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군산 공장 사태 이후 한국지엠은 줄곧 ‘재도약’을 외쳤다. 첫 번째 재도약 카드로 꺼내든 ‘이쿼녹스’에 대한 이야기는 본문에 자세히 나온다. 재도약을 외치긴 했지만 사실상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제대로 된 해결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서울모터쇼를 시작으로 또다시 재도약을 기약한 한국지엠, 이번에는 성공할 수 있을까. 아마 이번에도 재도약을 위한 기회이자, 재도약을 실패하고 있는 문제라 할 수 있는 이 다섯 가지 사안들을 외면한다면 성공은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오늘 오토포스트 비하인드 뉴스는 한국지엠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재도약 하기 위해 놓쳐선 안 되는 다섯 가지 기회와 방법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김승현 기자
사진 박준영 기자

미국 브랜드 중 유일하게
쉐보레만 하락 곡선이다
한국에서 미국 자동차가 안 팔린다는 말은 옛말이다. 물론 독일 3사나 일본 브랜드와 비교해보면 상대적으로 판매 실적이 낮은 것은 맞다. 그러나 절대적으로 본다면 미국 브랜드들은 한국에서 꾸준히 판매량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물론 여기서 쉐보레는 예외다.

2014년에 6,180대를 팔던 ‘포드’는 2018년에 8,630대를 팔았다. 2014년에 2,538대를 팔던 ‘링컨’은 2018년에 2,956대를 팔았다. 그리고 2014년에 504대를 팔던 ‘캐딜락’은 2018년에 2,101대를 팔았다. 그리고 2014년에 15만 4,360대를 팔던 ‘쉐보레’는 2018년에 9만 3,317대를 팔았다.

쉐보레는 2014년 15만 4,360대, 2015년 15만 8,323대, 그리고 2016년에는 18만 267대로 연간 판매량 절정을 찍었다. 그러나 2017년에 13만 2,378대로 무려 5만 대에 가까운 판매량이 빠졌고, 군산 공장 사태가 있던 2018년에는 9만 3,317대로 떨어졌다.

미국 브랜드 중에선 유일하게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고, 군산 공장 사태 이후 소비자들의 신뢰도 잃은 상태다. 기존에 잘 팔리던 자동차들이 맥을 못 추고, 재도약 카드로 내놓은 자동차마저 실패하면서 일각에선 “한국 철수를 위한 작업 아니냐”라는 합리적 의심까지 나온다.

재도약 첫 번째 카드
이쿼녹스는 실패했다
작년 부산모터쇼를 통해 내놓은 그들의 첫 번째 재도약 카드는 ‘이쿼녹스’였다. 첫 출시 시기인 2018년 6월에 이쿼녹스는 385대가 팔렸다. 7월에는 191대가 팔렸고, 8월에는 97대, 9월에는 185대가 팔렸다.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총 1,718대가 팔렸다. 이는 ‘볼트 EV’보다 1,503대나 모자란 수치다. 그리고 올해 1월부터 3월까지는 435대가 판매되었다. 이 역시 볼트 EV보다 215대 모자라다.

우리는 이미 이쿼녹스의 실패 원인을 여러 차례 분석하고 살펴보았다. 이제 한국지엠에게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행보다. 이 행보를 제대로 걸어나가기 위해서 한국지엠은 문제 원인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올바른 해결책을 소비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내놓아야 할 것이다. 쉐보레가 놓쳐선 안 되는 것 다섯 가지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첫 번째 재도약 카드
이쿼녹스는 왜 실패했을까?
처방을 하려면 제대로 된 진단부터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들은 우선 ‘이쿼녹스가 왜 실패했나’를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쿼녹스는 사실상 출시 전부터 문제가 있었다. 쉐보레는 이쿼녹스의 경쟁 모델로 ‘싼타페’와 ‘쏘렌토’를 지목했었고, 여론이 안 좋아지자 급하게 ‘르노삼성 QM6’로 돌렸다.

실제로 국내에 출시된 이쿼녹스 파워트레인 제원은 ‘투싼’과 ‘스포티지’에 가깝고, 크기 제원은 ‘투싼’과 ‘싼타페’ 사이다. 출시 전부터 위치 선정이 잘못되었고, 그들이 급선회하여 지목한 ‘QM6’는 이미 합리적인 가격을 무기로 안정적으로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었다. 애매한 위치 선정과 경쟁 모델 대비 매력 없는 가격과 구성이었기 때문에 ‘소비자가 이쿼녹스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가 마땅치 않았던 것이다.

2. 한국의 유일한 픽업트럭
렉스턴 스포츠는 왜 잘 팔릴까?
두 번째는 ‘렉스턴 스포츠’가 왜 잘 팔리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 생각을 통해 얻어낸 답을 향후 출시될 신차에 바로 적용해야 한다. ‘쌍용 렉스턴 스포츠’는 한국 자동차 시장의 유일한 픽업트럭이다. 현대기아차는 픽업트럭을 만들지 않고, 수입차 브랜드들은 픽업트럭을 국내에 도입하지 않고 있다.

렉스턴 스포츠는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이용할 수 있는 요소들을 잘 활용한 사례다. 마치 9인승 ‘카니발’이 세제 혜택과 버스 전용 차로를 이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듯 렉스턴 스포츠는 화물차로 분류되어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사실상 국내 픽업트럭 시장을 독점하고 있지만 가격을 터무니없이 높게 책정하지도 않았으며, 소비자 요구에 따라 롱보디 모델 ‘칸’도 출시했다. 소비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쉐보레는 미드 사이즈 픽업트럭 ‘콜로라도’를 국내에 출시한다고 밝혔다. 렉스턴처럼 합리적인 가격표를 달고 나오긴 어려울 것이다. 수입 생산되는 자동차이고, 파워트레인을 비롯한 기본 구성도 렉스턴 스포츠와 많이 다르다. 콜로라도를 선택하는 고객들의 성향은 렉스턴 스포츠를 구매하는 고객들의 성향과 비슷한 듯 다를 것이다. 마치 ‘팰리세이드’와 ‘익스플로러’를 선택하는 고객들의 성향이 다른 것처럼 말이다.

‘픽업트럭’이라는 것은 같지만 ‘국산차’와 ‘수입차’라는 점에서 격차가 벌어진다. 가장 먼저 벌어지는 격차는 가격이다. 렉스턴 스포츠처럼 가격이 나오기 어렵다. 가격이 렉스턴 스포츠보다 높게 책정되었다고 해서 무조건 판매량이 저조한 것은 아니다. 그 가격에 납득할 수 있는 구성이라면 충분히 안정적인 판매량을 유지할 수 있다. 마니아층을 공략하기 좋은 차종이기 때문에 탁월한 기회일 수 있다.

3. 한국에 불어든 대형 SUV 열풍
익스플로러는 왜 잘 팔릴까?
한국지엠은 수입 SUV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포드 익스플로러’를 분석해볼 필요도 있다. 1등을 따라간다고, 교과서대로 한다고 손해 볼 것은 없다. 지금 한국은 대형 SUV 열풍이 불고 있다.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이 이미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익스플로러’는 ‘팰리세이드’보다 비싸다. 그럼에도 판매량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고, 수년간 끊임없이 수입 SUV 판매량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실패 요인을 무조건 가격으로만 한정 지을 수 없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위에서 렉스턴 스포츠 내용과 함께 언급한 것처럼 가격 범위에서 납득할 수 있는 구성이라면 소비자들이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다.

한국지엠은 ‘트래버스’를 국내에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부산모터쇼를 통해 이쿼녹스를 내놓은 것처럼 이번에는 서울모터쇼를 통해 트래버스를 두 번째 재도약 카드로 내놓았다. 트래버스는 2017년 1월, 그러니까 2년 전에 세대교체되었다.

한국지엠은 포드와 상황이 조금 다르다. 포드는 한국에서 재도약을 외칠 필요가 없는 상황이고, 한국지엠은 재도약이 절실한 상황이다. 즉, 포드보다 공격적이고 전략적으로 트래버스를 판매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소문대로 ‘텔루라이드’가 국내에 출시되고, 이 시기가 트래버스 출시와 겹친다면 상황이 더 악화된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

4. 한국에선 어쩔 수 없는 장벽
현대기아차, 탄탄한 수입차 경쟁
미국에서 미국 차가 제일 잘 팔리고, 일본에서 일본 차가 제일 잘 팔리듯 한국에선 한국 차가 가장 많이 팔린다. 미국 시장에선 미국 차들을 이기고, 유럽 시장에선 유럽 차들을 이기고, 일본에선 일본 차들을 이겨야 하는 것처럼 한국 시장에선 한국 차들을 이겨야 한다.

한국 자동차 시장은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국산 브랜드뿐 아니라 수입 브랜드 경쟁도 치열하다. 독일 3사부터 일본 3사 등이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한국지엠은 ‘쉐보레 트래버스’를 출시한다고 했다. 국내에는 ‘현대 팰리세이드’와 ‘쌍용 렉스턴’, 그리고 ‘포드 익스플로러’가 있다. 한국지엠은 ‘쉐보레 콜로라도’를 출시한다고 했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는 ‘쌍용 렉스턴 스포츠’가 있다.

이미 경쟁력이 탄탄한 브랜드라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으나, 한국지엠은 지금 상황이 다르다. 스스로 재도약을 외쳤고, 신차를 재도약 카드로 꺼내들었다. 지금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국산차나 수입차보다 가격 및 구성이 매력 있지 않다면 재도약은 힘들다. 경쟁 시장이니 당연하다. 다소 공격적인 전략이 필요한 시점인데, 기회와 전략을 또 놓친다면 이쿼녹스 선례를 반복할 뿐이다.

5. 전량 수입하여 판매하지만
온전한 수입차로 생각 안 하는
한국 소비자들을 납득시켜야
한국지엠이 내놓은 신차들은 모두 수입되어 판매되는 자동차들이다. 이론적으로 따지면 ‘이쿼녹스’, ‘트래버스’, ‘콜로라도’ 모두 국산차가 아닌 수입차다. 해외에서 만들어오는 자동차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쉐보레는 미국 브랜드다. 이런 방향으로 이해하는 분들은 가격이 조금 비싸도 쉽게 납득한다.

그러나 한국에는 쉐보레를 ‘수입차’라고 인식하는 것보다 ‘국산차’라고 인식하는 분들이 더 많다. 지금 자동차 주요 구매층인 40~50대 분들이라면 특히 더 그렇다. 그들은 ‘지엠대우’가 ‘한국지엠 쉐보레’로 전환되는 과정을 모두 지켜보았기 때문에 국산차라고 인식하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하다.

물론 사전적으로나 이론적으로 따진다면 수입차가 맞지만, 조지아 공장에서 생산되어 국내에 들어오는 기아자동차를 수입차라고 하는 분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지엠대우 시절부터 지켜봐온 소비자들은 쉐보레를 온전한 수입차로 인식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사실상 전량 수입되어 들어온다. 한국지엠이 내놓은 신차들만 놓고 보면 한국지엠은 쉐보레라는 브랜드를 한국 소비자들이 온전한 수입차로 인식할 수 있도록 납득시킬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 과정이 그리 쉽진 않을 것이다. 이미 신뢰를 잃어 재도약이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에 더욱 어려울 것이다.

진정으로 재도약이 절실하다면
해결책에서도 절실함이 느껴져야
첫 번째로 내놓은 재도약 카드는 실패했고, 두 번째로 내놓은 재도약 카드는 아직 예고편만 나왔을 뿐 본격적으로 경쟁에 뛰어들지 않았다. 일각에선 “한국 철수를 위한 밑그림이다”, “완전히 철수하려고 신차 출시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것이다”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진정으로 재도약이 절실하다면 해결책에서도 절심함이 느껴진다. 해결책이 많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고, 수많은 해결책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면 그것은 해결을 위한 ‘방법’이 아니라 문제가 커지는 것을 지켜보는 ‘방관’일 뿐이다. 두 번째 재도약 카드로 내놓은 트래버스와 콜로라도는 재도약을 굳힐 것인가, 아니면 소문 무성한 철수 설을 굳힐 것인가.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해줄 것이다. 오토포스트 비하인드 뉴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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