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가 대세였던 2019년이 저물고 있는 요즘, ‘세단’이라는 키워드가 다시금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국산차 시장의 지각 변동이 주목되고 있는 요즘이라 말할 수 있다. 올해 4월 ‘쏘나타’를 시작으로’ K7 프리미어’, ‘더 뉴 그랜저’, 그리고 신형 ‘K5’까지 연말이 다가올수록 새로운 세단들이 연이어 출시되었다.

그런데, 세단으로 흥행하고 있는 이 분위기가 모든 브랜드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세단’으로 대세가 되는 곳이 있는 반면 옆 동네는 분위기가 그리 좋지 못하다. 쉐보레 이야기다. 오늘 오토포스트 비하인드 뉴스는 최근 조용히 단종 소식을 알린 ‘말리부 하이브리드’ 이야기에 한 걸음 더 들어가 본다.

김승현 기자

이유는 저조한 판매량
미국 이어 한국도 단종
생각보다 모르는 분들도 꽤 많다. 쉐보레는 ‘말리부 하이브리드’ 모델을 국내에서도 판매하고 있었다. 그런데 미국에 이어 한국에서도 단종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유는 간단하다. 판매량이 저조해서다. 올해 9월부터 미국 시장 내 말리부 하이브리드 모델이 단종된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그리 긴 시간이 지나지 않아 이는 현실이 되었다.

미국 쉐보레는 2020년형 ‘말리부’부터 하이브리드 모델을 단종 시킨다고 한다. 가장 큰 이유가 두 가지 있는데, 우선 그중 하나는 저조한 판매량이다. 2016년 한 해 동안 말리부는 23만 대 가까운 판매량을 기록한 뒤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한국 시장의 판매 실적 동향과 비슷한 맥락이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판매량 성적이 좋지 못했다. 4월부터 11월까지 ‘말리부 하이브리드’는 160대가 판매되었다. 같은 기간 동안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5,213대, ‘K5 하이브리드’는 1,221대가 판매되었다. 수치로만 봐도 이미 성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

쉐보레는 한국 시장의 반응을 살펴보려고 말리부 하이브리드를 출시했을 것으로 해석된다. 출시 당시에도 크게 홍보하지 않았을뿐더러 눈에 띌만한 지속적인 마케팅을 펼치지 않았다. 비교적 잘 팔린 내연기관 모델에 비해 판매량이 눈에 띄게 저조하니 큰 고민 없이 단종을 결정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시장 경쟁 상대
쏘나타와 K5는 여전히
하이브리드 판매 중
판매량이 저조하니 기업 입장에서는 단종 수순을 밟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런데 몇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이 있어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북미와 같은 큰 시장을 바라본다면 쉐보레의 경쟁 상대는 현대기아차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한국 시장만큼은 현대기아차가 굳건히 지키고 있어 경쟁이 불가피하다. 그것이 판매량이든, 가성비에 있어서든 말이다.

말리부 하이브리드는 단종 소식을 알렸지만 쏘나타와 K5는 여전히 하이브리드 모델을 판매 중이다. 쏘나타는 가솔린과 LPG 모델에 이어, 올해 여름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했다. 비판 목소리가 많지만 ‘솔라 루프’를 적용하는 등 하이브리드 모델로서의 이미지를 이전보다 더욱 강력히 어필하려는 시도도 보였다.

최근에 출시된 신형 ‘K5’ 역시 하이브리드 모델을 함께 출시했다. 쏘나타와 다르게 2.0 가솔린, 1.6 가솔린 터보, 2.0 LPi 모델과 동시에 출시되었다. 쏘나타와 같은 2.0리터 4기통 가솔린 엔진과 전기 모터가 조화를 이루는 방식이다.

말리부와 다르게 이들이 판매를 지속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말리부가 판매량이 저조하여 단종을 결정한 것과는 정 반대로, 판매량이 일정 수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 4월부터 11월까지 말리부 하이브리드는 160대가 판매되었다. 같은 기간 동안 K5 하이브리드는 1,221대,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7월에 출시된 것을 감안해도 가장 높은 5,213대가 판매되었다.

변화 대처는 늦고
단종은 제일 빠르다
“내 차가 8개월 만에 단종?”
그간 한국지엠 쉐보레가 지적받았던 내용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타이밍, 두 번째는 변화 대처 능력, 세 번째는 가격 경쟁력이다. 세 가지 내용을 아주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신차 출시 타이밍’을 놓쳐 다른 경쟁 모델은 페이스리프트나 풀체인지를 준비한다. ‘변화에 대처’해야 하지만 시기를 놓치고, 이에 따라 ‘가격 경쟁력’까지 놓치게 되는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그런데 최근 말리부를 보면서 네 번째 이유가 새로 떠올랐다. ‘빠른 단종’이다. 말리부 하이브리드는 올해 4월에 출시되었다. 국내 출시된 지 고작 8개월 만에 단종되는 것이다. 말리부 하이브리드를 구매한 소비자 입장에선 꽤 난처할 것이다. 새 차 산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단종 소식이 들려온다면 어떻겠는가?

비슷한 사례가 있다. ‘임팔라’는 지난 2017년부터 꾸준히 단종설이 들려왔다. 임팔라가 국내 출시된 것은 2015년 8월이다. 출시된 지 2년 만에 단종설이 들려왔던 것이다. 실제로 이 당시 주변에서 임팔라 구매를 고려하던 몇 사람이 단종 설이 나오자마자 생각을 접고 다른 차를 구매했다.

2017년 1월에 국내 출시된 ‘크루즈’도 1년여 만인 2018년 2월에 단종 소식을 알렸다. 이렇듯 신차 출시 시기를 놓치거나, 빠른 변화 대처가 느리거나, 가격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거나, 그리고 너무 빠른 시간에 단종되는 사례도 비교적 자주 있다 보니 소비자 입장도 난처하게 된 것이다. “항상 늦고, 단종은 제일 빠르고 그러니 누가 지엠 차를 사겠나”… 말리부 하이브리드 단종 기사를 본 네티즌의 반응이었다.

최근 출시 신차들도 비슷
익스플로러에 묻힌 트래버스
도로에서 안 보이는 콜로라도
최근에 출시된 신차들도 비슷한 사례들을 갖고 있다. ‘말리부’나 ‘임팔라’처럼 빨리 단종되는 문제가 아닌 출시 후 인도 시기가 너무 늦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쉐보레는 픽업트럭 ‘콜로라도’와 대형 SUV ‘트래버스’를 야심 차게 출시한 바 있다.

‘콜로라도’는 지난 8월 말쯤 사전 계약을 시작했고, 일부 전시장에 전시차와 시승차도 배치해두었다. 그런데 시간이 꽤 지난 지금도 도로에서 마주치기가 힘들다. ‘트래버스’도 마찬가지다. 지난 9월에 출시 소식을 알렸지만 여전히 도로에서는 페라리만큼 찾아보기가 힘들다. 나 역시 강남역으로 출퇴근하면서 페라리는 일주일에 한 번꼴로 보지만 트래버스는 아직 도로에서 두 눈으로 직접 보지 못했다.

콜로라도와 트래버스가 도로에서 보기 힘든 이유는 간단하다. 고객 인도를 최근에서야 시작했기 때문이다. 콜로라도는 10월 28일부터 고객 인도를 시작했고, 트래버스는 11월 15일부터 고객 인도를 시작했다. 공급 물량이 비교적 적고, 고객 인도도 길어야 아직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터라 도로에서 보기 힘든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출시 소식을 알린지는 4개월이 다 되어간다. 고객 인도 소식도 잠잠하여 기억에서 많이 지워진지 오래, 트래버스는 심지어 최근 ‘익스플로러’가 여러모로 떠들썩하게 출시되는 바람에 많이 묻혔다.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요즘, 자의에 의한 운명인지 타의에 의한 운명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르노삼성, 쌍용, 쉐보레
국산차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
‘세단 열풍’이라고 이야기하지만,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현대기아차 세단 열풍’이 맞겠다. ‘쏘나타’, ‘K7’, ‘그랜저’, ‘K5’ 모두 현대기아차다. 여기서 드러나는 아쉬움이 르노삼성, 쌍용, 쉐보레… 흔히 말하는 ‘르쌍쉐’의 역할이다.

르노삼성, 쌍용차, 그리고 쉐보레의 역할은 매우 명확하다. 마치 한국에서 한국 차가 가장 잘 팔리고 미국에서 미국 차가 가장 잘 팔리는 것처럼, 다른 나라에서 다른 나라 브랜드의 차가 잘 팔리기는 매우 어렵다. 예컨대 현대기아차가 미국에서 혹은 쉐보레가 한국에서 해야 할 역할은 기업의 독과점을 막고, 이상적인 자동차 소비 시장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경쟁자가 많을수록 기업은 상품성과 가격 부문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합리적인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소비자에겐 분명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의지와 절실함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
‘콜로라도’와 ‘트래버스’가 화려하게 출시되었지만, 정작 시장에서 쉐보레는 잠잠하다. 현행 ‘말리부’는 분명 출시 초기 현대차가 ‘쏘나타’를 조기 페이스리프트를 하게 만들 정도로 시장 장악력이 상당했다. 충분히 경쟁력을 가지고 있었고, 그 경쟁력이 한국 소비자들에게도 통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한때 잘 팔리던 ‘크루즈’도 마찬가지다.

“의지와 절실함이 느껴지지 않는다”라는 어느 댓글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분명 재도약을 외쳤고, 재도약을 위해 카드 두 장을 꺼내들었지만 필살기 수준은 아니었다. 쉐보레는 ‘트레일 블레이저’를 시작으로 또 한 번 재도약을 예고했다. ‘재도약’이라는 것을 ‘GV80’만큼 길게 기다려야 하는 사태가 오지 않길 바라는 마음을 전하며, 오늘의 비하인드 뉴스를 마친다.

autopost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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