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OECD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평균임금은 한화로 약 4,787만 원으로 OECD 중위권에 속한다. 퇴직금은 근로자 퇴직급여보장 법에 의거해 계속근로기간 1년에 대하여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으로 계산하니, 그간 지급받아온 수준의 월급이 퇴직금이 되겠다. 그렇다면 여기서 궁금증이 생긴다. 대기업의 수장은 어느 정도의 연봉과 퇴직금을 받게 될까? 아마 대다수 일반인은 쉽게 상상도 할 수 없는 큰 숫자들의 향연이 이뤄질 것이다.

그런데 최근 그 구체적인 수치가 공개돼 화제다. 현대차의 정몽구 명예회장과 정의선 회장의 연봉이 밝혀지자 네티즌 사이에선 큰바람이 일고 있다. 단지 부러움 혹은 질투에 입각한 반응이 아니다. 심지어 일각에선 “직원들 임금은 그렇게 만들어 놓고?”라며 비판적인 의견을 더하기도 했다. 왜 이런 반응이 나오게 된 것일까? 오늘 오토포스트 비하인드 뉴스는 현대차 임원의 임금과 이에 대한 네티즌의 반응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정지현 에디터

(사진=ECONOMY Chosun)

퇴직금은 수백억 원대
연봉은 수십억 원대
먼저 정몽구 명예회장의 연봉을 살펴보자. 현대차와 현대모비스가 각각 공시한 2020년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정몽구 명예회장은 현대차에서 22억 7,700만 원, 현대모비스에서 17억 3,400만 원 등 총 40억 1,100만 원의 급여를 받았다. 여기에 작년 10월 명예회장으로 추대되면서 현대차에서 근속연수 47년을 반영해 받게 된 퇴직소득 527억 3,800만 원을 포함하면 총 567억 4,900만 원을 받은 셈이다.

작년 10월, 정몽구 명예회장은 아들 정의선 회장에게 회장직을 물려주고 명예회장으로 역할을 전환한 바 있다. 정 명예회장은 오는 3월 24일에 현대모비스 주주총회에서 임기 1년을 남긴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며 그룹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뗀다는 소식이다.

(사진=연합뉴스)

현대차의 현 수장인
정의선 회장의 연봉은?
현직 회장인 정의선 회장의 연봉은 어떨까? 정의선 회장은 현대차에서 급여 30억 6,200만 원과 상여 9억 4,600만 원 등 40억 800만 원을 받았다. 현대모비스에서는 급여 13억 4,500만 원과 상여 6억 2,700만 원 등 19억 7,200만 원을 받아 계열사에서 총 59억 8,000만 원을 수령했다.

이는 2019년에 현대차에서 34억 200만 원, 현대모비스에서 17억 8,700만 원 등 모두 51억 8,900만 원을 받은 것과 비교하면 15.2%나 늘어난 수치다. 이에 대해 현대차 측은 “정의선 회장이 작년 말 그룹 회장으로 취임하며 역할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현대차의 중요 임원들
연봉은 어느 정도일까?
이 외에는 알버트 비어만 연구개발본부장이 22억 7,500만 원으로 가장 많은 임금을 수령했다. 이어 윤여철 부회장이 17억 7,700만 원, 이상엽 현대 디자인 담당 전무가 12억 6,800만 원을 받아 상위 5위에 올랐다.

현대모비스에서는 박정국 대표이사가 14억 4,000만 원을 받았고, 오세곤 전무가 12억 9,500만 원을 수령했다. 그리고 뒤이어 강윤식 전무가 8억 9,900만 원을 받으며 상위 5명에 이름을 올렸다.

큰 책임감이 따르는 중요 직책을 맡는 사람에게 그에 맞는 연봉을 주는 것이 문제가 될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소비자 사이에선 예상치 못한 반응이 포착돼 화제다. “근로자의 임금은 동결시키고 어째서 오너의 임금은 15%나 인상됐냐”라는 의견이 제시된 것이다.

(사진=뉴스토마토)

과반수 이상의 찬성으로
근로자 임금은 동결
앞서 지난 2020년, 현대차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1년 만에 근로자 임금을 동결한 바 있다. 현대차 노조에 따르면, 임금협상 잠정합의안 수용 여부를 묻는 조합원 찬반 투표를 실시한 결과, 투표자 대비 52.8%의 찬성으로 본 합의안이 가결됐다.

찬반투표에는 전체 조합원 4만 9,598명 가운데 4만 4,460명이 참여했다. 잠정합의안은 기본급 동결과 성과급 150%, 코로나 위기 극복 격려금 120만 원, 우리사주 10주,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전통시장 상품권 20만 원 지급 등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사진=중앙일보)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서
11년 만에 동결된 임금
이번 가결로 노사는 11년 만에 임금을 동결하게 됐고, 2년 연속 무파업으로 완전 타결을 끌어냈다. 현대차 임금동결은 1998년 외환위기, 2009년 세계 금융위기에 이어 이번이 역대 세 번째다.

근로자가 임금동결에 합의한 것이 사뭇 이례적으로 보인다. 뭇 전문가는 이를 코로나19에 의한 사회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사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로 분석한다. 특히 노조가 급변하는 산업 환경 변화 속 임금 인상 비판 여론과 고용안정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로 노조는 합의가 이뤄진 본 교섭 전부터 소식지 등을 통해 임금 인상보다 고용 안정에 집중할 것을 직간접적으로 표현한 바 있다.

“직원들 임금은 뒤로 가는데”
“차 값은 국민이 부담하고…”
그렇다면, 현대차 오너의 연봉이 밝혀진 후 네티즌의 반응은 어땠을까? 일각에선 ”세상 정말 불공평하다는 걸 새삼스럽게 깨닫는다“라며 부의 대물림에 대해 지적하는 소비자가 존재했다. 더하여, “직원들은 임금동결, 회장은 15% 인상이네”, “직원들 임금은 뒤로 가는데 15% 인상? 재벌 개혁이 이래서 필요하다”라며 앞서 언급한 문제를 꼬집는 의견도 다수 발견됐다.

여기에 “비싼 차 값은 국민들이 부담하고 현대차그룹 임원들 임금만 올라가는구나”, “차 값 좀 내렸으면 좋겠다”라며 연일 치솟는 국산차 가격이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존재했다. 일각에선 “엔진을 그렇게 만들어 놓고 연봉을 그렇게 받아 가냐”라며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소비자도 찾아볼 수 있었다.

한국 경제 성장의 상징
‘재벌’을 향한 비난
항간에선 ‘재벌’을 한국 경제 성장을 상징하는 핵심 키워드라고 말한다. 여기서 재벌은 거대 자본을 가진 경영진이 가족·친척 등을 주축으로 이룬 혈연적 기업체를 의미한다. 역사적으로 1997년 IMF 외환위기 전까지 재벌에 대한 비판은 정부의 특혜를 받아 성공해 역량이 부족한 ‘우물 안 개구리’라는 점에 초점이 맞춰줬다.

그러나 현대자동차그룹 같은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크게 성공하면서 이런 비판은 점차 사라졌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자 이후 이들을 향한 비난의 초점은 지배 구조로 바뀌었다. 다시 말해, 대기업 오너 가문이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소위 ‘황제 경영’을 한다는 비난이 주를 이룬 것이다.

(사진=청년일보)

뿌리 깊은 혈연주의의 결과
이를 보는 시선은 따갑다
기업인들은 본능적으로 “내가 사업을 잘해서 자식에게 물려주겠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일부 인류학자들은 이 견해를 “한국의 뿌리 깊은 혈연주의가 기업 승계 작업에 반영돼 있다”라고 설명한다. 굳건한 이데올로기가 자리 잡고 있으니, 가족 기업이 크게 성공해서 글로벌 기업이 된다고 해도 근본적인 형태는 쉽게 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겠다.

앞서 살펴봤듯이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부의 집중’과 ‘대물림’ 등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면서 관련된 논란은 끊이지 않는 추세다. 이는 정몽구 명예 회장과 정의선 회장 그리고 주요 임원들의 연봉이 공개된 현시점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오토포스트 비하인드 뉴스였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