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이미 20년 전 벤츠 S클래스를 넘어서는 사양을 갖추고 있었다고 하면 믿을 수 있는가? 대다수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일 것이지만 이는 명백한 사실이다. 벤츠는 2021년형 S클래스에 이 사양을 추가하여 엄청난 신기술임을 홍보하고 있지만, 현대차는 이미 20년 전에 출시한 자동차에 해당 사양을 탑재하고 있었다.

“세계 최고의 럭셔리 세단”이라는 평을 듣는 S클래스에도 여태 장착되지 않았던 현대차의 놀라운 기술은 무엇일까? 오늘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는 약 20년 전 출시된 현대자동차에 탑재된 놀라운 사양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박준영 에디터

플래그십 세단의
교과서 다운 면모
신형 S클래스의 저력
언제나 글로벌 플래그십 세단 시장의 업계 표준은 메르세데스 벤츠 S클래스였다. 수많은 제조사들이 S클래스를 벤치마킹하며 타도 S클래스를 외쳤으나, 벤츠는 매번 굳건히 왕의 자리를 지켜왔다. 대표적인 라이벌은 BMW 7시리즈가 있는데 판매량으로 살펴보면 7시리즈는 S클래스의 적수가 되질 못하고 있다.

작년 9월 벤츠는 10세대로 변화한 신형 S클래스를 공개했다. 출시 전 유출된 내, 외관 사진을 확인한 네티즌들은 “이번 S클래스는 망했다”, “역대급으로 못생긴 디자인이다”, “아무리 S클래스라도 이건 못 봐주겠다”라며 혹평을 쏟아냈으나 출시 이후엔 이런 말들이 거짓말처럼 싹 사라졌다.

디자인 호불호마저
무색하게 만든
신형 S클래스의 놀라운 사양들
신형 S클래스의 사양이 워낙 압도적이었기 때문이다. 벤츠는 기존 9세대보다 한층 더 진보한 에어매틱 서스펜션을 탑재함은 물론, 두 개의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는데 한층 커진 HUD는 증강현실 콘텐츠를 지원한다.

스스로 운전자 패턴 학습이 가능한 진보한 2세대 MBUX 시스템도 탑재했다. 에너자이징 컴포트 컨트롤은 마사지 기능을 포함하고 있으며, 부메스터 4D 서라운드 사운드, 공명 투과 등의 기술이 통합됐다. 모두를 놀라게 만들었던 리어 액슬 스티어링 역시 벤츠 최초로 탑재됐다. 그 어느 양산차와 비교해 보아도 후륜이 저렇게 많이 꺾이는 자동차는 여태 찾아보기 어려웠다.

“세계 최초로 적용했다”라며
열심히 홍보 중인
뒷좌석 승객 에어백
그중 눈에 띄었던 것은 안전사양이다. 전자식 서스펜션을 기반으로 개발된 ‘프리 세이프 임펄스 사이드’기능도 눈여겨볼 만하지만, 세계 최초로 적용되었다며 홍보하고 있는 뒷좌석 에어백을 눈여겨보자. 메르세데스 벤츠는 세계 최초로 뒷좌석 에어백이 앞좌석의 뒷면에 내장됐다고 홍보하고 있다.

튜브형 구조제를 이용한 S클래스의 뒷좌석 에어백은 전방 충돌 시 안전벨트를 착용한 탑승자 머리와 목에 가해지는 충격을 흡수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고 한다. 프리 세이프 임펄스 사이드 기능은 측면 충돌이 예상될 경우, 차체를 최대 80mm까지 들어 올려 충격에너지를 흡수하는 기능이다.

뒷좌석 에어백은 전 세계 많은 네티즌들이 주목했다. 국내 네티즌들 역시 “외관 디자인은 좀 그렇지만 그래도 역시 벤츠는 벤츠다”, “차는 안전한 게 최고다”, “뒷좌석에 에어백을 넣을 생각을 하다니 기발하다”, “역시 아무리 욕해도 결국엔 벤츠가 최고”라며 뒷좌석 에어백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참고로 뒷좌석 에어백이 위치하는 곳은 1열 시트의 등받이 부분이다. 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듯이 차량 전방에 큰 충돌이 가해지면 1열 시트 등받이 부분 에어백이 있는 곳이 열리며 순식간에 부풀어 오르는 식으로 전개된다.

90년대를 휩쓴
회장님들의 애마
현대 다이너스티
그런데 S클래스가 세계 최초로 적용했다는 뒷좌석 에어백을 무려 20년 앞서 적용한 자동차가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 주인공이 다름 아닌 현대차가 생산한 자동차였기에 더욱 놀랍다. S클래스보다 약 20년 앞서 뒷좌석 에어백을 적용한 자동차는 다이너스티다.

1996년에 출시된 현대 다이너스티는 2세대 그랜저를 더욱 고급화하여 출시한 당시 현대자동차의 플래그십 세단이다. 지금 출시되는 대형 세단들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 첨단 사양들을 탑재하고 있는 고급차였다.

다이너스티 리무진에는
2열 승객 에어백이 존재했다
한 시대를 풍미한 명차. 다이너스티 중에서도 더욱 특별히 주문 제작 방식으로 생산된 다이너스티 리무진은 3.5 버전을 베이스로 뒷좌석 길이를 15cm 늘린 롱 휠베이스 모델이었다. 당시 국산 대형차로썬 보기 드문 리무진 모델이었다. 이후 출시된 에쿠스에서도 리무진 모델의 역사가 이어진다.

소량 주문생산 방식으로 판매가 이뤄졌던 차량인 만큼 다이너스티 리무진은 뒷 문짝을 신품으로 구매할 수 없어 사고가 나면 문짝을 어떻게 해서든 판금하여 사용하거나 폐차장을 수소문해야 하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존재한다.

현대차가 94년부터 3년간
50억 원을 투자해
독자 개발한 에어백이다
현대차는 이 다이너스티 리무진 모델에 뒷좌석 에어백을 적용했었다. 국내 최초로 적용됐던 다이너스티 리무진의 후석 에어백은 2021년 신형 S클래스에 적용된 것과 마찬가지로, 1열 시트의 등받이 부분에 장착되어 있는 모습이다. 당시 후석 전용 에어백뿐만 아니라 후석 전용 사이드 에어백도 국내 최초로 장착됐었다.

당시 현대차는 94년부터 뒷좌석 에어백 및 승객 감지 에어백 시스템 개발에 착수해 3년간 총 50억 원을 투자하여 개발을 진행했다. 현대차가 개발한 2열 에어백은 100L 용량으로 차량 충돌 시 뒷좌석 승객의 피해를 60~80% 줄여준다고 발표했었다.

다이너스티보다 앞서
세계 최초로 2열 에어백을 탑재한
닛산 프레지던트도 존재한다
그러나, 현대 다이너스티도 2열 에어백을 적용한 세계 최초의 자동차는 아니다. 다이너스티보다 먼저 2열 에어백을 적용한 자동차는 다름 아닌 1992년형 닛산 프레지던트다. 많은 자료가 남아있진 않지만 닛산의 고급 대형 세단이었던 92년형 프레지던트는 선택사양으로 2열 승객 에어백을 장착할 수 있었다.

그러나 프레지던트와 다이너스티 모두 후속 모델에선 더 이상 2열 후석 승객 에어백을 찾아볼 수 없었는데, 다이너스티의 2열 후석 승객 에어백은 사고 발생기 후석 에어백 전개 충격으로 인해 조수석 승객이 반동을 받을 수 있음과 동시에, 레그룸이 넓은 리무진 모델 특성상 2열 승객이 에어백의 보호를 충분히 받을 수 없다는 단점 때문이었다.

약 20년이 흐른 지금도
명차로 종종 언급된다
이외에도 현대 다이너스티에는 지금 판매되는 제네시스의 플래그십 세단 G90에서도 볼 수 없는 전자제어 방식의 ECS 에어 서스펜션이 탑재되어 있었으며, 맥퍼슨 스트럿이 아닌 더블 위시본 방식으로 설계한 전륜 서스펜션도 더해졌다. 거기에 1세대 그랜저를 연상시키는 각진 디자인과 고급스러운 투톤 컬러 등 당시 고연령층이 좋아할 만한 다양한 요소들을 갖추고 있어 꾸준한 인기를 누렸다.

때문에 각종 정계 인사나 조폭들도 다이너스티를 애용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지금으로 치자면 회장님들의 자동차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주영 회장이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까지 타고 다녔던 자동차가 바로 다이너스티였다. 구름을 떠다니는 승차감을 자랑했던 현대차의 고급 세단, 20년이 지난 지금도 명차라는 타이틀을 붙여줄 만한 다이너스티를 기억하며 글을 마쳐본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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