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를 지키기 위한 조합이
어느 순간 협상의 수단이 되었다
어두웠던 대한민국 노동자들의 앞길을 제 한 몸 불태워 밝혀주었던 노동 운동가 전태일을 기억하는가? 당대의 노동자들은 노동자로서 보장받아야 할 마땅한 권리조차 장담할 수 없었다. 이에 그는 노동자들의 대우를 개선하고자 자신의 한 몸을 희생하여 미성숙했던 사회에 경각심을 일깨워 주었다.

노동자로서 받아야 할 마땅한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게, 더욱이 전태일 열사와 같은 안타까운 사태가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 존재하는 기구가 노동조합일 것이다. 그렇지만 오늘날 시민들이 노조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권리를 보호받기 위해 존재하던 조합이 어느샌가 기업을 쥐고 흔드는, 갑의 위치에 있다는 의견과 함께 이를 바라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 빈번하다. 최근 르노삼성 근로자들의 결단에 이젠 시민들이 노조라면 치를 떠는 상황에 이르렀다. 무슨 사태가 있었는지 지금부터 살펴보도록 하겠다.

김성수 인턴

(사진=현대차노조)

품질 관리에 매달려도
모자랄 시간에…
아이오닉5의 호평과 함께 현대차의 사전계약 대수를 갱신하는 호재가 찾아왔다. 그러나 실상 내부를 들여다보면 그렇지가 않다. 지금부터 박차를 가해야 할 아이오닉5 생산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현대자동차가 한창 바쁘게 움직여야 할 이 시기에 여지없이 노조와의 마찰이 발생했다. 서둘러 물량 확보에 박차를 가해야 함에도 노사 간의 거리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일반적인 내연기관차보다 조립 과정이 줄어 노동력, 이른바 ‘맨아워’가 줄어들게 되면서 근로 시간 감소의 손해가 불가피하게 되는 점을 들며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한다. 더욱이 물량 공급을 늘리기 위한 생산 라인 확대에도 특근 및 야근 시간 감소의 이유로 노조는 동의하지 않는 상황이다.

(사진=오토타임즈)

지금 이럴 시간 없을 텐데?
벼랑 끝 위기에도 옥신각신
쌍용자동차 노조는 아마 노조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사례로 꼽을 만큼 큰 사태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2009년, 쌍용자동차 노조는 사 측의 구조조정에 맞서 공장을 점거하고 농성을 부렸었다. 이 사태는 100여 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을 만큼, 노조의 부정적인 면을 꼽을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곤 한다.

이뿐 아니라 쌍용차는 최근에도 노사 간의 의견 불일치로 시끄러운 상황이다. 경영이 도저히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자 얼마 전 쌍용자동차는 11년 만에 정부에 회생 절차를 신청하였다. 그러는 와중에도 노조는 노동자 고용 안정을 주장하며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회사의 존속이 위협받는 심각한 상황에서도 노사 간의 대립은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귀족, 강성 노조”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
어느 순간부터 국민들이 노조를 바라보는 시각은 점점 부정적으로 변하게 되었다. 현대차 노조의 경우만 하더라도 근로자들의 평균 연봉이 약 9천만 원을 넘고, 복지 역시 최상급 수준임에도 현대 측에 끊임없이 무언가를 요구하는 모습이 탐욕스럽게 비치게 되었다. 그러면서 어느 순간부터 노조에는 ‘귀족’이나 ‘강성’과 같은 수식어가 붙으며 그 본질이 퇴색되고 말았다.

최근 노조에 관한 소식들을 접하는 네티즌들은 “지긋지긋하다”, “아직 정신 못 차렸다”, “회사가 망해서 없어져 봐야 정신 차린다”, “생산성 낮고 자구책 없으면 폐쇄가 답이다”라는 등 냉담한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최근까지도 노조에 대한 인식이 말이 아닌 가운데 이번엔 르노삼성에서 노조 관련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이번엔 너희냐”
르노삼성 노조 논란
르노삼성은 지난해 3월, 닛산 로그의 위탁 생산 계약이 종료되면서 수출 물량이 급감했을 뿐 아니라 내수 판매 역시 줄어들면서 8년 만의 적자를 맞이했다.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생산 규모가 축소하였고, 필요 노동력이 줄게 되어 두 달간의 야간근무를 하지 않기로 결정이 났다. 그렇지만 노조 측에선 이에 크게 반발하며 지명 파업으로 맞서고 있다.

르노삼성 자동차는 XM3와 QM6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실적을 내는 모델이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당장은 XM3와 QM6를 통해 상황을 타개하여 보려 하지만 이마저도 불확실하다. XM3가 유럽 수출이 결정된 상황이긴 하지만, 2025년부터 내연기관차의 생산을 중단하는 유럽 정책에 어떤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건 장담할 수 없다.

(사진=프레시안)

발끈하는 노조
협상은 다시 원점으로
현재 르노삼성 본사에서는 부산공장의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한다. 르노그룹 제조 총괄 부회장은 “부산공장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말을 믿고 XM3 물량을 배정했지만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라며 추가로 “부산 공장의 원가는 스페인 공장의 두 배”라는 언급을 하며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새로운 방법을 찾는다는 엄포까지 놓은 바 있다.

이에 반해 노조는 “고용안정위와 임단협에서 대책을 제시하지 않는 등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라며, “사 측은 운영진들의 운영 실패로 인한 회사의 어려운 문제를 노동자들이 전부 짊어지도록 강요하고 있다”라는 말을 덧붙였다. 이어서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을 경우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말을 전했다.

(사진=전국금속노조현대차지부)

회사와 노동자 측
함께 문제 해결 의지 보여야
노동자가 을의 위치에서 갑인 기업에 착취당하는 구조는 아직 성숙하지 못했던 대한민국 근대화 시기의 흑역사이다. 오늘날 근로자들의 권리는 몰라보게 개선되어 더 이상 을의 위치에만 머물지는 않는다. 노동자와 기업은 함께 이윤의 증대라는 공통된 목적을 이루기 위해 나아가는 동업자로 봐야 할 것이다.

물론 최대한의 이익을 추구하고자 하는 의도 자체는 비난할 수 없다. 그렇지만 더 이상 물러날 수 없을 정도의 경영 악화를 겪는 상황에서 동업자 의식에 기반한 최소한의 양보조차 용납지 않는다면 결국엔 함께 자멸하는 결과만 초래할 뿐이다. 당장의 위기 극복을 최우선 공통 목표로 두고 양 측의 배려가 절실하게 요구되는 상황이다. 오토포스트 이슈플러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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