운행 기록부 양식을 살펴보면 주행 전 계기판 거리, 주행 후 계기판 거리, 주행거리 등을 꼼꼼하게 기록해야 한다. 리스비와 감가상각비는 연간 800만 원까지 인정된다. 결국 연간 천만 원 이상을 절세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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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차는 엄연한
‘업무용 자동차’여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시작되는데 법인 명의로 슈퍼카를 구매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는 이유다. 법인차는 엄연한 업무용 자동차여야 한다. 그러나 슈퍼카를 업무용 자동차로 사용한다는 사실은 현실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슈퍼카를 업무용으로 사용해야 하는 직종이 존재할까?

이렇다 보니 “개인 용도로 사용할 슈퍼카를 법인 명의로 구매하여 탈세를 하는 것”이라는 논란이 생기는 것이다. 과연 길거리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수많은 고가의 법인차들이 모두 업무용으로 정직하게 사용되고 있을까?

유명무실한 운행 일지
법인차는 탈세의 장
오래전부터 법인차의 사적 사용은 논란이 되어왔다. 국세청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운행 일지를 적어야 하는 등의 제도를 마련했지만 큰 효과가 없는 상황이다. 결국 법인차는 탈세의 장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법인차 구매 비용을 제한해라”, “5억짜리 차가 사치용이지 어떻게 업무용이냐”, “국산차로도 모든 업무 볼 수 있으니 법인차는 국산차만 구매할 수 있게 제한해라”라는 말들이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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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도 사적 이용”
해외 국가들은 엄격한 리스 규정으로
편법 탈세를 막고 있다
해외로 눈을 돌려보면 법인차의 사적 사용을 막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마련해 놓았다. 미국은 법인차가 손비처리할 수 있는 운행거리를 제한한다. 특히 출퇴근 차량으로 이용하는 자동차는 법인차로 등록조차 할 수 없게 만들어 놓았다. 또한 차값이 2,000만 원을 넘어서면 세금 공제 혜택을 차등 적용하여 규제하는 제도도 마련했다.

캐나다는 리스차 손비처리 한도를 연간 800만 원 규모로 제한했다. 일본 역시 손비처리 비용을 3,000만 원으로 제한해 두었다. 편법 탈세를 막기 위해선 철저하게 운행 목적을 확인해야 하며, 손비처리 비용을 현실적으로 제한해두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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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보르기니가 무슨 업무용이냐”
“법인차 전용 번호판 도입해야”
법인차 오남용을 지적하는 네티즌들
꾸준히 계속되는 법인차의 사적 이용 논란에 많은 네티즌들은 “슈퍼카가 무슨 업무용이냐”, “잘 사는 건 알겠는데 떳떳하게 내 돈 내산 하면 아무도 뭐라고 안 한다”, “이럴 거면 법인차 전용 번호판을 도입해라”, “대한민국 법인차는 부자들 탈세의 장이다”, “개인 용도로 쓰면 횡령이다”, “법인차를 왜 가족들이 타고 있냐”라는 반응들을 이어갔다.

이들은 하나같이 법인차의 용도를 지적하고 있었다. 몇 억 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수입차들이 법인차 원래의 용도로 운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법인차 오남용은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고 있는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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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아파서 그런다”
“법인차로 슈퍼카 굴리는 것도 능력”
큰 문제가 없다는 의견들도 다수 존재했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배 아파서 그러는 거다”, “법인차로 세금 내면서 슈퍼카 굴리는 것도 능력이다”, “그만큼 법인세 많이 내고 일부 경비 처리하는 게 뭐가 문제냐”, “돈 있으면 사회악이냐”, “배 아프면 당신들도 법인 만들어서 돈 벌고 차 사라”, “소비를 막는 게 이 나라의 법이냐”라는 반응들도 이어진다.

개인이건 법인이건 어쨌든 고가의 자동차를 구매하게 되면 결국 많은 세금을 내야하고, 이를 통한 일정한 금액을 비용처리 받는 건 크게 문제 될 게 없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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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법인 차량의 사적 이용
목적에 맞게 운용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이런 논란이 생기는 이유는 간단하다. 근본적인 문제는 법인 차량의 사적 이용이다. 5억 원을 호가하는 페라리, 람보르기니일지라도 법인차의 용도에만 잘 맞게, 그리고 탈세 없이 잘 타고 다닌다면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

법인차는 ‘세제 혜택을 잘 활용하는 현명한 행동’이 되어야지 ‘조세 회피를 위한 비겁한 행동’이 되어선 안된다. 법인차의 구매 금액이나 절세 혜택보단, 실제 목적에 제대로 맞게 운용되고 있는지를 착실하게 감사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우선이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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